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훈이를 소개합니다 30
w. 지후니부인
부제 : 이별
*
세봉고등학교의 생활은 생각보다 순탄했다.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거같다. 고1은 나름 잘 보냈다고 자부할 만큼, 생기부를 알차게 채웠다. 봉사시간도 아예 다 채워버리고, 공부도 열심히하고 의도치않게 반장도 하곤 했다. 그렇게 우리는 변함없이, 행복한 1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수능이란 문 바로 밑 계단인, 고등학교2학년이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서 변한것은 이과 문과로 나뉜것. 전원우랑 나, 수정이, 김민규는 이과. 나머지 지훈이랑 부승관, 안희연은 문과로 흩어졌다. 문과와 이과는 층부터 갈렸다. 문과는 3층, 이과는 4층. 그때부터 지훈이랑 나는 멀어진거 같기도하고.
"지훈아! 뭐해?"
"놀잖아."
"아, 그래."
지훈이가 변했다. 희연이도 볼겸 해서 문과층으로 내려갔는데 지훈이가 처음보는 여자랑 장난을 치고 있었다. 같은 반 친구겠거니~ 하고 가서 지훈이에게 말을 걸었더니, 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말을 하더니 이내 그 여자아이랑 반을 나갔다. 내가 피곤한데 귀찮게 한거겠지. 하고 넘겼다.
"야 김세봉. 요즘 이지훈 왜저러냐?"
"피곤한가보지."
"멍청한년아. 아직도 모르겠냐고. 쟤 지금 바람났잖아!"
"내가 괜찮다는데 김민규 니가 난리야?"
"저 여자 몰라? 남자 존나 후린다는 3학년이잖아."
"그게뭐.."
"그게뭐? 김세봉 진짜.. 정신차려. 한순간이야."
*
그 이후로도 지훈이는 쉬는시간에 나를 보러 오지 않았다. 늘 같이가던 집도, 먼저가거나 일이 있다며 나중에 가곤했다. 기다려준다고 해도 화까지 내며 나를 집으로 보냈다. 애들은 이지훈 요즘 왜저러냐며 욕을 하곤 했다. 그래도 나는 학교 일 때문에 바쁘겠지~ 하면서 애들을 달래곤했다. 아, 김민규랑은 그 날 조금 다툰 이후로 어색해졌다.
곧 1000일이다. 지훈이랑 만난지. 침대에 누워서 여태 있던일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양아치짓을 하던 지훈이가, 이렇게 변해있다는게 신기하고, 대견하고 그랬다. 그리고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훈이가 좋았다. 친구들은 지겹지도 않냐며 농담을 건넸지만, 그럴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절대 질리지 않는다고했다.
아, 힘든건가.
*
1000일이다. 지훈이랑 만난지. 지훈이가 나를 보러 와주지는 않지만, 연락은 꾸준히 했다. 내가 1000일되기 하루 전. 그니까 어제. 지훈에게 내일 무슨날인지 아냐고 물었다. 질문에 지훈이는 '아니' 라고 답했다. 그럴수있지, 하고 내일 만나자고 하니까 알겠다고 대답해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1000일이니까 서프라이즈 준비하려고 그러는가보다. 하고 착각했다. 그리고 1000일인 오늘. 지훈이가 일이 있다며 못만나겠다고, 미안하다고했다.
급한일인거겠지, 하며 애써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는 혼자 터벅터벅 지훈이에게 주려했던 선물을 가지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지훈이랑 비슷하게 생긴 옆테가 근처 공원에서 보였다. 거리감이 조금 있어서 아니겠지~ 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다가가니, 저번에 교실에서 지훈이랑 같이 있던 그 여자선배랑 둘이 손을 잡고 있었다. ..김민규가 맞았다. 여태 학교일이 바빠서겠지, 그냥 아는사이겠지, 하고 넘겼는데. 너무 경솔했다.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김민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김민규에게 전화를 걸어 집앞이라고 나오라고 했다.
"왜"
"..."
"야, 울어?"
