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호그와트,호기,호기,호그와트
[09. 이게 무슨 일이야]
w. 뿌존뿌존
지금, 잔뜩 사색이 된 석민은 호그와트의 정원 한켠에 있는
벤치에 앉아 소리없이 울고있었다.
세봉이 남자아이에게 심한 공격을 당한 것,
승관이 뱀에 물린 것,
순영의 파셀통그가 갑자기 발현된 것,
혼란스러워하던 지훈이 나머지 세 사람을 데리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
화를 참지 못한 승철이 남자아이를 가격한 것.
어제 일어난 모든 일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석민은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때 내가, 세봉이 보고 스테이지에 올라오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차가운 초가을의 칼바람을 맞으며 소리죽여 울고 있는 석민의 모습은,
어제의 밝은 석민의 모습과 상반되어, 더욱 애처롭게 보였다.
"야 이석민"
한참을 울고 있던 석민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민규..?"
자신이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그리핀도르의 민규였다
"여기서 운다고 뭐가 달라져?"
"..........."
"그만 울고 얼른 일어나. 지금 다들 교장실에 있는
펜시브(기억을 살펴볼 수 있는 기구) 앞에 가있어"
"......펜시브라니?"
"적어도 지훈이가 어디로 순간이동을 했는진 알아야할거 아냐.
우리 기억을 다 모아서 그때의 잔상이라도 살펴보게"
"........."
"아, 얼른 일어나. 날씨 춥다. 운 건 비밀로 해줄게"
"고마워"
"고마우면 얼른 그 4사람을 찾을 방법을 찾아"
쏘아붙히고는 새침하게 돌아서 걸어가 버리는 민규.
그래도 그것이 자신과, 4사람을 위한 민규의 마음이란 것을 잘 아는 석민이었다
+
"이제 어쩔 생각이야? 애들 아지트는 찾았는데..."
"이제 여기서 애들이 순간이동을 했을 만한 장소를 조사해봐야지"
"그래. 그럼 나는 저기 저 세계지도 부터 살펴볼게"
"그래."
승철, 정한, 지수 세사람은 지금 4사람의 아지트 안이었다.
조급한 세사람과는 다르게 흘러나오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지훈의 선택임이 분명했다.
세계지도를 한참 살펴보던 승철의 눈에
루마니아로 용 공부하러 가보기
라는 글씨가 보였다.
"야, 루마니아로 용 공부하러 가보기래. 이거 누구 글씨야?"
"잉크가 무슨 색인데"
"파란색"
"그럼 지훈이야. 지훈이는 파란색으로 글씨를 쓰거든."
정한이 승철을 바라보지 않은 채로, 지훈의 윙 체어에 쌓인 책을 뒤적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정한의 눈에 들어온,
"용..?"
여섯 권의 용에 관한 책들
"평소에 지훈이가 용을 좋아했었나?"
"어, 요즘 기숙사에 와서도 계속 용에 관한 책만 읽더라구"
"그럼......."
정한의 머릿속에,
'루마니아'가 딩동,하고 떠올랐다
"지금 맥고나걸 교수님을 만나러 가야겠어. 얼른 교장실로 가자"
+
민규, 준휘, 한솔, 원우, 명호, 석민, 찬은 지금 교장실 안에 있는 펜시브 앞에 옹기종기 모여
지팡이로 자신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빼내고 있었다
"병!! 빨리 아무 병이나 줘봐!"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꺼낸 그 날의 기억을 각자가 챙겨온 조그마한 병에 넣었고,
그 위에 마법으로 각자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자, 그럼 가장 가까이서 상황을 지켜본 한솔이 기억부터"
민규가 한솔의 병을 만지작 거리다 병을 열어 펜시브 안으로 흘려넣었다.
기억이 들어가자마자 파랗게 물드는 펜시브.
그리고 옹기종기 자신의 머리를 집어넣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눈 앞에 펼쳐진 그날의 기억.
