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식탐
새하얀 피부. 짙은 검은색의 눈동자. 그리고 새빨간 입술. 대비되는 색감의 차이.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대비되는, 순수한 생김새와 달리 그녀 속에 가득한 검은 무언가. 남들은 그녀를 보고 '눈처럼 희고 순수하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마주 보고 앉은 식탁 밑에서 내 다리를 쓸어올리는 그녀의 발끝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붉은 그녀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만큼이나 붉게 물든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나를 바라볼 때,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뭐가 보여, 태형아?"
그녀의 붉은 입술을 타고 시선을 내리깔면.
"더럽혀 줘."
하얀 그녀의 가슴팍으로 나는 고개를 묻는다.
'잘 보고 있어야 해, 태형아.'
'...'
'하나하나 빠짐없이 말이야.'
그녀는 나를 침대에 앉혔고, 쪼그려 앉은 채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에 이끌리듯 고개를 끄덕이자 내 머리칼을 쓰다듬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어떤 남자를 데려온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남자를 의자에 앉혔다. 남자의 동공은 이미 반쯤 풀려있었고, 그런 남자의 무릎 위에 앉은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이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잘 봐둬야 해.'
소리 없이 입을 벙긋거리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순간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남자는 더듬거리며 그녀의 가슴을 잡아 쥐었다. 아, 짧게 비명 한 그녀의 목이 젖혀졌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남자와의 정사가 끝나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남자의 위에서 일어선 그녀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내 옆에 놓여있는 사과 하나를 손에 쥐곤 내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이게 뭘 것 같아?'
'..사과.'
'그렇지. 저 남자한테 이 사과를 줘 볼까?'
천천히 남자에게로 걸어간 그녀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는 남자에게 사과를 건넸다. 손을 뻗어 사과를 받아 든 남자는 곧장 사과를 베어 물었다.
'으, 윽..'
머지않아 자신의 목을 쥐어잡으며 의자에서 떨어진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컥컥거리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한참을 요동치던 남자의 몸은 한순간 조용해졌고, 그런 남자를 흘긋 내려다 본 그녀는 나를 향해 웃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태형아.'
'...'
'뭐가 보여?'
그녀의 피부보다 하얗게 질려 입가에 거품을 문 채 죽어있는 남자. 내 눈앞에 보인 것은 그것뿐이었다. 목울대가 울렁거리며 침이 넘어갔다. 입술을 달싹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내 모습에 그녀는 소리 내어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내 옆에 앉은 그녀는 내 귀에 속삭였다.
'내가 아까 저 남자한테 뭐라 물어봤는 줄 알아?'
'...'
'아름다움을 탐하고 싶어?'
그랬더니 남자가 대답했지. 응, 지금, 당장. 당신 안에 날 쑤셔 넣고 싶어. 흔들리는 내 눈을 지긋이 쳐다보며 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내 눈가를 지분댔다.
'저 말은 너무 추악하지 않아? 너라면 네, 허락해주세요. 하며 달콤하게 내 귀에 속삭였을 텐데.'
'...'
'그랬겠지?'
'...네.'
아니. 나도 저 남자처럼 당신 안에 나를 박아 넣고 싶다고.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꾹꾹 삼켜내고 아까처럼 애꿎은 침대 시트만 꽉 질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
'그럼 아름다움을 탐한 뒤엔 죗값을 받아야 될 텐데.라고.'
'...'
'그랬더니, 그게 뭔데?라고 묻길래,'
'그냥, 사과 하나만 먹으면 돼.라고 했지.'
"태형아."
"..."
"아름다움을 탐하고 싶어?"
매일같이 죽어가던 남자들에게 하던 말이었다. 가슴팍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꿀꺽. 하며 목울대가 울렁이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네."
"그럼 죗값을 치러야 할 텐데?"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내 턱을 매만지는 그녀와 눈을 맞췄다.
"괜찮아요."
"..."
"허락해주세요."
"뭘?"
"당신 안에 내가 들어갈 수 있게."
좋아. 그녀의 말과 동시에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목선을 훑어 내리자 작게 신음하는 그녀의 음성에 쇄골께를 지분대던 손을 내려 가슴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
"씨발."
내 귓가를 타고 흐르는 그녀의 달뜬 숨소리에 결국 거칠게 내 위에 그녀를 앉혔다. 급히 찾은 그녀의 입술은 이미 반쯤 벌려져 거친 숨소리만 내뱉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
한참 동안 그녀를 탐했고, 절정을 맞은 후에 고개를 들자 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내게 빨간 사과를 건넨다. 나는 그것을 입에 담았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늘 봐왔으니까,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 수많은 남자들의 최후를. 그리고 오늘은 그 많은 남자 중에 내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메스꺼워 오는 속을 애써 진정시키고 그녀의 가슴에 입 맞추었다.
"태형아."
"..."
"뭐가 보여?"
그녀가 내 귀에 속삭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잔뜩 풀린 눈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내 몸을 밀어냈다. 쿵. 그리고 아득한 어둠. 그녀가 늘 말해왔듯 아름다운 것을 탐한 죗값을 치른 것뿐이다, 나는.
+설명
사실 식탐이라는 주제에서 조금 멀어진 듯 하지만 식탐의 유혹에 넘어가 벌 받은 태태의 이야기를 적고 싶었습니다. 태태는 순진한 척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식탐, 굳이 비유를 하자면 여주를 먹ㄱ..예.. 먹고 싶었던 게지요. 다른 남자들도 물론이구요! 꺼얼껄!!!!!!! 아니, 그리고 저 이거 좀 더 야하게 적고 싶었는데여. 어디까지가... 괜찮은 건지... 감이... 안 와서... 태형이 위에 여주 앉히는 것도 사실 그.. 예... 상상에 맡깁니다(수줍)
내일은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정국이 글과 남자애×여자애 #11 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사랑 암호닉♥
골드빈/열원소/0103/설레임/오징어만듀/좀비야/부랑부랑이/후룰/탱탱/찐슙혼몬침태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