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 Out Loud-I Can't Stop
잠깐 초창기로 돌아가서.
모처럼 20대 끝자락에 키우게 된 반려견인지 사람인지 하여튼간에 이름을 지을 필요는 있겠지 싶어서 윤기가 남준이 이름을 고민했으면.
그냥 평범하게 뽀삐로 할까, 하다가 씻겨놓고 보니 윤기가 흐르는 대형견에게 그런 이름은 썩 어울리지 않아 탈락.
나름대로 지인인 석진이나 호석이, 그리고 태형이가 다같이 있는 단톡에도 물어봤지만
그네들끼리 강아지 기르냐, 부터 시작해서 이름을 지어주다가 삼천포로 빠져 윤기가 카톡알림을 끄고 핸드폰을 던졌으면.
사람의 모습으로 윤기가 건네준 조금 작아보이는 옷을 겨우 낑겨입고
멍한 얼굴로 아직 집구조가 어색해 여기저기 어색하게 걸어다니는 남준이를 붙잡아 앉혀놓았으면 좋겠다.
한참을 남준이 얼굴을 보면서 보조개 깊으니 보조개라고 지을까, 그냥 멍멍이라고 부를까.
이러면서 엄청 고뇌에 빠져 엄청나게 고민했으면.
아예 작업실까지 들어가 펜을 붙잡고 열심히 남준이의 이름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네이밍센스에 경악하며 의외의 곳에서 열정을 불태운 윤기가
드디어 이름 후보 몇 개를 추스려 이 중에서 저 강아지가 고르는 걸 이름으로 하자, 고 당차게 결정한 뒤에
이름 후보가 적힌 포스트잇을 가지고 다시 거실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기가 남준이보고 네 이름을 정했다고 말하려는데, 이름이라는 걸 듣자마자 남준이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내 이름? 김남준."
이라고 말해버렸으면 좋겠다. 자신이 지은 이름보다 훨씬 훌륭하고 진짜 사람이름 같은 이름에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 윤기가 포스트잇을 뒤로 몰래 감추고 꽉 쥐어서 구겨버렸으면.
그리고 짜증이 담긴 손길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준이는 그런 윤기 옆에서 쓰레기통에 바로 들어갔다고 박수를 치며 감탄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