한솔의 시점에서 바라본,
석민의 부름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스테이지로 걸어올라가는 세봉,
신나서 방방 뛰는 순영, 묵묵히 뒤를 지키던 지훈
준휘의 뒤에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찬의 모습까지
그리고 이내 시작 된 결투
기절마법, 그리고 방어
점점 격앙되는 수위 높은 마법,
그리고 쓰러지는 세봉
한솔의 뒤에서 조용히 욕설을 내뱉던 승관의 목소리,
웅성거리던 학생들
화를 참지 못하고 무대위로 뛰어올라가던 승관의 뒷모습,
이내 급격하게 흔들리는 시야
세봉을 끌어내림과 동시에 뱀에 물려 쓰러지는 승관
울부짖는 순영의 목소리,
그리고 사라지는 4사람
그리고 끝이 난 기억.
"하..........."
기억을 살펴볼 수록 후벼파는 듯한 느낌에
석민이 조용히 벽에 기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게 기억의 끝이야?"
민규가 자신의 머리를 털며 한솔에게 물었다
"응. 이게 끝이야."
"음....단서가 될 만한게 아무 것도 없어"
"누가 가장 저 상황을 멀리서 봤지? 준휘?"
그리고 이내 찬장에서 준휘의 기억을 꺼내온 민규.
"제발..제발..."
이번엔 붉게 물드는 펜시브.
한솔보다 조금 더 먼 곳에서 보이는 그날의 기억.
들리는 지수와 정한의 대화소리,
쓰러지는 세봉,
뛰어올라가려는 승철을 제지하는 정한의 다급한 손길
뱀에 물려 쓰러지던 승관의 초점 없는 눈동자.
그리고 이쪽을 바라보는 지훈.
그리고 끝이 난 기억
"뭐야- 다를게 없잖아!"
자신의 기억과 비슷한 준휘의 기억에 한솔이 펜시브를 쿵, 내리치며 말했다
"아니야, 마지막에......."
"맞아. 지훈이가 순간이동하기 전에 나랑 눈이 마주쳤었어"
한솔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준휘의 기억.
"준휘야, 너 그때 무슨 옷 입고 있었어?"
"용."
"용?"
"설마........"
그리고 급하게 교장실로 뛰어들어오는 정한, 승철과 지수.
+
시끄러워진 상황에 눈을 뜬 승관.
그리고 그런 승관의 눈 앞에 보인 건,
자신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지훈의 모습
"뭐야? 왜 이래?"
그리고 평소와 다른 몸의 무게
고개를 돌려 바라본 몸은.
인간이 아닌 사슴의 육체
"뭐야! 이게 무슨!"
놀라 발버둥 치던 승관이 그만 기우뚱, 중심을 잃고
누워있던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승관.
"너 이게 무슨 일이야. 너 애니마구스였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라니. 아까 너 니 몸 못 봤어? 사슴이었다고"
"나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여기가 어디야?"
"너 기억 안 나? 세봉이 구하겠다고 스테이지로 올라갔다고"
"그리고 뱀에 물렸고......"
"승관아........너 진짜......."
"...........울지마..... "
승관이 옆에서 끅끅 대며 울고 있는
세봉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그러쥐었다.
겹쳐진 승관의 손 위로 세봉이의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근데 여기가 어디냐?"
"아마도 루마니아"
"ㄹ......루마니야...루마니아?"
"어....내가 순간이동하기 직전에 준휘를 봤거든"
"근데?"
"준휘가 용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어"
".........."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루마니아가 생각이 났어.
원래는 필요의 방으로 가려고 했는데. 미안"
"아냐, 그럼 얼른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가자. 다들 걱정할거야"
"으음, 아직 안 돼. 너랑 세봉이 몸상태가 조금 더 좋아지면.
그래도 방학이 끝나기 전까진 돌아갈 수 있을거야"
"알겠어"
희미하게 웃는 승관의 모습,
다행이라며 엉엉 우는 세봉, 그리고 그런 세봉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는 순영의 모습에
쉽사리 그들이 재앙인것같다고 말을 꺼낼 수 없는 지훈이었다.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