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대로 골라보자 ~
02 ; 회사
1
권 사원, 오늘 야근 해야할 것 같은데요.
키보드와 마우스 두드리는 소리만이 맴돌던 사무실의 정적을 깨뜨린 팀장님이 쓰던 안경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팀장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내 머리를 쥐어잡기에 안성맞춤인 말이였다. 그래, 박 팀장님이랑 같이 있는건 좋아! 근데 퇴근시간을 넘어서 일하는 건 싫다고. 작은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이곤 작게 중얼거렸다. 망할 내 인생.
" 세희 씨, 팀장님이랑 야근한다며? 수고해~ "
" ...네. "
시곗바늘이 6에 가까워지자 다들 분주한 손길로 자신의 짐들을 챙기기 바쁘다. 나는 분주하게 짐을 챙기는 것 대신 보고서를 쓰기 바쁘겠지. 키보드를 두드리다 짐을 챙겨 나가는 동기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순식간에 북적대던 사무실이 조용해지고 팀장님과 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 한두 마디 정도는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던 내 바람은 산산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정말 조용하게 일만 하는 팀장님에 나도 덩달아 입을 다물고 타자를 치기 바빴다.
" 저... 팀장님, 배 안고프세요? "
" ...조금이요. "
한참을 머뭇거리다 내뱉은 말이 사무실 내로 퍼지고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 웃는 팀장님에 순간 헐, 이라며 감탄을 뱉을 뻔 한 것을 참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저 아까 카페에서 샌드위치 사온 거 있는데, 몸을 뒤로해 가방을 열고 퇴근하며 먹으려 한 샌드위치를 찾아 고개를 드니 어느샌가 의자를 끌어 옆자리로 온 팀장님이 보였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눈을 크게 뜨고 팀장님을 쳐다보자 가만히 눈을 마주치던 팀장님이 고개를 까딱 하곤 얼굴에 미소를 걸었다.
" 세희 씨, 나 좋아하는 티 너무 내는 거 아니예요? "
2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평소 보던 신입사원들과 다르게 느긋하길래 뭔가 했더니 그도 그럴 것이, 낙하산이였다. 근데 그게 내 후임이라니. 생긴건 잘생겨서는 얼굴 값을 하는건지, 일을 더럽게 안한다. 항상 권 대리님, 이거 어떻게 해요? 라며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는 탓에 일을 두배로 하는 기분이다. 또는 어느샌가부터 키보드 소리가 멎어들어가며 시선이 느껴질 때 쯤 옆을 돌아보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일 안해요? 눈을 똑똑히 마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옮기지 않는 김태형에 미간을 좁히며 묻자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라며 물어온다.
" 이거 전에 알려준거잖아요. "
" 까먹어서 그래요, 안그래도 엑셀 어려운데. "
" ...이제 앞으로 이거 안 가르쳐줄거예요. "
의자를 돌려 옆 책상의 마우스에 손을 얹자 나를 쳐다보더니 내 의자를 더 끌어당겨 가까이한다. 갑작스레 훅 끌려간 탓에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쳐다보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으쓱하고는 좀 무겁네, 중얼거린다. ...지금 뭐라고, 입술을 꾹 깨물곤 김태형을 향해 조용히 쏘아붙이자 환히 웃으며 내 손을 가져가 키보드에 얹어놓는다. 뻥인데, 가벼워요.
" 언제까지 내가 알려줘야, ...뭐해요? "
" 혼자서 막 나가시길래. "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엑셀을 정리하던 중 어깨에 묵직함이 느껴져 고개를 살짝 돌리니 어깨에 얼굴을 묻은 김태형이 보인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육두문자를 간신히 삼키고 슬쩍 뒤로 물러나려 의자를 빼자 팔을 뻗어 허리를 감싸는 김태형이다. ㅁ, 미쳤어요? 화들짝 놀라며 김태형을 쳐다보곤 빠져나가려 애쓰자 허리를 더욱 세게 잡은 김태형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곤 웃는다.
" 권 대리님, 이미 내가 대리님 좋아한다고 소문 다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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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상태로 막 써낸 글이라 재밌을지 모르겠어요 8ㅅ8 그래도 여기까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해주신 나는지금삽겹살먹고싶다님, 무민님 감사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