김민규는 아직도 나에게 화난게 사그라들지 않았는지, 표정을 찌푸리며 나왔지만 곧 울고있는 나를 보며 당황했다. 내가 김민규 앞에서 운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까마득할 정도로 잘 울지 않았는데 불러내더니 울고있어서 당황한것같다. 김민규가 나를 안아주면서 토닥여주자, 손에 들고있던 지훈이에게 줄 선물들을 바닥에 던지고 김민규를 마치 곰인형이라도 되는 듯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서럽게, 울었다.
한참을 울고나니, 김민규가 이제 무슨일이냐고, 말해보라며 집앞 놀이터 벤치에 나를 앉혔다. 그런 김민규에게 집으로 가던 길에 본 상황을 하나하나 알려주었고, 김민규는 화가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이지훈 그럴거라고 했잖아."
"..미안해."
"니가 미안할게 뭐있냐. 저 새끼가 나쁜새끼지."
"..."
"그래서 어쩌게."
"응?"
"이지훈, 어쩔거냐고."
"..헤어져야지, 뭐."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면서 말하는 나를 보며 김민규는 한숨을 쉬더니, 내 머리위에 손을 푹 얹고는 잘생각했다며 나를 달랬다. 김민규는 괜찮다는 나의 말에도 꿋꿋이 집까지 데려다 줬다. 김민규를 보내고, 뭐하냐는 지훈이의 연락이 와있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했다. 만나자고. 지훈이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알았다고 했다. 집앞으로 오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지훈이 오기까지 집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나도 모르게 오래전부터 알고있었고,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지훈이 왔다. 주려고 했던 선물도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챙기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자마자 보이는 이지훈에 울컥, 눈물이 나올 뻔 했지만 자꾸만 아까 그 장면이 눈 앞에 아른거려 금방 들어갔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이지훈을 부르자, 대답도 없이 고개만 들어 나를 쳐다봤다.
"헤어지자."
"...야."
"헤어지자고. 니가 원하던 말 아니야? 헤어져. 더는 내가 힘들어. 못하겠어."
"허?"
"그만큼 힘들게 했으면 된거잖아. 이제 나 질려서 그러는거잖아. 기다릴 자신 없어."
"..니가 다시 안돌아 올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
"아직도 니가 잘나고, 다 너 아니면 안될것 같지? 정신 차려 이지훈."
".."
"니가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진짜 못됐다."
"결혼하자는 말, 함부로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사람 앞에두고 무시하는것도 그러면 안되는거고."
"내가 언제, "
"이거. 오늘 1000일 이라고 준비한건데, 어차피 마지막인데 준비한건 가져가."
"..."
"몰랐겠지, 너는. 괜찮아, 이제 아무상관 없으니까."
"그래도 3년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행복했으니까 됐어."
"할말없지? 나 이제 갈게, 안녕."
*
이불을 덮고 눕자, 거짓말처럼 눈물이 흘렀다. 내가 지금 흘리는 눈물은, 아마도 아주 오래전부터 꾹 꾹 참아온 것들일거다. 이지훈만 보면서 참고, 또 참았던 눈물들이 이제 막아줄 것이 없으니까 주체를 하지 못하고 흘러 내리는 거다. 당장 sns에 들어가 3년전에 띄워져있던 연애중을 내리고, 그와 함께한 모든 게시물들을 하나 둘 씩 지워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3학년 선배는 이지훈을 태그해 언제 오냐고 묻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걸 보고 나는 이지훈이 돌아온다해도 받아주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야 덜 힘드니까. 내가 이렇게 아파한 시간이 덜 아까우니까.
*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인가요?
미안해요. 오늘도 너무 바쁜데, 오랫동안 안온 것 같아서 급히 왔어요.
너무 급전개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어차피 1학년 이야기로 끌어봤자 지루할 뿐.
이야기에 진전이 없길래 워프좀 해봤어요.
드디어 지훈이랑 여주가 헤어졌어요. 이 기회에 지훈이를 역대 나쁜놈으로 몰아가볼까요?
ㅎㅎ
그런거 잘 못하긴 하는데 한번 쯤은 해보고 싶어서ㅎㅅㅎ
다음주면 모든 행사들이 끝나요!
이제 한가해 지겠죠?
그때는 더 많이 써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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