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iKON - 덤앤더머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내 인생의 위기는, 지금이다.
"아... 진짜 아파..."
차라리 달걀이 깨졌으면 덜 아팠을 텐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달걀은 내 이마에서 튕겨져 나갈 때까지 깨지지도 않고 모양을 유지했다.
개그맨들이 박 깰 때 박이 안 깨지면 이런 느낌일까.
심지어 난 이게 달걀이란 걸 저 망할 이웃 주민이 얘기해줘서 알았다. 무슨 돌 맞은 줄 알았네.
"미, 미안해요. 난 그냥 달걀을 창문에 맞히려던 거였는데..."
우리 엄마가 날 당신한테 달걀 맞으라고 여길 보낸 게 아닐 텐데 말입니다.
이마를 손으로 감싸 쥐며 이웃 주민을 노려보자 갑자기 피식 웃는다.
어쭈... 웃어?
"왜 웃는 거예요?"
"그쪽 되게 돌머린가봐요. 달걀을 이렇게 가까이서 맞았는데 안 깨졌네요."
.....이 인간이?
내 손에 가만히 들려있던 달걀을 저 인간 이마에 부딪혀서 깨 보고 싶다.
이 팔만 뻗으면 닿을 텐데.
아니, 그냥 아까 줄자 던질 때 좀 더 세게 던질 걸.
별별 후회를 다 했지만 그러면 뭐 하나. 이미 늦은 거.
그리고... 내가 돌머리가 아닌 것 같진 않으니 뭐라 반박도 못 하겠고.
"어? 말이 없네요? 진짜 돌머리에요? 돌머리?"
어쩜 저 인간은 한 마디를 해도 꼭 저렇게 욕을 부르는 말만 할까.
저 나불대는 주둥아리를 한 대만 때려 보고 싶다. 이 달걀로.
혼자 실실 웃던 이웃 주민은 갑자기 우리 집 창문 쪽으로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아오 깜짝이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니 그런 내 모습을 본 망할 이웃 주민이 또 시비를 건다.
"지금 놀란 거예요? 놀랄 가슴은 있고?"
하... 참아... 성이름 참아... 후...
내가 뭐가 어째? 놀랄 가슴이 뭐? 놀랄 가슴이 당연히 있... 을 줄 알았는데.
앞니로 입술을 깨물며 밑을 보니 놀랄 가슴이 없긴 하다.
갑자기 인생이 슬퍼지네.
두 팔을 들어 엑스 자로 가슴을 가리니 이웃 주민이 아까보다 더 크게 웃는다.
"와 그쪽 진짜 유연하네요."
뭔 개소리야.
"등에도 팔이 닿네요?"
아버지, 이 인간 죽이고 이사 가겠습니다.
지금 저 사람이 내 소중한 가슴 무시한 거지? 어?
아니, 아무리 없다지만 그렇게 무시할 필요까지야... (((성이름 가슴)))
우리 애 기죽어서 더 쪼그라들면 어쩌려고. 우리 애 기는 왜 죽이고 그래요!
"그 얘기할 거면 얼굴 치우시죠."
나름 파워 정색을 하며 얘기한 건데 이웃 주민은 얄미운 표정을 하며 더 가까이 들이댄다.
와, 이렇게 보니까 잘 생겼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왜요! 왜!"
"나도 때려요."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내가 좀 세게 던지긴 한 것 같아서. 나름 미안하니까 기회 주는 거예요. 때려요. 달걀 있잖아요."
내 손에 들린 달걀을 고갯짓하며 말하는 이웃 주민을 보며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진짜 때릴 거예요, 저. 안 봐줘요."
알았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이웃 주민에게 잠시 애도를 표했다.
내가 또 힘 하나는 좋거든.
있는 힘껏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이웃 주민의 이마를 달걀로 가격했다.
빡, 하는 달걀 깨지는 소리가 아주 청명하다.
이 친구 이거, 머릿속이 텅텅 비었는걸? 마치 나처럼?
근데 저 흐르는 달걀... 어떡하냐... 앞머리 다 젖었네...
"아... 아..."
예상보다 충격이 컸는지 이웃 주민은 고개를 떨구고 계속 이상한 신음만 내뱉고 있다.
그러게... 왜 때리라고 해선...
"괜찮아요? 많이 아프죠?"
막상 때리고 나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달걀노른자가 줄줄 흐르는 이웃 주민의 이마 가까이에 손을 대며 말하니 그가 갑자기 얼굴을 치켜든다.
"아뇨. 안 아픈데요. 하나도 안 아픈데-"
애써 놀리듯 말하고는 있는데...
님 눈 빨개졌거든요. 눈가에 눈물도 맺혔거든요.
달걀 흰 자인 척하지 마요.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고만...
안 아픈 사람 치곤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대놓고 나 아파요...를 표현해주고 있다.
내 마음이 다 아프네.
"미안해요. 저도 제가 이렇게 세게 칠 줄은..."
"아닙니다. 진짜 안 아파요."
이웃 주민이 얼굴을 자기 집으로 집어넣으며 눈가를 훔치는 걸 본 것 같은데... 우리 모두 못 본 걸로 합시다.
"근데 이웃 주민 씨 이름이 뭐예요?"
와, 드디어 물어봤다. 이거 하나 질문하자고 이렇게 긴 시간을 보냈다니.
이웃 주민은 앞머리에 붙은 달걀의 잔해물을 연신 닦아내며 대답했다.
"전정국이요."
"정전국이요?"
"전. 정. 국. 이요."
"그니까요. 정전국."
"아 진짜!"
아니, 화는 왜 내고 그래요. 자기가 말해놓고.
