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몇시냐." "두시. 잘- 하는짓이다. 다 큰 성인여자가 고딩한테 들처업혀서나 오고." "뭐래.... 아 머리아파." "엄마가 너 해장국은 없대." "아 왜!" "그러게 누가 그렇게 새파랗게 어린애 끌고오랬냐?" "아 새파랗게 어린애가 누군데!" "너 기억안나냐? 오세훈인지 뭔지. 니가 존나 껴안고 오더만?" "........." 얼핏얼핏 기억사이로 떠오르는 나의 추한 모습. 아 맞다. 나 어제 걔랑 술마셨었지. 녀석의 고백이후로 정신줄을 살짝 놓고는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날 잡고 무작정 카페안으로 다시 들어가버렸던 오세훈이 기억난다. 그리고, 카페를 나오던 찬열이랑 부딪혔었지. "ㅇㅇㅇ 너...." "안녕하세요." "너 괜찮아? 울었어?" 내 얼굴을 살피려는 듯 자연스레 손을 뻗어오는 박찬열의 태도에 움찔한것도 잠시 오세훈이 그런 녀석의 팔을 턱 잡아버린다. 그런 놈의 태도에 놀란건 나도 나겠지만, 박찬열이 제일 놀랐겠지. "아저씨." "ㄴ...나? 나 아저씨 아닌데. 나 ㅇㅇ랑 동갑인데?" "삭았어요. 우리돼지보다." 평소에 들을때는 완전 얄미웠는데, 오늘은 속이 다 시원하네. 더 해줘 오세훈! 어벙한 박찬열의 표정을 보곤 잡은 손을 더 꽉 쥐어오자 날 돌아보곤 살짝 웃은 녀석이 박찬열 뒤로 보이는 정수정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든다. 그리고 그런 오세훈을 향해 반갑다는듯 손을 휘적여보이는 정수정. "아저씨 자꾸 우리 돼지한테 작업걸지 마요." "왜?" "돼지가 아저씨 싫대." "야 내가 언제!" "아무튼." 내가 놀래서 팔을 붙잡아오자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내뱉는 오세훈. 그런 녀석의 말에 박찬열은 이미 멍해져 실소만 터뜨리고 있다. "아저씨 자꾸 우리 돼지 꼬시면." "꼬시면?" "나도 아저씨 여자친구 꼬실거야." 기어이 녀석의 비장한 발언에 푸하하 하고 박찬열이 웃어보이자 마음에 안든다는듯 박찬열을 째려본 오세훈이 날 질질 끌고는 구석쪽 테이블에 앉는다. "돼지야. 나 너 때문에 무대 빵구내서 점장형한테 혼날지도 몰라." "그래 어떡하냐?" 가만히 무대를 들여다보던 오세훈이 날보며 울상을 지어보인다. 그런 녀석이 귀여워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니 헤헤 웃어보이며 나에게 맥주잔을 들이대던 녀석. 그리고는 녀석과 한잔 두잔 마셔대었던것 같다. 근데 문제는. 그게 내 기억의 끝이라는거. "야 나 어제 걔한테 업혀왔어?" "응. 아빠가 너 외출금지령 내릴거래." "뭐? 왜!" "왜긴 왜야. 너 걔가 어제 교복 안입고 있었던 걸 감사히 여겨-" 그래 그건 그렇네. 지끈지끈 울려오는 머리를 한손으로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런 나에게 핸드폰을 툭 던지는 김종인. 아 근데 왜 맨날 핸드폰을 이마쪽으로 던지냐고! "아파!" "병신. 아까부터 계속 전화 와." 이불속에 떨어져 징징 울려대는 핸드폰을 잡아드니 액정에 떠오르는 고딕체의 글자들. "이거 누구냐." "나도 몰라. 받아서 여보세요. 하니까 뚝 끊잖어. 그래놓고 계속 전화해- 그거 그리고 니가 저장했냐? 네임센스봐라-" "야 넌 내가 이렇게 저장할거 같냐?" 돼지농장주인. 딱봐도 예상이 간다. 어쩜 이렇게 이름도 지같이 지어놨는지. 잠시 끊겼다 곧 다시 오는 진동에 전화를 받는데 주변소리가 시끌시끌한게 딱 학굔데, 오세훈은 왜 그런지 말을 하질 않는다. "여보세요?" [돼지야!] "왜 말을 안해. 전화해놓고." [자꾸 어떤 남자가 받아.] "동생이야." [응.] "야 너 근데 이거 저장 니가 해놨지. 죽을래?" [내가 안했는데. 돼지 니가 어제 술먹고 저장한거잖아.] "구라치지마!" [어떻게 알았지. 너 어제 기억나 돼지야?] "아니. 기억안나. 너랑 몇잔 들이마시고부터 기억안나." [그래? 그럼 나 오늘 여섯시까지 너네집앞으로 갈테니까 그때까지 집앞에 서있어- 야야- 너 그런게 어딨어! 너 오늘 곡 맞춰보기로 했잖아-] "뭐냐? 누구야?" 옆에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누구냐고 물어도 한창 얘기하느라 바쁘신지 내 말은 안중에도 없다. [뭐라구?] "아냐. 끊는다." [잠깐만, 돼지야. 오늘 너 우리 학교앞으로 와. 지금 세시니까, 다섯시에.] "내가 니 시다바리냐? 오라그러면 오고 가라그러면 가게?" [아니- 내 여자친구니까.] 