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꽤 오랬동안 달렸다.
정말 어렸을때 가보았던 번듯한 번화가를 지나 약간은 외진곳의 오피스텔 앞에서 차가 멈추었다.
"여기서 지내고, 사정상 바깥에 혼자는 못 나가."
"네, 뭐 그정도는"
"꽃 잘 나와야하니깐 밥 잘 먹고."
"네."
"또 어, 그 네 마음 그거 잘 간직하고 응."
귀가 벌겋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다시 차에타고 갔고, 남은 남자들이 나를 집안에 구겨넣다 싶이 밀어넣고 문을 굳게 잠갔다.
꽤 깔끔하게 정돈된 방에서 한심하게도 일단 잠 좀 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불을 덮고 눕자 많은 생각이 일었다.
아빠 아니 그인간과,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나 하는 생각과
아까 그 남자의 말.
그러고 보니 이름을 몰랐다.
아는 것 도 이상하지만, 콜록콜록- 양귀비. 양귀비를 보았다.
내가 눈치없다 여기며 싫어했던 꽃.
이 양귀비가 나를 살린건지 점점 구렁텅이로 몰고가는 것인지 알 수없었다.
나에게 선택할 여력은 없었고 다만 나는 나에게 닥치는 좆같은 시련들에 이리저리 휩쓸릴 뿐이었다.
이 지경에 이른것도 내 선택이 아니었고, 내 삶자체가 그렇다.
그 와중에 살겠다는 의지는 또 강해서 이런저런 일에도 울고불고는 했어도 악착같이 살아왔다.
비굴하지만 나의 습성이다.
그 늪같고 진득한 곳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던 나의 습성.
양귀비.
어찌해야할지 생각하다가 그냥 머리맡에 두었다.
잠은 잘 오지 않았다.
해가 뜨기 직전에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뜬건 남자의 방문 때문이었다.
남자는 내가 긴 새벽동안 게워낸 꽃들을 집어 들었다.
아저씨는 이름이 뭐에요?
알면 뭐하게.
그렇긴 한데,
전원우
전원우...저는 김너봉이요.
그래.
피곤에 쩍쩍 갈라지는 흉한 내 목소리와는 달리 낮게 깔리는 남자의 목소리는 정갈했다.
전원우라는 이름이 낮고 정갈한 목소리로 한번, 비척한 목소리로 또 한번 불렸다.
전원우는 잘 지내고 있으란 말을 흘리며 집을 나섰다.
문이 또 한번 굳게 잠겼다.
남겨진건 외로움과 나 둘뿐이었다.
닫힌 문 밖에서는 원우가 문을 지키고 있는 남자들에게 일러두었다.
"쟤한테 혹시라도 약 같은거 꼽으면 조져질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