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대로 골라보자 ~
01 : 옆집 아저씨
1
옆집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 것 같다. 비어있던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어느샌가부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이 혼자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는 옆을 쳐다보니 훤칠한 키를 가진 아저씨가 서있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 참 잘생겼다. 대기업 회장 아드님 마냥 귀티나게 생겼는데 집주인 아주머니의 입방정을 엿들으니 의대 졸업한 종합병원 의사란다.
" 학생, 밥 먹었어요? "
" ...네? "
" 공부하려면 밥 잘 먹어야해요. "
사람은 밥심이야. 항상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마주치는 탓에 언제부터인지 사소한 일상 얘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가끔 시간이 부족해 아침을 못 먹고 나온 날이면 엄마처럼 잔소리를 몇마디 늘어놓으며 샌드위치 한쪽을 손에 쥐여준다. 직접 만들었다는데 내가 만든 것 보다 맛있는 것 같아서 자존심 상함. 스물 여덟이라는데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게 제일 의아한 점.
***
" ...아, 미쳤다. "
밤새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새벽을 넘어 잠든 결과는 참담했다. 학교가 8시까진데 일어난 건 7시 53분이네? 망했다, 하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얼굴에 물기만 대충 묻힌 뒤 칫솔을 물곤 옷걸이에 이리저리 걸려진 교복들을 주워 입었다. 어제 저녁에 머리를 감아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부랴부랴 문을 연 뒤 뛰쳐나오자 뒷목을 잡아채는 손길이 느껴졌다.
" 왜 이렇게 늦어, 이제 졸업이라고 막 늦어도 돼? "
2
집 앞에 늘어진 이삿짐 박스들을 들고가던 중 마주쳤는데 그 자리에서 무릎 꿇을뻔 했다. 눈 마주치면 뭘 봐 시발, 니가 짐 옮길거야? 이럴 것 같아서 눈을 밑으로 내리깐 채 조용히 발을 옮겼다. 엉겁결에 엘리베이터를 동승하게 되었는데, 누르려 했던 8층 버튼에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와있다. ...앞으로 조용히 살아야겠다.
" 저기 학생, 8층 살아요? "
" 네? 네... "
" 아, 그럼 나 짐 옮기는 것 좀 도와줘요. 옆집인데. "
괜시리 아무 알림도 뜨지 않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갑자기 들려오는 말소리에 그만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 했다.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요구였지만, 거절했다간 어색한 상황이 끊이지 않을 듯 하여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이거 뭐예요? 웬 스피커가. "
" 그거 비싼거야. 조심히 들, 아니다. 내가 들게. "
" 음악해요? "
꽤 무게가 나가는 음악장비가 담긴 박스를 집어들자 끌러내려진 후드 소매를 다시 걷고는 내 손에서 박스를 채간다. 음악하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에 신기한 나머지 작은 박스들을 옮기며 음악 들려달라며 설치고 다녔더니 엄청나게 성가셨는지 박스를 옮기다 말고 핸드폰을 두드린다. 핸드폰을 두드리던 아저씨가 녹음 파일 하나를 재생시키니 노래가 흘러나온다. 좋냐, 라고 물어오는 아저씨의 말에 귀찮음이 녹아든 것이 느껴지며 내심 찡찡댔던게 미안해져 고개를 세차게 흔드니 턱을 괸 채 가만히 있던 아저씨의 얼굴에서 입동굴이 드러나며 미소가 번진다.
" ...미쳐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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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독방에서 썼던 글인데 살짝 고쳐서 써봤어요 '▽'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ㅅ; 앞으로 자주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