* 이번편은 그동안 1등으로 댓글을 달아주었던 '열일곱' 에게 바칩니다. *
"수고하셧습니다!"
"오냐, 너도 수고했다."
땀에젖은 채로 마스크를 든 세훈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코치가 세훈을 지나쳐갔다.
얼굴에 뚝뚝흐르는 땀을 대충 훔쳐낸 세훈이 가방을 한쪽어깨에 매고 체육관을 나섰다.
터덜터덜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세훈의 곁으로 루한이 다가왔다.
"혼자가냐?"
"아, 네."
"준면이는?"
"오늘 봉사활동 있다 그러더라구요."
아아, 그럼 혼자가는거야? 난 민석이 데리러 가는데. 우리 민석이는, 민석이가, 민석이, 내 빠오즈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에 세훈이 대충 맞장구를 쳤다.
세훈의 시큰둥한 반응은 상관도 없는지 모든 말의 시작과 끝을 민석이로 내뱉던 루한이 민석의 과가 있는 건물앞에 다다르자 세훈에게 손을 흔들었다.
"야, 나 간다!"
세훈의 대답을 듣기도전에 건물안으로 사라지는 루한을 보며 한숨을 쉰 세훈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저 형도 참…
얼른 집에가서 샤워를 하고, 준면이 봉사활동을 갔다는 보육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대회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고, 집안일을 돌봐준 준면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도 외조란걸 해볼 생각이었다.
보육원으로 봉사활동을 간다는 준면의 말에 보육원 아이들에게줄 간식도 미리 사두었다.
보육원에 가는길에 카페에 들려 준면이 좋아하는 딸기 프라푸치노도 한잔 살 생각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자신을 보고 놀란표정으로 지을 준면의 얼굴이 떠오르자 세훈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
한손에는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다른 한손에는 준면이 좋아하는 딸기프라푸치노를 든 세훈이 준면이 있을 보육원으로 향했다.
보육원에 가까워 질수록 조금씩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에 세훈의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얘들아, 안다치게 조심하고!"
가까워진 보육원 울타리 너머로 아이들과 섞여있는 준면의 뒷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손을 잡아끄는 아이와 마주웃는 준면의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선생님, 선생님. 저기…"
보육원 입구에 서있는 세훈을 발견한 한 아이가 준면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응? 뭔데? 아이에게 눈을 맞춘 준면이 자신의 옷을 잡아끄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저기, 어떤 오빠…"
아이의 손가락이 가르치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준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이 잘못본것이 아니라면, 양손에 먹을거리를 가득든채 다가오는 사람은 세훈이었다.
오늘 훈련 있다 그랬는데…
멍하니 서있는 준면의 앞에 어느새 성큼 다가온 세훈이 준면의 뺨에 프라푸치노 컵을 갖다댔다.
차가운 프라푸치노가 뺨에 닿는 느낌에 준면이 몸을 움츠리자 세훈이 킥킥거리며 준면의 손에 프라푸치노 컵을 쥐어주었다.
"오빠, 오빠는 누구야?"
"어, 오빠는 우리 아가씨랑 놀아주러 왔어."
준면의 손을 붙잡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쓰다듬은 세훈이 들고온 간식거리를 내려놓고 아이를 안아들었다.
세훈의 품에 안긴 아이가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세훈의 목에 손을 둘렀다.
프라푸치노 컵을 든 준면이 세훈에게 안긴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지야, 이 오빠 좋아?"
"응! 우리아빠보다 키큰사람은 처음 봤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민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은 준면이 세훈이 가져온 간식거리를 들고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쿠키과 음료수가 가득 든 봉투를 본 준면이 새삼스러운 눈길로 세훈을 돌아봤다.
준면의 눈빛을 본 세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자 준면이 세훈을 향해 활짝 웃음지었다.
"얘들아, 간식먹자!"
"오빠, 오빠. 나 내려줘."