아무리 들어도 정전국이 맞는데 자꾸 아니란다. 이 사람 귀가 좀 어둡네.
근데 이름이 전국이라니. 그거 생각난다. 송해 선생님의 전국- 노래자랑-
오랜만에 그거나 챙겨볼까.
"알았어요 정전국씨."
"아, 이제야 제대로 부르네. 기왕 이름 부르실 거면 잘 좀 불러주세요. 또 이름 바꿔 부르지 말고."
투덜대며 여전히 앞머리에 붙은 계란을 닦아내는 게 꽤... 안타깝다.
적당히 때릴 걸, 아무래도 너무 세게 때린 것 같다.
이웃 주민, 아니 정전국씨 미안.
"그럼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정전국씨가 앞머리를 물티슈로 감싼 채 내게 물었다.
"성이름요."
"성이름요?"
"네."
"이름도 재미없네."
.....저 인간이?
어머니, 저 인간 죽이고 이사 가겠습니다.
제발 허락 좀 해주세요.
"정전국 씨, 몇 살이에요?"
"저 올해 스물이요."
엥? 당연히 나보다 많을 줄 알았는데.
저 덩치에 저 근육이 스물이라고? 나랑 동갑?
헐 말도 안돼. 스머프가 가가멜 덮치는 소리 하네.
"스물이요? 진짜로?"
"네. 스물. 그쪽은요?"
"저도 스물이요."
내 나이를 듣자마자 아까 내가 놀란 것보다 더 놀란다.
아니, 왜 놀라는 거지? 왜 훑어봐? 뭐 하는 거야 저 인간이?
"난 당연히 누나일 줄 알았는데. 노안이네요."
하... 참아. 참을 수 있어.
빨리 돈 벌어서 이사 가자. 내 이사 의지를 불태워주네, 아주.
"그럼 전 이만."
더 이상 얘기하다간 진짜 저 인간을 없앨 수도 있겠다, 싶어 내가 먼저 창문을 닫았다.
와, 이사 첫날부터 스펙터클하네.
남의 이마에 줄자를 던지질 않나, 남의 집 창문에 뒤통수를 박질 않나, 창문 열었다가 달걀을 맞질 않나, 남의 이마에 달걀을 깨질 않나.
생각하니까 정전국씨한테 좀 미안하네.
아, 핸드폰 번호라도 물어볼까. 이미 방세를 내서 적어도 한 달은 보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정전국씨에게 번호를 물어볼 생각으로 난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아까완 다르게 조심히 창문을 열었다.
뭐야, 아직도 열려있네. 저 사람은 춥지도 않나. 난 지금 패딩 입고 있어도 몸이 얼 것 같은데.
"이봐요, 정전국 씨."
"또 왜요."
"번호 좀 알려줘요,"
"성이름 씨는 못생겨서 안 돼요. 헹."
.....?
지금 창문 닫은 거임?
지금 나 비웃고 창문 닫은 거임?
아니 진짜 저 인간이?
하나님. 제가 종교를 믿는 사람은 아닌데요. 정전국씨네 집에 벼락 하나만 내려주세요. 그럼 정말 뭐든 할게요.
다른 곳 말고 정전국씨네 집 지붕 위에 안테나에 작은 벼락 하나만 내려주세요. 아니면 번개라도. 제발.
두 손을 꼭 붙잡고 짧은 기도를 한 다음 굳게 닫힌 정전국씨네 창문을 있는 힘껏 노려봤다.
됐어, 안 받아. 알려주지 마. 내가 치사하고 더러워서 안 받는다, 내가.
에라이 치사한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 얼굴 가지고... (울컥)
우리 집 창문을 닫아도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창문에서 똑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또.
"또 뭐! 왜요!"
창문을 확 열어젖혔더니 내 이마에 정전국씨의 손이 닿는다.
정확히 말하면 정전국씨 손에 들린 노란색의 뭔가가.
"그럼 이만."
제 할 말만 하고 다시 닫힌 창문에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욕을 겨우 삼켰다.
내 이마는 무슨 죄냐고 대체!
쾅 소리를 내며 창문을 닫고 씩씩대며 내 이마에 붙은 노란색을 떼어냈다.
포스트잇?
[010-성이름이는-못생겼다]
하나님, 진짜 저 새끼 죽이고 지하에서 살겠습니다. 정전국네 집에 천재지변을 내려주세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재앙을 내려주세요.
정전국... 전국 노래자랑 나가서 예선 때 노래하다 음이탈나게 해주세요. 본선 때 쉬즈곤 부르다가 삑사리나게 해주세요. 그거 그대로 방송 타게 해주세요. 믿습니다. 진-멘.
정국에 뷔온대 사담
여러분... 삥꾸삥꾸한거 보고 싶었구나?
아그대가 끝나도 사랑해주시는 그대들... 내 사랑 받아... 다 받아...♥
역시 구독료가 있으니 몇 분이나 읽어주셨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아, 좀 늦었죠? 저 개학했어요.
그래서 연재 텀이 좀 길 수도 있어요.
저 왜 고3...? 저 왜 올해 수능...? 저 왜 공부...(울뛰)
전 인생이 재미없는 사람이라... 드립을 못 쳐요.
누가 드립 좀 댓글에 쳐주고 가세요. 제 사랑을 드릴게요. 저 드립에 진짜 소질 없나 봐요... 난 망해써...☆★
그럼 다음 편에서 5p로 만나요!
p.s. - 아직 텍파 수정이 안 끝나서 못 보내고 있슴둥... 31일 날 끝낼 생각이었는데... 31일 날 시작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큰일 났네 이거. 미안해여...
p.s. - 아직 암호닉 안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