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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택엔] misfortune 完 | 인스티즈




misfortune

─ 불행



*
원식은 급하게 숙소 문을 열어 제끼고 들어와서는 멤버들을 거실로 다 불러 모았다. 학연도 원식의 말에 거실로 나왔다. 원식은 그런 학연을 보자마자 끌어 안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감출려고 노력했다.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갑작스러운 원식의 행동에 약간 몸을 움찔하는 순간, 자신의 어깨가 젖고 있다는것을 느낀 학연은 자신을 안고있던 원식을 떼어내 그의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 보았다.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보고 울고있는 원식이 왜 이러는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알고 있는건가 싶어, 마음 속 한켠에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형,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요. 그렇게 혼자 모든걸 다 끌어안고 있으면 해결이 되요?"
"…김원식,"
"언제까지 숨길려고 했는데? 우리가 알아줄때까지?"

원식의 말에 학연의 두 눈동자가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눈물을 닦은 원식은 멤버들을 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녹내장 말기래. 나도 방금 병원가서 듣고 온 소리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김원식, 너 어디서 무슨 이상한 소리를 듣고와서, 지금 그 말을 우리보고, 믿으라고?"

원식과 홍빈의 말로 인해, 숙소의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재환은 다짜고짜 학연에게 달려들어 멱살은 잡고서는 거짓말이죠? 라는 말을 계속해서 내뱉고있었다. 억지로 웃으면서 거짓말 이잖아! 라고 소리치는 재환의 목소리에 모두가 멍하니 학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재환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상혁은 울지 않을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리가 울게되면 더 아플 사람은 분명 학연이었기에 상혁은 울지 않을려고 먼 곳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택운은 예상했던 일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닥쳐 오로지 학연의 반응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괜찮은 척 하고 있지만, 지금 누구보다 더 아플 학연이었기에 택운은 다가가지않고 멀리서 보기만했다.

"왜 숨겼어요? 왜 말 안했냐고!"
"말한다고 뭐가 달라져? 내 눈이 돌아와? 아니잖아! 말해봤자 달라지는거 하나도 없잖아!"

재환의 말에 악에 받쳐 학연은 울부 짖었다. 무엇보다 힘든 건 학연이었다. 갑작스런 녹내장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 누구보다 힘들었고, 자꾸만 흐려져 보이지 않는 현실이 무서웠다. 어쩌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보고싶어도 이젠 마음대로 볼 수 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처럼 눈을 뜨고 일어나면 항상 눈을 내리쬐던 햇살이 이젠 느껴지지 않고, 날 향해 응원해주던 팬들도 보이지 않고, 항상 수고 했다면서 웃어주는 부모님도. 바로 앞에서 목소리는 들리는데, 얼굴은 볼 수 없다는게 얼마나 사람 환장하게 하는건지… 그래서 학연은 언젠가부터 자꾸만 눈을 습관적으로 비비기 시작한거 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혹시라도 비비면, 보일수있을까봐 그 희망 하나에 눈이 벌게질때까지 자꾸만 손으로 문지르기를 반복했다.

"다 괜찮아요. 이젠, 우리가 곁에 있으니까."

따뜻한 원식의 말에 감았던 눈을 떴다. 하지만, 도통 보이질 않았다. 눈 앞에 있을 멤버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갑갑해진 가슴을 벅벅 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 눈을 아무리 반복적으로 감았다 떴다해도 보이지 않는건, 바뀌지 않았다.

"내가, 나갈께. 이대로 활동도 불가능할꺼고, 내가 나가는게 맞는거 같아."
"…"
"나, 솔직히 너무 무서워. 눈 앞이 안보이는 내가, 대중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노래부르고 춤을 출수 있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혼자 버텨 나갈수 있을까?"
"…"
"답답해, 아무것도 안보여서. 너무 답답하다고!"
"형 빠지면, 그냥 우리 해체 할거에요."

상혁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들어 상혁을 쳐다봤다. 오랫동안 아꼈던 동생 상혁까지 저러니까, 학연은 더 숨이 막혀오는것만 같았다. 미쳤어? 우리 연습생 생활 할때 기억안나?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 하나 때문에 이 모든걸 포기하겠다고? 상혁을 보고 학연은 소리쳤다. 그런 학연의 모습에 택운은 다시한번 콧잔등이 시큰거리는 걸 느꼈다.