"그래, 가서 먹고와."
"응!"
고사리 같은 손에 쿠키와 음료수를 든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간식을 모두 챙겨준 준면이 보육원 구석의 나무그늘이 진 벤치에 세훈과 나란히 앉았다.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간식을 먹는 아이들을 보는 준면의 눈에 애정이 가득 흘러넘쳤다.
"애들, 귀엽지?"
"어, 귀엽네."
"착한 애들이야."
"응."
"근데, 어떻게 온거야? 오늘 훈련있다며."
"훈련 끝나고 바로 달려왔지. 김준면 보러."
세훈의 말에 눈을 내린깐 준면이 프라푸치노 컵을 매만지며 슬핏 미소지었다.
훈련이 끝난후 부리나케 간식거리와 자신이 좋아하는 딸기 프라푸치노를 사들고 왔을 세훈이 떠오른 탓이었다.
갑작스런 세훈의 등장에 놀라긴 했지만,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설레고,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세훈의 얼굴을 보니 괜히 더 반가웠다.
세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준면이 눈을 감은채 세훈에게 말을 건넸다.
훈련 안힘들었어? 어, 안힘들었어. 오늘 힘들었겠다. 뭐 어때, 김준면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조근조근 이어지던 두사람의 목소리가 잠시 끊어졌다. 나른한 바람이 두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보육원 마당에 모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기분좋게 울려퍼졌다.
"오빠!"
갑자기 들려온 민지의 목소리에 준면이 눈을 뜨고 세훈의 어깨에서 머리를 뗐다.
이거, 오빠 먹어. 아까 준면이 나눠준 쿠키의 반틈정도가 민지의 손에 들려있었다.
어떡하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세훈을 향해 준면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세훈이 쿠키를 받아들었다.
세훈에게 쿠키를 건넨 민지가 세훈의 무릎위로 올라왔다.
세훈의 무릎위에 앉아 다리를 흔드는 민지의 뺨에 귀여운 보조개가 패었다.
"오빠, 오빠. 나 나중에 오빠랑 결혼할래."
"어? 나?"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는 세훈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 민지가 방실방실 웃었다.
"오빠는 키도 크고, 잘생기고, 착해!"
"내가?"
"응!"
착해! 하는 대목에서 웃음이 터진 준면이 입을 손으로 가린채 끅끅댔다. 착해.. 오세훈이 착해..
그런 준면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민지가 세훈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오빠, 오빠 민지랑 결혼할꺼지?
"야!! 김민지!!"
민지의 말에 어색하게 웃어주던 세훈이 갑자기 나타난 아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민지보다 한뼘정도 더 커 보이는듯한 개구지게 생긴 남자아이가 세훈의 무릎위에 앉은 민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민지를 안고있는 세훈을 노려봤다.
"어, 지훈이 오빠!"
"빨리 내려와!"
"응?"
이씨, 빨리 내려 오라니까! 세훈의 위에 앉아있는 민지의 손을 잡아 끌어내린 지훈이 민지를 자신의 뒤로 보냈다.
민지의 손을 잡은채 세훈에게로 다가간 지훈이 세훈의 발을 꾹 밟았다.
지훈의 행동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세훈이 멍하니 지훈을 바라보자 지훈이 세훈을 향해 외쳤다.
"민지는 내 색시야! 건들지마 이 아저씨!"
민지의 손을 잡고 씩씩대며 사라진 지훈과 아저씨라는 말에 벙찐채 눈을 깜빡이는 세훈을 보며 준면이 숨이 넘어가게 웃었다.
아저씨래, 아저씨… 이제 20대 초반인데 아저씨… 자신의 어깨를 치며 웃는 준면을 뚱하게 쳐다보던 세훈이 준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 밀었다.
"그만 웃지?"
"아저씨래. 오세훈 아저씨."
"그만해라."
