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는 말이 없다)
언제쯤이었나. 여전히 연습실에 있던 자신이었고, 윤기또한 평소와 다르지 않게 작업중인 날이었음. 그날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던 자신이기에 오늘은 새벽까지 회사에 남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어쩌다 보니 시간이 새벽까지 흐른 것. 하루종일 우울해있는 탄소의 기분을 풀어준답시고 꽤나 애교를 부린 석진마저도 포기한 날이었기에 탄소의 기분이 어떨지는 가늠할 수도 없음. 그러나 이게 시작임. 밤이 되면 더 심해지는 우울감. 밤과 새벽에 가장 우울하고 자괴감이 많이 드는 편인 탄소인지라, 이미 새벽이 되어버린 이 상황부터가 벌써부터 우울한 것. 평소 전혀 먹지 않던 술이지만 그 술마저도 먹고 싶어지는 순간이었음.
"아직까지 있어? 벌써 3시인데"
"아....."
보통 이 시간이면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는 윤기를 알기에, 정신 좀 차릴 겸 작업실과 가까운 쪽에 있는 복도에서 쉬고있던 탄소였음. 자신이 큰 소리를 냈나. 괜히 신경쓰여 윤기를 바라봄.
"그냥. 나도 계속 앉아있으니까 힘들어서 일단 나와봤는데."
"...."
"너가 있네."
스케줄이랴, 연습이랴, 여러모로 자신보다 더 바쁠 사람인데 자신의 작업까지 게을리하지 않는 윤기의 모습을 보니 탄소는 속에서 부터 느껴지는 큰 우울에 밤이 더욱더 슬퍼짐.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고 에너지를 찾는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아무런 영향도 받고 싶지 않았기도 하고. 탄소는 괜히 방해한거 아니냐며 웃어보였지만 윤기는 알 수 있었음. 석진과 달리 자괴감, 우울감도 많은 탄소가 지금 딱 그 시기라는 것.
"이렇게보면 너랑 지민이랑 친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네"
"네?"
"원래 그러잖아. 아예 다른 사람들도 친해보이지만, 가만 보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흐름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하다는 거"
"...."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나 기분이 안좋을까"
"...."
"진형 일은 아닌거 같고?"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는 윤기지만, 눈동자는 진심이라는 게 보임. 어쩌면 이 사람은....연예인이 아니라 도사일지도 몰라....! 나름 숨기려고 숨겼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주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기분을 읽고 파악까지 하는 윤기에 탄소는 별거 아니라며 작게 웃어보임. 오늘 연습은 그리 겹치는 일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싶었는데, 하필 가장 심한 이 새벽에 만나니 어쩌면 모를 리가 없다, 싶기도 하고.
"그냥 그런 날 있잖아요.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내가 뭔가 싶기도 하고. 그냥 공기 속의 먼지나 우주 속의 먼지나 되고 싶은"
"....."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혼자 열등감 느끼고, 그러다 지쳐서 가만히 있다가 또 지치고"
"....."
"뭐 이러다 괜찮아지더라구요. 분명 오빠는 이럴 때마다 어떻게던 변화를 주려 노력하지만, 항상 실패할 수 밖에 없죠"
"......"
"제 습관이에요"
분위기 탓인 걸까, 어두운 공간이라서 그럴까. 탄소는 윤기에게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말을 이어 나감. 긴 말을 끝내고 윤기 쪽을 바라보니,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아래 쪽을 바라보는 윤기의 모습이었음. 무언가 생각을 하는 건지, 그저 탄소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음.
"그 습관이 나중에 좋은 결과가 된다면, 네 감정이 분명 슬픈것만은 아닐꺼야"
"...."
"그렇다고 꼭 좋은 성과를 내고 좋은 결과를 이루라는 게 아니야. 그냥 나중에 문득 돌아봤을 때, 아 내가 이랬었구나, 지금은 이렇게 대처할 수 있겠구나. 싶은 그런 순간있잖아. 나도 아직 한참 적은 나이이고 많은 것을 겪여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음악할 때는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 물론 나 혼자. 내 공간, 내 가치관 안에서"
"...."
"그런 마음으로 하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멤버들에게 자신있게 비트를 들려주게 되고, 호평을 듣건 혹평을 듣건 일단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거니까"
"....."
"그 누구도 너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도, 다시 들어가는 것도 스스로 하는거야"
"....."
"그렇지만 혼자라는 건 아냐. 다시 네가 깊숙히 들어가려고 할 때, 진형이나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
"그리고 너에게도 각인시켜주는거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네가 언젠가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올 때까지, 라고."
"....."
"그렇게 네게 믿음을 주는거야"
분명 어두운 공간안에, 서로 얼굴을 알아보기도 힘든 공간이었지만 탄소는 윤기의 얼굴이 섬세히 보이고, 무언가 빨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음. 이 사람이 내게 해주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닌 어쩌면 나보다 더 깊은 심해를 겪었을 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느꼈을 감정이라는 걸 깨달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겠지만, 충분하다 못해 벅찬 순간을 받은 탄소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짐을 느낌.
