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야기_ 그날 이후로 우연인지, 신기하게도 그를 더이상 내 꿈에서 만날 수 없었다. 하루하루 공허함은 커져만갔다. 힘이들고 지쳐갔다. 처음부터 없던것이라면 조금 더 나았을텐데.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내 안식처는 빈자리를 채워넣지도 않은채로, 그렇게 방치되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주지않고, 보여주지도 않은 아이는 욕심이 없다. 하지만, 아이가 사탕을 본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탕을 발견한 아이는 이내 사탕을 꼭 가져야만 한다는양 떼를 쓰게되고, 사탕의 단물을 맛본 아이는, 손에서 그것을 절대 놓기싫어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것을 갑자기 빼앗는다면, 아이는 곧 울음을 터트린다. 자신의것을 빼앗겼다고. 돌려받기 위하여. 그는 내게,이야기속에 사탕같은 존재였다. 처음부터 그 감미로운 유희를 맛보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괴롭진 않았을터인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였지만 난 그를 사무치게도 그리워했다. 그의 이야기_ 내가 갑작스레 사고를 당한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저 꽤나 오랜시간이 흘렀다는것뿐. 그것만이 내가 알고있는 전부였다. 가족들 조차 이런 내가 벅차는듯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희망이라는 미소가 사라지고 지쳐가는 그들을 보자, 난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사고 당시에도, 치료 과정에서도, 그리고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할때도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이 나를 휩싸고 돌았다. 꿈을 꾸었다. 꿈 속에 그녀는 나의 말을 들어주었고, 예쁘게 웃어주었다. 그녀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또 서로가 서로를 의지했다. 그렇게 그 꿈이 반복되었고, 어느순간 나는 깨닫게되었다. 그녀는 매번 나를 처음 마주한다는것을. 나는 그녀를 알았고, 그녀는 나를 몰랐다. 매번 꿈에 빠져들때마다, 그녀와 나는 첫인사를 나누었다. 매일을 새로이 시작하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가 가뭄이든 땅처럼 매말라가는 내 삶에 짙게 스며들기 시작한것은. 그녀가 날 기억하였으면했다. 그녀는 나의 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였고, 나와 마주하는 유일한 사람이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가 날 기억해주었으면했다. '그렇게 슬프게 쳐다봐도, 어차피 넌 꿈에서 깨면 또 다시 날 잊을거잖아' 비참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를 그녀에게 홀려 이토록 안타까워하는 내 상황이 너무도 비참했다. 그녀에게 내 목소리가 닿기를 간절히 원했다. 내 목소리를 기억해 낸 것일까. 그녀가 날 찾아오는 횟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처음엔, 그런 그녀가 너무나 예뻐보이고 고마웠지만 시간이 갈 수록 야위어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 어딘가가 아릿하게 저려왔다. 그만해야했다. 그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이제 그만와도 좋아..그만해..난 네가 날 기억하는것,아니 그것 조차 안바래. 그냥 네가 나랑 있을때 보여주는 예쁜 미소로, 그것만으로도 감사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너 요즘 힘들어보여. 아니 더 정확히 내가 널 힘들게했어.미안해. 이제 밥도 잘 챙겨먹고, 안좋은 약에는 손도 대지마.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미안했어. 너없이도 잘 지낼테니까, 너도 이제 원래의 너로 돌아가. 네가 충분히 나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때, 그때 다시 네 앞에 갈게. 그러니까 행복해. 꼭 행복해야해. 넌 네 존재 자체로도 완벽하고, 너무나 빛나는 사람이야. 사랑해. 굿나잇 내 별빛.' 가슴이 미어졌다. 기약없는 약속이란걸 알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그녀를 밀어내야했다. 너무도 야위어가는 그녀였고, 너무나 힘들어보이는 그녀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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