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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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따가운 햇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회색빛 탁한 하늘 속에서도 여름의 태양은 늘 말썽이다.
"안된다니까. 맨날 고집이지?"
머리맡으로 시원하게 밀려오는 바람에도 더위는 가실 생각이 없는지, 성규의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힌다.
"그건 절대 안돼!"
다른때라면 얼마든지 성규를 빼내 회의실에 앉혀놓을 수 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침부터 귀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들은 명수의 잔소리 때문일까.
「요 앞에 복도도?」
「당연하죠. 중요한 손님이 오거든요.」
"지랄이 뭐냐. 지랄이!"
성규에게 방 안은 그저 답답하고 숨막히는 공간이었다. 매일매일 하얀 벽만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가만히 저를 바라보다 일어나는 우현의 가운자락을 살짝 잡는 성규.
"나도 그 잘난 손님 좀 보려고."
"... 갔다오는길에 얼음 좀 가져와."
"알았어-"
"아 그리고,"
"크..크윽..."
애교없고 조금은 무뚝뚝한 성규지만, 가끔 이럴땐 정말 미친듯이 귀여웠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른거리며 눈에 밟히는 성규의 잔상에 발걸음을 빨리하는 우현이다. 멍하니- 바보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텅 빈 복도를 한참 걷는 우현의 표정이 그저 밝다.
"저기요."
"엄마 얼음은..."
"이봐요."
"식당에..."
"야!"
"여기요, 여기!"
"꼬마? 꼬마랬어요?"
성규와 닮은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꼬마지만, 왠지 성규가 생각이 났다. 다시 멍하니 서버린 우현의 얼굴위로 작은 손이 몇번 휘휘- 오갔다.
"뭐? 아저씨, 아저씨라고?"
"아저씨도 나 꼬마라고 불렀잖아요! 안그래요?"
"미쳤어요? 저 그만큼 꼬마애는 아니거든요? 그나저나, 내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무례해요?"
"누군데?"
"대통령 아들이거든요!"
"... 너 지금 나랑 장난치냐?"
아무리봐도 성규와 너무 닮았다.
"이성종이고 저성종이고 내가 어째 알아!"
"아오씨..."
진짜 대통령 아들인가?
"내가 이런걸로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내가 정말 구차하게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대통령 아들이라. 대통령... 대통령?
"일개 연구원? 야 너- 내가 누군지 아냐?"
"김성규 애인이다 짜샤!"
"그래! 김성규 애인 남우현이다!"
근데 너 그거 어떻게 아냐?
"뭐가요?"
"엄마랑 나랑 사귀는거."
"아뇨. 연구원 목록보고 알았죠. 전 한번본건 절대로 안잊어요."
"아, 그래?"
"표정이 왜 그래요? 저 Mko거든요. 설마 모르는건 아니겠죠?"
아-
성규의 출산을 처음으로 봤던 날, 명수가 했던 말.
「...」
「열여섯 소년의 얼굴로 머릿속에는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뒤섞여있는거죠. 이렇게 태어난 M의 아이들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똑똑한 천재들이 왜 모를까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세상을 향해 숨을 토하자마자 M과의 접촉을 일절 끊고 바로 입양되니까요. 출생 후 M의 살내음을 한번 맡는다면 이 아이들은 그 냄새를 잊지 않습니다. 괴물들이니까. 센터에서는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 고생을 하는겁니다. 조금은 잔인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거든요. 물론 자라게 되면 입양된 가정에서 정신교육을 받겠죠.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성장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테니 말이죠. 그 대책으로 정부는 Mko라는 혈액형을 거짓으로 지어냈습니다. 매우 그럴듯하게요. 그렇게 M의 아이들은 Mko라는 이름에 가려진 채 자라나는겁니다. 보통 사람처럼.」
Mko. M이 낳은 어린 천재. 성규가 항상 그리워하던 그 존재.
"어딜?"
"김성규 애인이라고 했잖아요. 김성규씨 방으로 안내해달라고요."
왠지 성규와 묘하게 닮아있던 꼬마인지라, 혹시나 싶은 마음이었을까. 혹시나 성규가 그토록 갈망하던, 그의 아이일까 싶은 그 마음에.
"야 남우현!!!"
"으아아악!!!"
뒤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성종의 것이 분명했다.
더위 탓에 온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있던 성규가 벌떡 일어났다. 볼록하게 올라온 배가 버겁지도 않은지, 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에 놀란 우현이 성규의 한쪽 팔을 잡아 부축했다.
성종에게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여느때보다 느리고 애잔했다. 싱긋- 웃는 성종과는 다르게 우현은 성규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안녕 엄마."
성규는 성규대로, 우현은 우현대로 패닉상태가 되어버렸지만 성종은 여전히 여유롭게 웃고만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헤어지던 날에. 꼭 기다리고 있으라고. 내가 찾으러 간다고 했잖아, 엄마. 나 이렇게 왔어 이제."
성규의 품에 안기는 성종의 손길이 그저 조심스럽다.
"...응?"
"이거... 이거 정말, 꿈 아니지? 진짜지?"
