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오! 세훈 01-1
w. 자몽리자몽
가난했다. 빌어먹게 가난해서 하루먹고 하루 사는 것도 버거웠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이젠 지하 단칸방에 살다가 허름하긴 해도 아파트에 입주했다.
생활이 전보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게 아마 엄마가 그 집으로 일을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였었나.
지이잉-
지이이잉-
준면의 휴대폰 화면 액정이 환하게 비추며 진동이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엄마'
010-XXXX-XXXX
학교 수업이 끝나고 텅 빈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하던 준면은 액정을 확인하곤 전화를 받았다.
"응- 엄마."
- 준면이 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니?
"응. 근데 이 시간에 왠일로 전화야?"
시계를 한번 응시한 준면이 벌써 8시네- 풀던 문제지 페이지 중앙에 놓인 샤프를 필통에 정리하고,
문제집을 덮으며 가방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엄마 일하는 집 알지? 거기 사모님이 집에 가져가라고 찬 몇가지 챙겨주셨어-, 혼자 들고가기에
조금 무게가 되서, 와줄수 있지?
지익- 가방 지퍼를 여미고 한쪽 어깨에 책가방을 걸친 준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응-. 청담동이지?
의자를 자리에 밀어넣고 기다려, 금방갈게. 도서관을 나섰다.
준면의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지라, 준면은 얼마 되지 않아 으리으리한 집 앞에 도착했다.
준면이 대문 앞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엄마, 나 대문 앞.."
준면이 신호음이 가던 전화기가 끊기며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 다물던 입을 떼 말을 하던 차에,
딩동-
대문 앞에 사람이 순식간에 한명이 더 늘어버렸다.
그것도 같은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준면이 상황을 인지하고 신상을 파악하기 전에 대문 초인종에서 누구세요-?. 하고 목소리가 들렸고,
그 남자애는 대답했다.
"저 세훈이요."
-
"어...어..엄마. 대문 열렸어. 나 들어간다?"
먼저 앞서 들어간 세훈을 응시한 준면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구겨넣곤 '되게 차갑게 생겼다..' 혼잣말
을 하며 뒤따라 들어갔다.
마당 잔디를 밟으며 앞서 걷고있는 세훈을 준면은 유심히 관찰했다.
키도..크구- , 되게 크네.. 자존심상하게-...
자신보다 십센치는 족히 커보이는 세훈을 눈 한쪽을 찡긋 감고는 손가락으로 1등신, 2등신.....8등신
이다-..
어느새 현관문 앞에 도착한 준면이 먼저 들어가 사라진 세훈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준면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 벌써 사라졌다. 키도 크니까 발도 빠르나봐..
큰 거실을 중앙으로 주방이 보인다. 준면은 곧장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엄마?"
책가방 끈을 두손으로 잡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주방에 들인 준면은 큰 눈으로 주방을 살피며 엄마를 찾던 중
어-.
냉장고 바 앞에서 물을 먹는 세훈과 눈이 마주쳤다.
"준면이 왔구나, 인사드리렴- 여기 사모님이셔."
준면은 세훈을 응시하던 눈을 돌리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준면이라고 합니다."
준면의 책가방이 허리를 굽혔다 피면서 덜컹 소리가 났다.
탁- 하고 냉장고 바가 닫히고 세훈이 주방을 나서려는데 "세훈아 너도 일로와서 인사해-."
여자는 올라가려는 세훈을 부르며 "준면이가 열아홉 이죠? 저희 세훈이는 열여덟이에요-."
엉겁결에 궁금했던 신상을 알게되었다.
"안녕하세요."
터덜터덜 여자 옆으로 걸어온 세훈이 엄마와 내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곤, 2층계단으로
올라갔다.
준면이가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지 않는다면서요-. 대단하세요.
....
사교육도 안시키고 혼자 공부 한거라구요? 어머어머..
....
저희 아들은 도통 공부를 안해요-
....
"준면이가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과외 좀 해주면 어떨까요?"
-
나쁘지 않은 제안 덕에, 예상치 못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조건은 일주일에 1번 3시간 동안 국영수 과외, 용돈 선을 조금 넘는 돈에 준면은 두손에 쥔 반찬 통을
앞뒤로 흔들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번주에 수학 가르쳐 줘야겠다-.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준면이 책가방을 들곤 집을 나섰다.
수능이 코 앞이라, 주말엔 늘 아침일찍 독서실에 처박혀서 어둑어둑 해지면 집에오곤 했었던 터라, 오
랜만에 보는 햇살에 기분이 좋아진 준면이었다.
어느새 도착한 저택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응? 준면은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김준면인데요-..."
덜컹-
제 말에 대답도 없이, 대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준면이 주춤 거리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고 들어섰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섰는데, 주방 아주머니들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아무도 없었다.
"계..계세요..?"
슬리퍼를 신은 발을 앞으로 끌며 준면이 주위를 살피자
터덜터덜-, 2층에서 세훈이 내려왔다.
"없어요-."
내려오다 말고 계단 중앙에서 난간에 팔을 괸 세훈이 준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뭐?아무도 없어? 나랑 쟤 둘뿐인거야? 으으 과외하기 싫다. 어색해 어색해. 준면은 한숨을 쉬었다.
"흐어-..."
"주말엔 원래 아무도 없어요.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도, 부모님도-."
계단을 마저 내려온 세훈이 주방으로 쏙 들어갔다.
준면은 또 슬리퍼를 질질 끌며 세훈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또 물 마신다.
꿀꺽 꿀꺽 잘도 마시는구나-.
세훈이 물을 마시는 것을 준면이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 "뭐 마실거 드려요?" 하고 세훈이 물어왔다.
"응-? 아냐-. 근데, 어디서 공부하면 될까?."
"제 방으로 가요, 따라와요-."
세훈은 준면을 지나쳐 2층 계단을 올랐다. 준면도 세훈의 뒤를 터덜터덜 걸어 올랐다.
몇 개의 방 문을 지나 세훈의 방 앞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새 하얀 벽지에 깔끔한 방이 보였다.
"남자치고, 되게 깔끔하다 너-."
내 말에 살짝 나를 쳐다보다 세훈이 자신의 책상을 가르켰다.
"저기서 공부해요."
옆으로 길다란 책상 탓에 세훈과 마주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앉아서 공부를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세훈의 옆에 앉아서, 준면이 자신의 책가방에서 책 한권과 연습장 한권, 필통을 꺼냈다.
준면이 옆에서 책을 꺼내는 것을 턱을 괴고 지켜보던 세훈이 입을 땠다.
"저 형 알아요."
"응?"
"저 형 안다구요."
날 알아? ... 같은 학교니까 오가다 한번쯤은 봤겠지..
턱을 괴던 손을 책상에 붙인 세훈이 얼굴을 팔에 묻곤 말을 이었다.
"ㅇㅇ중 나왔죠?"
응? 니가 어떻게알어?
"맞는데-...."
"나도 거기 나왔어요-."
그런데, 뭐... 그걸 안다고 나를 아는거야?
"중학교 3년, 고등학교2년, 5년이네요?"
뭐, 같은학교된지?
"형 좋아하게 된지 5년이요."
"근데, 5년만에 처음으로 얘기해보네요."
더보기 |
서두가 엄청 기네영, 마지막 두줄을 위해 존재하는 서두..흐흐헣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