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날씨는 제멋대로여서 4월의 영국은 이렇고 8월에는 이렇다 할 날씨가 딱히 없었다. 어느 날은 주룩주룩 비가 왔다가 그 다음 날이면 햇빛이 쨍쨍하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곳이 영국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려나 싶어 우산을 챙겨오지 않으려다 그냥 작은 접이식 우산을 챙겼다. 반질반질한 우산의 느낌이 손아래에서 맴돌았다. 가게는 집에서 멀지않을 곳에 있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게의 벽면에는 흰 페인트칠을 하고 부분 부분 금색 쇠붙이 따위를 박아넣었다. 이런 소녀같은 게 내 취향은 절대 아니고 그저 손님을 많이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두는 게 낫겠다. "어서오세요." 오늘도 볼이 통통한 소년이 왔다. 청자켓 안에 노란색으로 받쳐입은 티가 귀여웠다. 잠시 가게 안을 돌아다니던 그는 언제나와 같이 초코마카롱을 계산했다. 내가 종이봉지에 그가 고른 초코마카롱 두개와 방금 구운 마들렌하나를 넣자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비스에요." "아...감사합니다..." 엄청 고마워하는 듯한 눈빛이 귀여웠다. 루한이 눈을 반으로 접으며 웃자. 그쪽에서도 쑥스러운 듯이 입꼬리만 씩- 올리며 웃었다. 루한이 이름을 묻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다. "맨날 여기서 초코마카롱사가시잖아요. 이름 없어요?" "민석이에요." 민석의 귀끝이 조금 붉게 물들었다. 이 다람쥐같은 사람은 어찌나 부끄러운게 많은 지 몸을 왼쪽으로 한 번 오른 쪽으로 한 베베 꼬다가 종이봉투를 건네받자 후닥닥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갔다. 루한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