"형, 미안해요."

홍빈의 갑작스러운 말에, 학연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홍빈이 건내주는 폰을 보고서야, 홍빈이 왜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 어떤 일이 우리에게 닥칠 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홍빈이 트위터에 올렸던 글은 5분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 빠르게 퍼져나갔다. 물론, 그럴만도 했다. 내용을 보자면, 빅스의 홍빈도,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네요. 자신의 트윗 하나에 의해 실시간 검색어에 빅스가 올라간게 그저 놀라웠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이, 뭔가 씁쓸하면서도 웃겼다.

"나 없이도, 하면 되잖아!"
"형 없으면, 누가 빅스 리더하는데요?"



*
며칠 후, 홍빈의 트윗에 올라온 의미심장한 글 덕분에 해체설 아니냐면서 온 갖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 수 밖에 없다고 했고, 학연은 그런 사장에게 마지막이 될 인사를 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기 전, 멤버들은 서로를 한참을 마주보고 서있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함께해왔던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믿고, 어찌 보면 가족과도 같았다. 이제 이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더는 빅스라는 이름으로 멤버들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자회견장 안으로 들어오는 멤버들이카메라에 비춰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쉴틈없이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쉬에 눈 조차 뜨기 힘들 정도였다. 학연은 애써 태연한 척 자신의 앞 마이크를 더듬거리며 찾고 있는데, 그런 학연을 모습을 본 택운은 자신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학연에게 건내주었다. 받은 마이크를 자꾸만 만지면서 학연은 뜸을 들였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순간, 재환이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채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빅스, 이 시간 이후로 해체를 선언합니다."

굳어진 얼굴을 풀고는 일부러 밝게 말하려 애썼다. 하지만 자꾸만 떨려오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학연은 힘없이 쥐고 있던 마이크를 내려놓고는 더 이상 모든 질문에 답은 하지 않겠다는 원식의 말을 뒤로한채 기자회견장을 나왔다. 나오는 순간까지, 학연은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팬들을 위해 하고 싶었던 말들을, 참고 또 참아냈다. 사랑한다는 그 짧은 한마디라도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모든 상황에 제일 아파하고 있을 팬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
"형, 눈 이식 수술 날짜 잡히면, 저한테 꼭 전화 해요."

학연은 자신때문에 해체된것만 같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이 못마땅스러운 재환은 억지로 웃으면서 학연에게 장난을 쳤다. 어떻게든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랬던거 일지도 모른다.

"미안해 하지마요. 형 잘못 없어."
"눈 이식 받고 다 회복되면, 다시 새롭게 출발하면 되지."

홍빈과 원식의 말에 천천히 숙였던 고개를 들어, 멤버들을 한명씩 훑어보았다. 언제나 내 곁에서, 힘들때마다 챙겨주고 했던 평생지기 택운이. 눈물이 많아 항상 걱정되는 원식이. 장난도 많고 애교도 많지만, 가끔씩 힘들때 기댈수 있었던 재환이. 잘생기기도했지만, 배려심이 강해 언제나 힘이 되어줬던 홍빈이. 제일 아끼는 동생 상혁이까지.

"다들 너무, 고마워."

학연은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말 너무나도 그들에게 고마웠다. 서툴겠지만, 이런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
학연은 자신의 얼굴에 손대고 있는 팬들의 손길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행복한지 웃으며 눈을 감았다. 계속 이 행복함이 떠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 학연은 꿈에서 깼는데도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현실 앞에 닥칠 일에 부정하며 돌아서고, 또 돌아서고 싶었다. 그래서 눈을 감은채 누워있었다.눈을 뜨게 된다면, 내 앞에서 하나 둘 사라져가는 팬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물이 날게 뻔하니까… 이런눈으로 아무것도 할수없다는게 그저 미안한 학연이었다.

"맨날, 맨날. 이런 꿈이나 꾸고, 진짜."

