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대윤.
동거
형, 주말엔 뭐해요?
"응, 가만히 쇼파에 누워 있어."
-응, 가만히 쇼파에 누워 있어.
에이, 좀 씻고 그래요. 안만나도 그래도 사람답게 있어야죠.
"그러게. 이제 좀 씻을라고."
-그러게, 이제 좀 씻을라고.
어, 다 왔다. 형. 밖에 진짜 이쁜거 알아요?
"글쎄. 우리 언제 만날까?"
-글쎄, 우리 언제 만날까?
도착하고 전화 할께요.
"보고싶다."
-보고싶다.
....나도요.
며칠 째 인지 모른다. 학교는 안 나간지 오래고 집안에선 누군가의 퀴퀴한 냄새만 가득 차있다. 홀애비 냄새 일까? 아니, 생각보다 지독하다. 아마 뭔가 있을 거야.
쇼파에 코를 묻는다. 그래. 이 냄새지. 아직도 켜져 있는 휴대폰에선 어떤 둘의 음성만 울린다. 2011년 10월31일. 아, 오늘이 아니구나. 난 오늘인줄 알았는데.
나는 여기에 묶여져 멈춰있는데 시곗바늘은 계속 하나.하나.둘,셋.. 꼬박꼬박 움직인다. 아무도 날 기다려주지 않아. 시계도 날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숨을 쉴수가 없다, 이 독한 공간에서. 있잖아, 이게 타인의 향일까? 너도 궁금하지 않아? ... 계속 반복되어 울려나오는 그에게 묻는다.
"왜 대답이 없어?"
난 연극을 좋아한다. 지금 여긴 정신병원이고, 나는 정신병자다. 단지 연극일 뿐이고, 난 진실이 아니다. 휴대폰을 잡고 묻는다. 그에게 묻는다. 그는 듣는다. 아니 그가 진짜 그일줄 누가 알아? 말하잖아 내가. 난 정신병자고. 이제 이 물건은 그야. 당연히 대답이 없다. 향들이 내 몸을 옭아매지만 흩어지듯 일어나 휴대폰을 던진다. 하지만 아무 흔적도 큰 파열음만 있을 뿐 마지막에도 같은 대답일 뿐. 내가 바라는 대사는 읊어 주지 않는다. 그대여, 왜 답이 없는가? 아쉽게도 내연극은 끝났다.
- 도착하고 전화할게요.
"보고싶다."
당신이 그렇게 나와 주면 나도 똑같이 나와줄게. 내 희극은 꼭 흰색으로 칠하고 싶거든
+
'도대윤'
'검색 결과가 0건 입니다'
불안함에 손톱만 뜯어대며 다리가 자연스레 떨린다. 언제 이렇게 된거야? 난 널 지운 적이 없단 말야. 나간 액정에서 두드리던 키패드는 대윤이를, 갈라진 화면 사이에선 그의 이름을 외쳐 보지만 흔적 조차 없다. 문자도 없어. 잠겨놓은 음성 메모 뿐이야. 장난해? 심지어 통화기록또한 없어. 너와 나의 생일로 남겨놓았던 비밀번호는 어느새 내 생일밖에 안되있어. 이건 내가 한게 아냐. 또 다른 나 가 한거야. 난 이런 적이 없어. 언젯날 알코올 때문에 홧김으로 한거겠지. 난 소리를 지를 수도 없어. 이제 나는 미치광이 이기 때문이거든.
정신을 차리고 니 냄새를 맡으며 옷장을 열었어. 그런데 입을게 없어. 옷은 많은데 입을게 없어. 니가 준 옷, 이젠 내향으로 가득차 두려워. 니 냄새를 이젠 맡을 수 없잖아. 내가 뭘 입고 어딜가. 널 볼 수 없는데 이젠 내가 어떻게 있어 어떻게 숨을 셔. 소매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켜. 아, 미세하게 나는 니 냄새에 내 닫혀있던 마음이 뜨겁게 녹아 흘러내리고 있어.