여자친구래. 괜시리 부끄러워져 전화를 붙잡고 가만히 놈의 숨결만 느끼고 있는데, 나와 사귄다는게 녀석의 친구들에겐 꽤 흥미로운 뉴스거리였는지 놈의 주변에선 웅성거림이 한창이다. 그래 오세훈이 한 비주얼하긴 하지. 그런데 왜 다 기집애들밖에 없어? 쫑알쫑알 옆에서 들려오는 여자애들 목소리가 거슬려 녀석을 연거푸 부르니 그제서야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전화를 받는 오세훈. [돼지야. 그럼 꼭 와. 나 끊는다- 안녕!] "ㅇ...야!" 뚜뚜뚜. 끊겨버린 전화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면 옆에서 끅끅거리며 제 무릎까지 치며 웃고있는 김종인이 있다. "미쳤니 종인아." "너 고딩한테 잡혀사냐?" "아니, 이 새끼가 좀 또라이야." "너 어제 기억안나냐? 남자친구한테 또라이가 뭐야 또라이가." "니가 어떻게 알어?" "니가 어제 걔 끌어안고 와가지고 얼굴에 뽀뽀 들이붓드만, 이뻐죽겠다고." "뭐?" 얼굴에 뽀뽀를 들이부어? 내가? 김종인에게 목소리를 높여 되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를 슬쩍 닦아보인다. "응. 아주 이뻐 죽을라하더만?" "내가 언제." 굳은 내 얼굴을 보곤 웃겨죽으려고하는 김종인을 밀치고 거실로 나가면 날 보자마자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내는 아빠가 있다. 그리고 옆에서 과일을 깎아 아빠에게 건네며 웃는 엄마. "....어제 그 놈 누구냐." "누구. 나 기억이 안나." "엄마는 걔 마음에 든다- 사글사글하니 남자애가 귀엽기도 하고." "뭔소리야- 나 기억 안난다니까." 과일을 하나 입에 물며 대답하고 있는데, 눈치없는 김종인새끼. "엄마- ㅇㅇㅇ 남자친구생겼대요!" "저게 진짜." "그것도 완전 어린-" 설마 말할려는건 아니지? 아니, 저 새끼는 말하고도 남아. 고등학생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녀석의 입을 틀어막은 내가 질질 방으로 끌고들어와 손을 떼자마자 제 입술을 팔뚝으로 북북 부비며 날 째려보는 김종인. "아 존나 더러워! 너 안 씻었잖아!" "니가 지금 그말이 나오냐?" "응, 돼지님- 오늘도 그 농장주인분 만나러 가세요?" "닥쳐라 진짜." "싫어." "제발." "그게 지금 부탁하는 사람 표정이냐?" "나 원래 부탁할때 이 표정인데?" 태연하게 팔짱까지 끼며 말하자 어이없다는듯 허 하고 웃더니 이내 샐쭉웃으며 아이스크림. 하고는 내 옷깃을 잡아오는 김종인. 역시 너는 존나 초딩새끼야. "그럼 아빠한테 말하지마라?" "응." "가자. 옷 입어." 대충 눈에 보이는 옷가지들을 걸쳐입고는 집을 나선다. 거실을 지나는 내내 여전히 따가운 아빠의 시선. 아빠, 나 눈빛으로 지져죽일라고? 꽁한 표정으로 김종인과 집을 벗어나니 이제 좀 숨이 트이는 것 같은 기분에 한숨을 푹 내쉬자 옆에서 또 깝죽깝죽 말을 걸어오는 김종인. "야 그러면 너 박찬열 이제 안 좋아해?" "원래 안 좋아했는데?" "구라치지마. 미국간다고 존나 처울었으면서. 그때 사진을 좀 찍어놨었어야되는데." "너 아이스크림 먹기싫지?" "나 베라밖에 안먹는다. 알지?" "입만 고급인 새끼." 그렇게 김종인과 투닥거리며 걸어가고있는데 주머니에서 지잉하고 울리는 핸드폰. 보나마나 오세훈이겠지. [내가 오늘 내 친구들 소개시켜줄게! 꼭 와야돼] [응] 무성의하게 답장을 해주고는 핸드폰을 집어넣으니 넣자마자 울려오는 진동. 아오 넌 수업을 안듣냐? [보고싶어 돼지야] [수업 들어라 스토커] [나 스토커 아니라니까?] [응 그래] [씹냐?] 너무 단답이었나. 응 그래를 마지막으로 오지않는 녀석의 카톡에 씹냐 라는 카톡을 한개 더 붙이고서야 입맛을 다시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베스킨라빈스로 가려는 녀석을 잡아끌고 억지로 들어간 빙수집. 맘에 안 드는지 입을 삐죽 내민게. "야 입 집어넣어라." "나 베스킨라빈스!" 이거이거, 꼭 저번에 내가 오세훈한테 삼겹살 사달라고했을때 같네. 내가 이런 모습이었나. 좀 돼지같긴 하네. "아 왜 존나 아이스크림 사준다며!" "나 아이스크림 싫어." "지랄하지마 니 존나 좋아하잖아. 아이스크림이면 환장하는게." "빙수가 더 좋아." "그래? 그럼 다음에 나랑 둘이 오자 돼지야-" * 피곤피곤 노곤노곤 내일 오후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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