"응-"
"흐...흐아.... 성종아, 내 아기..."
제대로 알지는 못했지만, 성종을 바라보는 성규의 애틋한 시선때문이었을까.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복도는 여전히 하얗고 조용했다.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우현의 팔을 누군가 거칠게 잡아챘다.
"...김명수씨?"
"또 뭐요."
"지금 방 안에 각하 아드님 있습니까?"
"그 잘난 이성종군? 엄마랑 상봉하고있으니까 가만둬요."
우현이 코웃음을 쳤다. 천하의 김명수도 권력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가 싶어서.
"왜 나한테 성질입니까? 저 꼬마가 찾아온걸."
"다같이 죽고싶습니까? 정말 돌았군-"
"... 무슨 행동입니까 이건,"
"아들이랑 부모랑 만나겠다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해?"
"내가 그때 말했지않습니까? 머리가 안좋은건지 감수성이 풍부한건지..."
"둘 다야. 나 머리도 안좋고 감수성도 풍부하다 어쩔래. 그러니까 미친척하고 너같은 새끼랑 대적하는거다."
"그야 저 꼬마가 알아서 하겠지. M이 낳은 애들은 천재라며?"
"제발 생각을 좀 하시죠, 남우현씨. 뇌는 장식용이 아닙니다."
대체 언제 열었는지, 활짝 열여있는 문 안쪽에서 성종의 찢어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현은 체념한 듯 그대로 베개를 베고 바닥에 드러누워 명수를 한껏 째려봤다.
"좀 조용히 해줄래 꼬마야..."
"..."
"이봐요, 형-"
"왜, 나도 그대라고 불러줄까요?"
"...뭐랬냐 너?"
"흥-"
"..."
"나 천재 맞거든요. 이런 일 쯤이야 내가 해결해요. 나 무시하지 말아요. 누구 아들인데."
"엄마 나 또 올게."
"응. 알아. 아는데-"
"이제 다신 헤어지지 않아."
그 뒤에 있던 세 사람은 벙 찐 표정으로 작은 뒷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우현아."
"응?"
"얼음 줘. 더워."
식당으로 질주하는 우현의 뒷통수로 하얀 베개가 날아왔다는건 명수만 아는 이야기-
-
성종은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는 우현이 내심 고마웠다.
성규와 헤어지고 잃어버렸던 3년간의 시간들. 철없는 4살 아이였던 성종은 어느새 16살, 완전한 Mko가 되어있었다.
"흐...흐으엉... 성종아... 내 아기..."
"근데 난 이렇게 눈 크게 낳아줘서 고마워. 학교에서 인기 짱 많았거든!"
"응.. 알았어,"
'왜 나한테 성질입니까? 저 꼬마가 찾아온걸.'
'다같이 죽고싶습니까? 정말 돌았군-'
"대통령한테. 몰라 우리나라 첫 M이라고 그렇게 했나봐."
"아.. 그럼 고생안하고 잘 살았지?"
"당연하지. 이 얼굴보면 모르겠어?"
"똑똑하네, 성종이-"
"자주 올거야. 그리고 우리,"
"...?"
"꼭 복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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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오늘도 꽤 빨리 찾아왔습니다ㅋㅋ 18편 이후로 술술 써지는게... 참 좋은느낌! 지금 현재 24편을 적고 있는 봉봉입니다ㅋ
일단, 잔망잔망한 성종이가 나왔네요! 이번편을 통해 캐릭터는 확실히 잡혔으리라, 봅니다!ㅋ 자신감에 가득 찬 천재소년, 매우 당당하죠?
부가설명을 드리자면, 6편에서 산책을 하는 성규가 데리고 있던 성규의 첫 아기 그 아기가 성종입니다-
그 당시에는 유박사가 살아있고, M이 대우를 받던 때라 성규는 성종이가 4살(1년)이 될 때 까지 옆에 데리고 키울 수 있었죠.
그러나 96년 1월1일, 박사의 죽음과 더불어 성규도 자신의 모든 아기들을 뺏기고 맙니다. 이때 성종이는 첫 Mko라는 이유로 대통령에게 입양되었고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성종이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천재니까요! 곧 있을 성종번외에서 더 자세하게 나오겠지만, 일단 대충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다른 질문사항이 있으시다면 덧글에 적어주세요!^^*
이번 20편을 끝으로 길고 긴 메시아의 서론이 끝나게 됩니다. 거의 300KB만에 본편으로 들어가게 되죠ㅋㅋㅋ 길이가 얼마나 길어질지, 작가인 저도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본편은 한편당 20kb 정도로 쓸 계획입니다. 길죠ㅋ 드디어 메시아의 주내용이 나오게 됩니다. 세미판타지 '전쟁'물의 '전쟁'이 시작되죠!
성종이의 마지막 말에서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앞으로도 기대해주실거죠? 스릉합니다 독자 그대들♡♥
Ps. 메시아는 첫부분부터 정독하지 않으면 참 헷갈려요... 작가들도 막 혼란이 오는데..ㅋㅋㅋ 본편 적는데 머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