옷장 문을 닫고 뒤돌아보면 니가 있겠지만 온종일 방안을 뒤져도 너는 없어. 항상 웃고있던 니 입술이 없어. 날 바라봐주던 눈동자가 산산조각나. 내 목소리를 들어주던 그 달콤한 귓바퀴는 찢어져 없어져. 내 얼굴을 이뤄만져 주던 팔목은 부서져 없어. 내 허리를 옭아 매던 니 다리는 이제 꺾어져 사르르 재가 되어버려. 거울엔 보기싫은 끔찍함 만 담은채 너는 없어. 마치 내 몸뚱아리가 쏟아져 내리는 거 같아. 몸이 뜨거워, 토할거 같아. 어딨어. 빨리와줘.
변기를 잡고 한참을 뱉어내다 위액만 허여멀겋게 흥건해. 막힌 하수구에는 검은 너의 머리카락이 새어나와. 아직도 욕실 안 가득 깊게 니 머리카락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내목을 조이고 있어. 너와 내가 마주 보았던 칫솔 두개가 나란히 손을 잡고 담겨져 있어. 아, 네 냄새가 여기서 삐져 나왔구나. 반대편 솔을 가득 들이쉬지만 새그로운 치약향만 내 목젓을 건드려. 아마 0.2%는 포함되있을까, 이성분에 너의 숨결과. 너의 타액. 내 몸을 서서히 감싸는 괴물에 아찔해 비틀거리다 욕실 문을 닫아. 이렇게 너의 흔적들이 많은데 널 어찌 잊으라는 거냐? 불이나간 한쪽 전등이 깜빡이며 내눈을 바라봐.
밖으로 보이는 옷장엔 내옷들 사이에 걸린 너의 옷자락들. 아무리 찢어놓아도 아직도 난 널 보고 있나봐. 보고있니, 모든게 너만빼고 그대로 인데..
아직도 홈피엔 비공개로 너의 사진들로 남아있어. 아무도 보여주지 않고, 심지어는 너한테도 보여주지않은 기억들로 가득 차있어. 니가 잊혀지기 두려워서 다 담겨있어. 친구들은 눈치없게도 니 안부를 물으면서 어디냐고 살아있냐. 타박하고 있어.
'잘지내? 여긴 수원이야. 난 잘지내고 있어. 요 근래 원룸을 얻어서 다행이지만.....'
니가 드디어 메일을 쓸 수 있다고 기계사이로 기뻐하던 목소리를 들려주며 하나하나 보내준 편지들. 메일에도 너의 얼굴이 묻어 있나봐. 보관함에 지우지 못해 푹 담가놓아 실로 꿰메고 있어. 그리고 나도 이제숨어가고 있어. 여전히 너만 빼고 다 그대로야. 이젠 니가 날 괴롭히는지 이 공간에 자연스레 몰래 틈으로 숨어든 기억들이 날 옭아매고 찢어, 조금씩 잔인하게 숨을 죽여가고 있어.
쇼파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보며 다시 똑같이 눈을 감고 뜨지만 모든걸 다버리고 내팽기고 태워도 부셔도 지울수 없나봐. 매일 내꿈속에 너는 흰티에 청바지를 입고 나에게 달려와. 그리고 내코를 부딪히며 입을 맞춰. 내 입을 파고들어온 너의 혀는 무엇보다 달콤해서 마약을 하는것 같애. 아아. 매일 서로의 혀가 서로를 옭아매고 나를 옭아매. 아무리 모질게 대해도 넌 다시 달려와 웃으며 내 입술을 햩아. 여태껏 지켜주지 못한 약속들도 아직도 못 지키고 있어. 하지만 자책감은 없어.
칼로 서서히 내 손목을 새기고 있어. 그런데 피는 흘러나오는데 아픔은 흘러나오질 않아. 아마 니가 대신 아프는걸 꺼야. 그렇지? 있잖아, 사실 나 미술쪽 나왔어. 그림도 어설프지만 누구보단 더 기괴하게. 또라이 처럼 그릴 수 있거든. 난 빨간색이 마음에 들어. 난 지금 새겨진 이 명화가 마음에 들어.
+
캄캄한 어둠속에 두 사람이 누워있다. 베란다 밖으로 그나마 눈 부신 달 빛만이 그들을 비추고 그들은 웃는다.
"사랑해요."
"나도."
"잘자요."
"너도.내꿈꿔."
뭐에요. 작은 실소가 오가다 다시 조용해진다. 서로 사랑을 나눈지 근래 몇 되지 않은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나란히 누워 있다. 아 기분좋아. 둘은 서로에 대해 생각한다. 고요한 정적속에 서로의 숨소리가 누구보다 더 크게 퍼진다.