항상 눈을 떠도 학연이 보고 있는 세상은 언제나 어둡기만 했다. 죽을 듯이 아프고 괴로워서 학연은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자신이 받은 사랑에 비해 팬들에게 전해준 사랑이 너무나도 적었던거 같아, 괴로워했다. 신경질적으로 주위에 있던 물건을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던졌다. 그렇게 해서 저번에 깼던 창문이 몇개가 되는지 셀수조차 없이 많았다. 테이프로 칭칭 감겨져있는 창문이 그의 고통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것만 같았다. 아무리 이렇게 혼자서 소리치고 울어봐도, 돌아봐주지 않아 학연은 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벨소리에 더듬거리며 폰을 찾았다.

"여보세요?"
"ㅇㅇ병원인데요, 차학연 환자분 맞으신가요? 눈 이식 수술 날짜 잡혔습니다."

전화를 마친 학연은 빠르게 다른 멤버들에게 돌아가면서 통화를 했다. 꼭 다시, 돌아가자는 생각하나만 머릿속에 가득찼다. 하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이 마음 속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
병원복으로 갈아입은 학연은 보이지 않는 제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의 손길을 받아 옷을 입어 본다는 자체가 그에게는 너무 낯설기만 했다. 학연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싶었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병실에 있는 시트에 앉아 따뜻함을 마음껏 느껴보았다. 가만히 눈을 감은 학연은 이젠 불행은 끝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알 수는 없었다. 어떤 일이 그들에게 닥칠 지, 어떤 결말이 그들에게 다가올지.
학연의 전화를 받은 멤버들은 한아름 무언가를 들고는 그가 있을 병실로 향하고 있었다. 발걸음이 너무나도 가볍게만 느껴졌다. 이때 복도 저 끝에서 카메라를 든 한 사람이 멤버들을 닥치는대로 찍어대고 있었다. 수도 없이 눌러지는 셔터.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찍힌 사진을 보고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아마, 그는 빅스의 파파리치 인것같았다. 그가 계속해서 자꾸만 눈에 거슬렸던 그룹이기에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빅스를 쫓기 시작한 것이었다.
누구보다 더 멀리서 빅스를 응원하고 있었던 그였기에 빅스 해체설을 보고 가슴 아파해왔다. 학연이 없는 걸 보고 환자를 학연을 예측하고서 조심스럽게 병원에서 멀어져 갔다.

병원 앞에서 포착된 빅스. 리더 N은 어디에? 오후 00시 경 00병원 앞에서 얼마 전 해체를 선언했던 그룹 빅스의 멤버들 모습이 포착되었다.
(중략)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멤버 N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았고, 이에 네티즌 들은 N이 병원에 있는게 아니냐, 해체의 이유가 이 때문이냐는 식의 추측을 선보이고 있다.

급속도로 퍼진 기사의 내용. 많은 네티즌들은 그 기사를 확인하고서는, 그들을 안타까워했다. 하루빨리 연예계로 돌아올 그 날만 기다렸다.


*
멤버들이 학연의 병실에 도착할 그 시각, 의사의 부름에 학연은 진료실로 향하고 있었다. 학연이 들어옴과 동시에 의사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 들어온 학연을 쳐다보았다. 학연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의사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눈 이식 수술날짜가 잡혔지만, 이 말은 미리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왠지 모를 불안감이 학연의 온 몸을 휘감았다. 그래서인지 의사의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 이 답답한 공간속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수술을 한다고해도 재발 가능성이 있어요."
"저한테 그 말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데요?"
"…"
"재발 가능성이 있으면, 수술 할 필요도 없겠네."

학연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보였다. 어차피 해서 재발할 거라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재발이라도 하게된다면 나에게 두 눈을 기증해주신 분께 너무나도 미안해지기에…

"수술 안할래요. 저 그냥 안할게요."
"…"
"그래도 원래 예정된 수술날 까지는 병원에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원래 제가 이식할 수 있었던 눈은 다른 분께 꼭 주시고요."

힘겹게 쏟아져 내릴 듯한 눈물을 참아냈다. 학연은 또 혼자서 다시 그 많은 아픔을 참아내야했다. 그리고 또, 멤버들에게 숨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갑갑해져왔다.


