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아 오자 슬슬 잠이 왔다. 몇달을 낮과밤을 바꿔, 날새며 키운 나의 자랑스러운 만렙캐릭터 또한 얼른 자라는 듯 타이밍 좋게 마지막퀘스트까지 미션완료했고 뿌듯한마음으로 한 숨 자려 발꾸락으로 본체 버튼을 눌러 바로 옆으로 굴러가 천장만 보며 헛소리하다 잠에 빠졌다. '저기여!아저씨 있는거 다알아여!' 몇시간을 잤을까 창문에 비친 밖은 아직도 쨍쨍했고 어디서 들려오는 주인집아줌마의 아들 목소린지 거지같이 발음도 앵앵거렸다. '있는거 다 안다고여 문 여시라고여' 없는척하자 자는척하자 죽은척하자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무시하잔 심보로 다시 잠을 청하자 아들래미는 문을 계속해서 두들기며 종알종알 거렸고 잠에 예민해진 나는 품에 껴 안은 옛여친이 선물해준 곰인형을 현관문에 던지며 '시끄러!'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나의 발악때문인지 아들은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실루엣은 보이는게 어째 불안하게 잠잠했다.
"아저씨,문 안여실꺼죠?엄마 데리고 올까여?"
"저 하루종일 여기 있을꺼예여 안열어주면 안가여"
탁 하고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오며 더러운 페인트 바닥에 털썩 앉았는지 밑으로 실루엣이 내려간다. '그래 아들아 평생 그러고 있어라 절대 안열어줄테니깐' 조용해진 밖을 보니 다시 밀려오는 잠은 아들을 이길수 없었고 나는 무거운 눈커풀을 도와 다시 스르륵 잠이 들었다. '아,씨' 집안에 파리가 있나 어렴풋 잠에서 헤어나올때 내 뺨에 파리가 앉은건지 간지러웠고 찰싹하며 내 뺨을 후려쳤다 하지만 잽싼 파리는 엄청 빨랐고 몇번씩이나 내 코를 내 입을 내 눈덩이를 간지럽혔다.
"이놈에 새끼를 그냥!"
벌떡 몸을 이르킨 나는 파리를 죽이려 사방을 둘러봤고 내 눈 앞엔 벌레새끼가 아닌 주인집아들래미가 앉아 나를 멀뚱히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엄마한테 열쇠 받아왔어여' 놀란 나는 삿대질을 하려 손을 뻗었고 아들은 그런 나의 검지손가락이 마음에 안드는지 내 손가락을 안으로 구부리며 내 말을 막는다. 'ㄴ..너!!너 신고할꺼야 너 주거침입죄로 신고할꺼야!!' 그런 녀석이 어이없어 나는 발을 둥둥 구르며 온 집안을 방방뛰니 아들은 그런 내가 시끄러운지 내 무릎을 꾹 눌러 날 엎어트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신고하기전에, 아저씨 딸기우유 좋아해여?"
검은봉지에서 대여섯개정도에 우유팩을 꺼내 방바닥에 일정하게 세워놓고는 날 진정시킨다. '..어..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