뭐? 사랑해? 사랑한다고? 누가? 누가 누굴 사랑해?
희미하게, 달빛보다는 적은 날카로운 선이 얼굴을 비추자, 대윤이 얼굴을 찌푸리며 조그맣게 실눈을 떠 앞을 직시한다. 그리고 방안에 사이좋은 파동이 퍼지고, 잠시 어떠한 둘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고요함속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건 자신의 현재 연인. 장범준. 환하게 웃는다. 하지만 곧 머리와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핏빛에 다시 얼굴을 굳으며 주의를 둘러본다. 여기가 어딜까, 우리 집은 아니야. 아니, 우리 집인 거 같아. 아니야. 아니, 여긴 어디지. 우리집 같아. 근데 아니야.. 정신차려.형.
눈물이 떨어질것 같은 얼굴로 범준을 잡으러 손을 뻗지만 손이 나가질 않는다. 당황함과 울컥함에 나 자신을 보지만 비쳐진 유리창엔 자신은 의자에 손발이 묶인채로 앉아 있다.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지며 눈밖도 새하얗게 된다. 어떻게 눈물이 안나오는거지. 멍하니 자신의 애인의 피를 보며 패닉에 빠진다. 침착하지 못하며 마치 수전증에 걸린 사람처럼 눈동자마저 풀리고 손발만 덜덜 떨어대며 얇은 빛에 새어나오는 그림자를 향해 서서히 눈동자가 잡으며 고개가 부자연스럽게 삐뚤어진다.
"안녕?"
김형태. 김형태다. 당혹스러움에 얼굴근육이 경련되고 굳어 딱딱히 변해버린다. 뭐야. 형태형. 이게 뭐야.
"쨔잔. 서프라이즈-"
"형,뭐야? 범준형은 왜이래? 어? 뭐야? 난 왜그런거야?응? "
"아아-, 저사람이름이 장범준이였구나. 이름 멋있네 장-범-준."
"당장 풀어줘."
"아니, 난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포장은 뜯고 봐야지."
각자 다르게 올라가는 눈꼬리가 이렇게 무서울순 없었다. 왕창 올라가 함박웃음을 짓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천진난만한 얼굴도 믿어지지않고 그저 돋아나는 소름에 내 정신까지 사이코가 되어 미쳐버릴거 같아. 영화 한편을 보는거 같다. 미저리.
"형..ㅎ,형. 왜이래... 응? 정신차려... 원래 이런사람아니잖아.."
"대윤아. 날 싫어해?"
실실 웃던사람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묻는다.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는듯, 태연하다는듯 말하는 그 두 눈이 더 공포로 내 가슴안을 꽂아내린다.
"아니... 내가 형을 왜싫어해...하..하하....."
"그럼 날 사랑해?"
"당연하지!당연해! 난 형 사랑해... 그러니까 그거 제발놓고... 정신차리자...응?형....."
어느새 대윤의 팔위로 올라온 피스톤이 움직이고 있다. 어느새 공포로 차지한 내얼굴을 보며 김형태는 즐긴다. 안돼 제발.
"나도 널 사랑해."
"형,잠ㄲ....."
따끔한 고통이 날 파고들고, 서서히 차가운 액체가 내 몸을 스며 들게 하며. 날 지배한다. 멀쩡하던 정신이 희미해지고 온 핏줄이 시리다. 뇌가 핑핑 돌고 온 기관들이 제어를 못하는듯 사지가 저리고 약이 다 떨어진 시곗바늘 처럼 끽끼익 대며 작동을 멈췄다. ㅎ...ㅕ....흐......ㅎ.......혀....ㅕ....ㅇ.....
괜찮아. 모든게 다 끝났어. 이젠 안아퍼....
가만히 날 바라보는 그를 안은채 중얼거린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온기가 따뜻하다.
이냄새야. 이제 내 몸에 네 향이 가득하구나.... 이번연극은 참 마음에 드는거 같아. 히로인의 사랑이 가득 담겨있던 무대가 끝났어.
"그래도 널 사랑했는데..."
난 그를 꼭 안았고, 시곗바늘은 멈췄다.
이거 뭐 제목은 나름 훈훈한데 내용은 사이코네여 ^^;;
여기 도대윤 햩는분음슴?!ㅠ,ㅠ
읽어쥬시는분 스...스릉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