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티팬이다.
누구의 안티냐고?
요즘 대세라고 불리는,
EXO.
안티와 스타의 관계
엑소에 관련된 기사에 악성 댓글(악플)을 달고,
허위 사실(루머)을 유포하고,
가끔은 팬인 척 은근히 디스(팬코)하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시작된 내 직업은,
"촬영 들어가실게요."
"아, 잠시만요. 찬열 씨 메이크업 좀 고칠게요."
EXO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
내가 어쩌다 이 일을 맡게 되었을까.
무슨 연예인의 메이크업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기에 들어준 것 뿐인데.
그게 엑소라니.
메이크업을 할 때마다 실수인 척 망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피부 화장을 할 때도, 눈화장을 할 때도 매번 그냥 확 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가까스로 참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몰라.
그래도 안티로서 조금 좋은 점은 가까이서 엑소의 실체를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인 줄 알았는데.
뭐야.
이건 뭐, 깔 게 없잖아.
아냐, 내가 이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래.
저거 다 가식일 거라고.
깔 게 없어?
지어서 까면 되지.
낄낄.
'인기그룹 EXO의 실체... 나 요즘 EXO랑 관련된 직업 맡아서 완전 가까이서 보는데 예의도 없고 싸가지도 없음. 진짜 기대한 것도 없지만 기대 이하임.'
"저기, 누나. 뭐하세요?"
"보면 몰라요. 열심히 까는 중인데."
"까요? 누굴요?"
"당연히 엑소... 에?"
망했... 다...
"우리를 왜 까요. 누나 우리 안티예요?"
"어, 어. 수호 씨.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용도 다 봤는데? 우리 중에 누가 예의가 없고 싸가지가 없어요. 말 좀 해 줘요, 좀 혼내게."
"어? 저기 촬영해야 된대요. 수호 씨 들어가야죠. 자, 자 빨리."
"아니, 잠깐. 얘기 중인. 누나!"
"수호 씨, 화이팅! 잘 찍어요!"
어떡하지?
이제 어떡해야 되지?
나 잘리나?
어? 어떡해!
아니 무슨 안티질 하는 걸 연예인한테 들키냐?
나 병신 아니야?
진짜 한심하다.
아아아악,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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