*
며칠 후, 숨통을 조르는 듯한 현실에 못 본척 하려고 애썼다. 놓을 듯한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서는 학연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둘러쌓인 자신의 눈 앞에 몸을 웅크렸다. 서서히 학연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이내 이성을 잃고서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댔다. 간간히 들려오는 깨지는 소리에 밖에 숨을 돌리고 있던 멤버들은 하나 둘 병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난동을 피우고 있는 학연의 모습에, 멤버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출수 없었다. 바로 내일이면, 눈 이식 수술 하는 날인데. 갑자기 학연의 행동에 모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모든 것이 엇나가는 순간이었다. 한뜻 쳐져버린 분위기에 원식과 재환은 마음에 안드는지 병실밖을 나가버렸다.

"또, 혼자 모든걸 다 끌어안을려고?"

택운의 손바닥이 학연의 머리위로 정착했다. 자꾸만 택운의 가슴 한켠에서 이유 모를 울화가 치밀어 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학연의 환하게 웃던 모습을 못본지도 꽤 된것같았다. 보다 못해 상혁은 떨리는 학연의 몸을 감싸 안아주었다.한없이 약해져 버린 학연의 모습에, 상혁은 눈물을 머금었다.

"왜 이렇게, 몸을 떨고 그래요. 걱정되게"
"이제, 수술 하루밖에 안 남았어. 걱정마요. 형"

한 동안 병실안에서는 무의미한 정적만이 흘렀고, 그 정적을 깬 건 다름아닌 학연의 목소리였다.

"그냥, 그냥. 평소처럼 그렇게 살기를 원하는데, 그것도 어려워?"
"나한테 왜 도대체 이런일이 일어나는 건데?"

학연은 조심스럽게 숙여진 고개를 들었다. 한방울 두방울 학연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눈에 띄였다.

"걸림돌, 없어져야 할 존재"
"팬들이 날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홍빈은 멍하니 한없이 떨어지는 학연의 눈물을 바라보기만 했다. 스치며 얼음장마냥 차가울 것 같은 학연의 진심이. 세상의 시선에 대한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는 눈물.

"아프진 않냐고 하루를 맨날 우리의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 팬들도 있고, 괜찮다고 몇년이든 기다리겠다고 하는 팬들도 우리 곁에 있어"

택운의 말에 불현듯이 학연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기억 하나. 아까까지만 해도 학연의 숨통을 조르는 듯한 것이 점차 그 기억하나로 인해 사라져 갔다.



*
이젠 나에겐 빅스 N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많이 허전했다. 비록 이젠 아이돌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두렵고 무서웠다. 옆에서 날 부축하고 있는 택운이 덕분에 그나마 지금 이 거리를 걷는게 가능했다. 택운은 병실 안에만 있는 내가 답답해할까봐, 바깥 바람 좀 쐬자며 밖으로 나가길 권했다. 그 말을 거절 할수 없어 그러자고 했다고, 무엇보다 택운과 함께라서 더 나가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럴까 안 부렸던 욕심이 자꾸 이거 왜 이럴까 내 안에서 커져가 내가 왜 이럴까 나도 모르던~"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에 귀를 의심했다. 지금 들리고 있는 노래가 설마 우리 노래는 아니겠지하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택운에게 물어봤다.

"내가 방금 잘못 들은거지?"
"아니, 지금. 우리 앞에서 팬들이 노래 부르고 있는거야."
"어?"

말도 안된다며 눈을 크게 뜬 난 앞이 보이지 않는 내 두 눈을 원망했다. 앞만 보이면 좋겠는데, 아 짜증나.

"사랑한단 말 말로는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오늘 난 고백 할게요~"

다음으로 들려오는 노래는 Love Letter였다. 우리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 팬들만을 위해 부르던 노래였다. 비록 앞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렀다. 택운이는 생목으로 옆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팬들의 목소리와 멤버들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어디서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팬들과 함께 섞인 멤버들의 목소리에 더욱 더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 고마워 끝까지 날 기다려줘서 흔들림 없이 날 바라봐 줘서 나에게 기대요 내 사랑을 믿어줘요"

해맑은 미소를 짖고 있던 내 품에 누군가가 안겨들었다. 손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그저 멍하니 몸이 굳은 채로 서 있었다.

