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eep
w.디알
어쨌든 잔뜩 뿔이난 박경은 김유권의 얼굴을 닦아주다 말고 수건을 내팽겨치고는 쿵쿵거리며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이거 교무실에서 가져온건데. 김유권은 수건을 주워들고 얼빵한 표정을 짓고는 우지호에게 물었다.
"경이 왜 저래?"
"나도 몰라. 그럼 넌 왜 그랬어?"
"내가 왜?"
"물 맞고 왜 좋아했냐고."
"꽃이라잖아! 너 꽃 싫어해? 알레르기 있어?"
저게 뭐래.
* * *
표지훈은 곰같이 웅크려있던 몸을 폈다. 몸 이곳저곳에서 뼈소리가 났다. 아프다고 이틀을 내리 잤더니 막 이래. 허헝,멍청하게 웃고 기다시피 화장실로 가서 상태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덜 거지같군. 표지훈은 후드를 뒤집어 쓰고 식탁에 놓여진 열쇠를 집었다. 마트 아줌마는 분명 요즘 왜 이렇게 안오냐며 푸근하게 맞아줄거고 그럼 아파서요,하고 애교를 부릴거야. 드시고 있던 주전부리 좀 주려나. 주린 배를 문지를 표지훈은 집을 나섰다. 아직 아픈게 덜 나아서 열이 오르락 내리락 얼굴을 뒤덮었다. 왜 여름에 감기가 오고 지랄.3분거리인 마트가 오늘따라 오지게도 멀다. 빨리 사고가야지. 아,뭐먹지. 요즘 그렇게 흥한다는 나가사끼 짬뽕? 그래,너로 정했다.
"아줌마~지훈이 왔어염!"
걸걸한 목소리로 항상 그렇듯 애교를 부리며 들어갔는데 왠걸,아줌마는 없고 존나 세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민망해진 표지훈은 머릴 긁적이며 라면코너로 들어가서 조용히 발을 굴렀다. 아으윽!! 마치 헤드폰을 쓰고 혼자 들리는 음악에 맞춰 여러사람들 앞에서 신나게 춤을 춘 기분이다. 쪽팔림에 몸을 마구 흔들고는 나가사끼 짬뽕을 가지고 계산대로 갔다. 표지훈을 보고 픽 웃은 남자는 겁나 시크하게 바코드기를 들어 바코드에 댔다. 어,이거 왜 안 찍히지. 당황한 남자는 몇번이나 바코드기를 다시 가져다 댔지만 허사였다.
"어,씨. 이거 왜 이래?"
남자는 애꿎은 바코드기를 턱턱 내려쳤다. 쪽팔리겠다. 표지훈은 남자에게 연민의 눈빛을 보냈다. 계속 바코드기를 학대하던 남자는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박경. 바코드기가 안 먹혀. 뭐가 근데야. 너 편의점 알바 했었잖아. 그냥 안 찍히는데? 어. 드라이버? 없는데. 아,그럼 어쩌라고."
대화가 점점 길어지자 표지훈은 짜증이 났다. 아,배고프다고. 남자는 이젠 아예 바코드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거기서 꽃에다가 물준 얘기가 왜 나오는데. 이미 아픈건 잊고 단지 배고픔 하나에 조바심이 난 표지훈은 그냥 저가 바코드기를 들어 바코드에 갔다댔다. 삑. 읭? 남자도,표지훈도 당황해서 굳었다.
"…."
"…."
"…아…야,찍혔다. 끊어."
"…."
"구백원이요."
십분동안 뭐한거지. 둘은 같은 생각을 했다. 남자는 잽싸게 천원을 받고 거스름돈을 건냈다. 어으,쪽팔려. 표지훈은 마트를 나오며 남자의 중얼거림을 듣고 조용히 웃었다. 아싸,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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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일은 담편에 나옴당!아!경권 넣을게요ㅋㅋ댓글 매우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진짜 감동받았어요 생각보다 많이 달려있어서ㅠㅠㅠㅠㅠㅠ10개도 안 달려있을줄 알았는데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