"물론 나도 작업하면서 말도 안되는 일로 좌절하고, 말도 안되는 일로 기뻐하기도 해"
"...."
"나를 응원하는 가족들도, 멤버들도, 지인들도, 팬들도 내 에너지가 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받는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이니까. 내가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수용하지 못하니까"
"...."
"나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건 나 자신밖에 없어. 남이 주는 사랑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랑인거지"
"....."
"조금은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팬들의 응원이 가끔은 전부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사랑보다 스스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공허해져"
"....."
"진형이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나도 다 알 수 없어. 가족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거니까"
"...."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분명 네 습관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거야. 나도 그러고 싶고."
안그래? 윤기는 결국 울고 있는 탄소를 바라봄. 차마 소리는 내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탄소는, 처음으로 이 새벽이 마냥 잔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게 됨.
"나 우는거 못 봐. 잘 달래지도 못하고."
"아니에요. 금방 그쳐요."
"먼저 들어갈게. 중간에 나온거라, 할 게 많거든"
그렇게 좋은 말은 다 해놓고,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다시 작업실로 들어가는 윤기의 마음을 알기에 탄소는 인사를 하며 자신도 복도를 나섬. 어두운 곳에 있다 밝은 연습실에 들어오니 눈도, 코도, 볼도 다 빨개진 자신이 보임. 무슨 우연으로 만나고, 어떤 우연으로 시작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오늘의 새벽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탄소는 생각함. 순간 지민이 한 말이 떠오름. 무관심인척 유관심. 틱틱대지만 누구보다 다정하다는 형. 정말 다 이유가 있는거구나. 어쩌면 지민도 자신처럼 위로가 받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부러워지기도 함. 참 좋은 사람들과 팀을 이루고 있구나.
*
"내가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이제는 말 안해도 알지?"
아니....비트만 들려줬으면서...가사도 안썼다면서....비트만 들려줘놓고선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맞추라니....내가 무슨 도사도 아니고.....(꼬쓱) (머쓱)
며칠 전 받은 감동은 다 어디가고, 지금 탄소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건 윤기에 대한 짲응....! 이건 순 억지라고....!
"이것도 역시나."
"...."
"내가 애착이 가는 곡이니까"
그냥 자신이 만든 곡 다 애착가는거 아닙니까....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사는 어떤 느낌으로 쓰실건데요? 뭐 비트는 딱 봐도 신나고, 신나고, 신나고, 신나ㄱ...."
"흥탄소년단?"
"....예?"
"팬분들이 그런 말 많이 하시더라. 흥이 많다고 흥탄소년단. 분명 태형이나 지민이때문이지만."
"....."
"그냥 우리는 우리다. 나도 날 잘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난데 누가 날 아는거냐. 이런거?"
"...."
"아직 사장님한테도 말 안드리긴 했는데, 내 생각엔 이걸로 될거같아"
그러니까 생각해놔. 이번에도 믿는다. 알지?
그러면서 꿀차는 왜 또 주는거죠(?)
"이건 남준이꺼 아니야."
"...."
"남준이가 사다준거야. 너 하나 주라고."
"...."
"내껀 안사왔더라. 속 보이는 놈."
"네?"
"아냐. 가봐. 기대하고 있을게"
(나는 모르쇠)
결과물
↓↓↓↓
(정식 안무는 아니었지만 탄소가 만들어 놓은 후보 中 1)
(결국 콘서트 때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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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안녕! (잇진으로 신이 났다)
아허라 편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어라, 왜 갑자기 민윤기? 부제? 라고 생각하신다면, 으음.
오늘 딱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멤버 한명 한명씩 이야기를 쓰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구요 (제멋대로)
음. 그래서 글의 진도보다는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을 겁니다. 오늘 윤기가 해주는 말은, 음.
제가 쓰면서도 위로를 받았어요. 암만 생각해봐도 저런 사람이, 저런 말을 해준다면 전 정말 그 자리에서 ...(죽은자의 온기가 남아있다)
제가 무척이나 새벽을 힘들어하는 편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여러분도 무언가 위로를 받았으면, 합니다. 제 바람이에요. (마지막 에피는 너무 슬플 것 같아서...그래서....)
마지막에 후다닥 작업실로 향하는 윤기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실거라 믿어요. 막 도망가는게 아니라, 민망하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주고 싶기도 하는. 그런 마음이요.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가득한 글이었는데. 시간이 흐름에 점점 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글에 담는 기분이에요. 그렇기에 제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한명이라도 제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암요.
별 것 아닌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제가 지금 이 순간 진심이니 그걸로 되었어요! (파워당당)
언제나 댓글 달아주시는 제 원동력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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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댓글 달아주시는 여러 독자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의 헤르츠를 믿어요.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