"20대 초반인데 아저…"
준면이 하려던 아저씨, 라는 말은 완성되지 못한채 사라졌다.
세훈이 준면에게 입을 맞춘 탓이었다. 세훈의 행동에 깜짝 놀란 준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노느라 정신이 없는듯 했다.
"야, 미쳤어? 여기 애들있거든요?"
"내가 그만 하랬잖아."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당황한 준면의 표정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세훈이 준면의 입술에 한번더 입맞췄다.
짧게 붙었다 떨어지는 세훈의 입술에 기겁한 준면이 세훈의 손을 잡아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얘들아, 선생님 잠시만 화장실좀 갔다올께!"
"네에-!"
자신의 말에 한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지은 준면이 세훈을 질질끌고 보육원 뒷마당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없는것을 확인한 준면은 세훈을 벽으로 밀치고 다짜고짜 세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 어떻게 된게 때려도 맨날 여기만 때리냐?"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아!! 때렸던데 또 때리지 말랬지, 진짜 치사하게!!"
"진짜 제발 좀,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 세훈아. 부탁이야."
한숨을 쉬는 준면의 말에 잠시 입을 닫은 세훈이 준면의 어깨를 잡고 벽으로 밀었다.
아까와는 정 반대가 된 상황에 당황한 준면이 세훈에게 잡힌 어깨를 흔들었다.
그런 준면을 내려다보는 세훈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 표정에 불안감을 느낀 준면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 세훈아?"
"어."
"아니지?"
"뭐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지…?"
니가 생각하는게 뭔데? 어? 그러니까… 흐려지는 준면의 말꼬리에 슬쩍 웃은 세훈이 준면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세훈의 혀가 준면의 입안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녔다.
준면의 혀를 쓸고 빨아당기던 세훈이 준면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 것을 마지막으로 입을 뗐다.
"…선생님?"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준면이 세훈을 밀어내고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준면의 시선이 닿은곳에는 지훈이 서 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꽃송이를 보니 보육원 뒷마당에 있는 화단에서 민지에게 줄 꽃을 꺾어온듯 했다.
"지훈아… 봤…어…?"
떨리는 준면의 목소리에 가만히 선 지훈이 세훈과 준면을 번갈아 쳐다봤다.
선생님 왜 저 아저씨랑 뽀뽀해요?
지훈의 물음에 당황한 준면이 우물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세훈의 눈치를 보며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어떡할꺼야, 진짜. 다 망했어. 전부다.
준면의 눈빛에 어깨를 으쓱인 세훈이 준면의 어깨를 감싸쥐었다.
이게 미쳣나봐 진짜!! 자신을 밀어내는 준면의 어깨를 더 강하게 끌어당긴 세훈이 태연하게 말했다.
"원래 색시랑은 뽀뽀하는거야."
"정말?"
"그래."
"그럼 선생님이 아저씨 색시야?"
"어, 내 색시야. 내 색시 이쁘지?"
세훈의 말을 들은 지훈이 납득을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민지랑 뽀뽀해도 되는거야?"
"응. 민지가 니 색시라며."
그럼 나도 민지한테 뽀뽀해달라 그래야지.
꽃송이를 꼭 움켜쥔 지훈이 보육원 마당을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준면이 세훈의 옆구리를 퍽 쳤다.
잘한다, 애한테 그런거나 가르치고.
자신을 흘겨보는 준면의 허리를 끌어당긴 세훈이 킥킥대며 준면의 입술에 뽀뽀했다.
"원래 색시랑은 뽀뽀하는거야. 그치 색시야?"
:)열일곱아, 나름 써보기는 했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끌끌
:)세훈이 진짜;; 애한테 이상한거 좀 가르치지 마시떼..
:)이제는 봉사활동가서까지 설탕가루 뿌리고 다니네;; 세륜커플;; 은 무슨 노네 영원히 사구려라
:)내가 등골휘게 일해서 네덜란드 보내줄께 낄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