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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좀 이기적인것 같아, 알아?
내가 싫다고 했잖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근데, 이렇게 다시 찾아오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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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던 얼굴, 질끈 묶었던 머리.
항상 피부처럼 껴입고 다니던 회색 후드집업.
널 잊어야하는데 점점 선명해져.
너무 선명해서, 네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아.
넌 정말 이기적이야.
내가 아픈걸 보니까 좋아? 좋니?
"민규야"
".......어머님"
"힘들거란거 잘 알아.."
어머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네 목소리와 비슷해서
너무 잔인하게만 느껴져.
아니, 사실 듣고 싶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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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민규. 방 좀 치우고 살아라, 어유- 더러워"
"아 시끄러어어!! 내가 알아서 한대도,"
"우와, 이제 한대 치겠다?"
"어유, 이제 니 잔소리가 너무 힘들다-"
"야, 너랑 나랑 본게 몇년이야. 내 인생 반이 너야 띨띨아.
내가 널 몰라? 얼른 내 앞에서 치워."
"..........네네, 알겠네요"
가끔은 힘들게만 느껴지던 네 잔소리도
너무 그리워.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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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지자."
".............."
"나 다른 사람 생겼어. 너보다 훨씬 잘생겼고, 너보다 훨씬......키도 커"
"......거..거짓말 하지마 김세봉.
나보다 잘생긴 사람 없다고 했잖아"
"그게 진짠줄 알았어? .......다 구라야 그거.
그떈.....네가 너무 급해서 그런거야"
"너 원래 이런애였어? 아니잖아. 내가 알던 김세봉이는 이런 애 아니잖아"
"네가 잘못 안 거야."
"..........너 진짜.."
".............후, 그럼 우리 헤어지는 걸로 알게.
다신 보고 싶지 않을거다. 좋은 사람 만나"
잔인한 이별이 있던 그 날,
추적추적 내리는 비, 아릿하게 풍겨오던 물비린내.
물에 잔뜩 젖어서 들썩이던 너의 뒷 모습.
사실 그 날도 지금 많이 그리워.
보고 싶어. 차마 건넬 수 없는 말만 계속 되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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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야"
"........세봉아"
"잘 있어. 너무 고마웠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사실 네가 너무 좋아. 널 정말.....너무 사랑해"
".................."
"안녕. 고마웠어"
울다지쳐 잠에 들면 꿈 속에 늘 나타나는 너.
야, 너 좀 이기적인 것 같아, 알아?
내가 싫다고 했잖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근데, 이렇게 다시 찾아오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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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야"
".......어머님"
"힘들거란거 잘 알아.."
"아니예요, 어머님이 더.."
"그래도, 이젠 민규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민규가 행복하게 살아야, 그래야.......
세봉이도 행복하게 떠나갈 수 있잖아. 그렇지?"
"............"
"마지막 인사는 하자"
잘 지내라는 행복하라는 그 흔한 이별의 위로마저도 없이
마지막 인사도 못했던 우리의 이별.
네가 나를 떠난 그 이유마저 날 아프게 해.
늘 해맑게 웃던 네 그 미소가 액자하나에만 담기기엔 너무 아름다워.
코를 찌를듯 풍겨오는 연기는 눈 앞을 가려.
그래도, 이젠 마지막으로 널 담아야 해.
사랑했어, 아니, 사랑해. 보고싶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