"학연오빠, 왜 말 안했어요. 적어도 팬들한테는 숨길 필요 없었잖아요. 바보같이 혼자 다 아파하고"

잔뜩 떨리는 목소리. 팬이라는 생각에 나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새하애지고, 몸은 더 굳어졌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팬이 내 눈앞에 이렇게 날 안고있는데. 볼수가 없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요."
"오빠가 왜 미안해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제는 괜찮잖아요?"
"미안해요. 많이."
"오빠 수술만 받으면 다시 눈 뜰수 있는거잖아요. 그러니까 울지마."

그 때 그 기억은 달콤한 꿈과도 같았다.



*
수술 당일 새벽, 재환은 조심스럽게 병실안으로 들어갔다. 왠지 꼭 이 말만은 해야할 것만 같아서…
곤히 자고 있는 학연의 곁으로 가 그의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지쳐보이는 학연의 모습에, 힘없이 웃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거 할 생각은 아니죠? 진짜, 그러기만 해봐. 나 저승 끝까지 쫓아가 괴롭혀줄테니까…"

재환은 장난스럽게 내뱉은 자신의 말이 웃긴건지, 혼자 미소를 띄었다. 자는 학연의 얼굴을 계속 빤히 쳐다보기만 하다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이때까지 참고 참았던 말을 학연에게 조심스럽게 말해보았다.

"형, 사랑해요."

아무도 듣지 못할 재환의 고백. 그렇게 재환이 나가고, 학연은 자고 있지 않았는지. 눈을 떴다.




*
드디어 답답했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학연에게는 중요한 그 날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바로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 다시 회복하고 일어나 빅스의 복귀를 원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환자복을 입고 왠지 어딘가 애처로워보이는 학연이 서 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지금 일어날지도 몰랐다. 학연에게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심어 주었지만, 그게 다 전해지지 않은걸까? 아니였다. 학연은 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떠오른 사람은 수도없이 많았다. 아침 일찍부터 병원벤치에 앉아 있던 택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오늘따라 병원 오는 길이 가볍게만 느껴지는 멤버들도 그렇게 택운과 같은미소를 짓고 있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 본 하늘은 다섯 남자에게는 너무나도 맑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택운이었다. 벤치에서 일어나, 병원 안으로 들어갈려고 걸음을 옮겼다.

"꺄악!"

때마침 들려오는 어느 한 여자의 비명소리. 병원 쪽으로 거의 도착한 나머지 멤버들도 그 소리를 들은건지 서로를 마주보고는 애써 불안감을 떨쳐내어 보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비명소리가 난 쪽으로 있는 힘껏 달려갔다. 제발 이 불안함이 맞지 않기를… 잘못된 추측이기를…
눈앞에 보이는 믿기지 못할 광경에 할말을 잃었다. 그저 지금 보고 있는 저 광경이 꿈이기를 바랬다. 바닥에 어지럽게 여기저기 퍼져있는 핏자국이 그들의 눈에 너무나도 거슬렸다.

"…일어나! 눈뜨라고!"
"차학연, 어서 일어나!"

택운은 미친사람 마냥 울면서 쓰러져 있는 학연을 흔들었다. 그리고 일으켜 자신의 품 안에 억지로 넣었다. 놓지 않고 그렇게 꼭 잡은채로. 학연의 손을 꼭 잡은 택운의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차학연! 제발…, 눈떠. 오늘 너 눈 이식하는 날이라서 얼마나 기뻐했는데,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누구보다 더 아팠을 학연을 생각하니 모두 눈물 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꾸만 자신의 앞에서 웃는 학연의 얼굴이 아른거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너무나도 매섭고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학연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트윗에 남긴 글이 여기저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걸 본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질 못하고 울었다고 전해온다.

[팬 분들께,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네요. 정말, 사랑합니다.]








작가의 말







 
독자1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그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러지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리요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요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그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슬프자나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잘쓰시는거같아요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나라세해요ㅠㅠ
10년 전
독자3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으로 보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사랑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흐아 톡만 잘하시는게 아니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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