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은 텍파에 안 들어간다ㅇㅇ
episode22.당신만이 아는 것(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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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야근이야]
이 문자 하나 남긴 남편덕에 한숨을 푹 쉰 정한이다.애들보고싶어서 야근은 어떻게든 빼는 인간이 이런 문자를 보내는데 한숨이 안 나올 수 없다.그리고 정한이 또 한숨을 쉬는 이유가 있다.
"최한솔 씨발아 나오라고!"
자신의 방을 나두고 지훈과 찬이 그리고 준휘 명호의 방안에 들어가 있는 한솔과 그 잠긴 방문을 열심히 두드리며 소리치는 승관이다.아 참고로 11화에서 12화까지 방배정이 잠깐 나왔던거 기억하려나 모르겠다.아무튼 민규원우가 룸메,석민순영한솔승관이 룸메,그리고 지훈준휘명호찬이 룸메 지수는 고3이라 무려 독방이다.
"개새끼야 안 나와?"
원래 동갑내기끼리 욕을 한다지만 이건 일방적으로 승관이 한솔에게 퍼붓는 수준이다.그리고 승관은 머리가 워낙 좋기 때문에 상황파악이 끝난 상태다.자기가 이렇게 방문을 두드리는데도 지훈,찬,명호,준휘가 조용하다는 이유는 최한솔이 미리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씨발 나오라고"
"아들 그만해,문 부셔지겠어"
그깟 문이 문제가 아니다.진짜 잘못하면 한솔이 부서진다.
"엄마,방 키 어딨어?"
".."
아들래미가 이렇게 살벌한 모습을 보이는게 처음인지라 정한은 잠깐 멈칫했지만 그래도 제가 엄마인걸 인지해 차분히 입을 연다.
"그러지 말고 그냥 들어가서 자.한솔이 안 나올 분위기던데"
"저!저.."
정한의 말에 뒷목을 잡는 승관이 정한이 있든말든 방문에 중지손가락을 몇번 휘두르더니 쉽호흡 한번 하고 제 방으로 간다.절대로 어른앞에서 하면 안된다.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자기가 엄마랑 친하다고 엄마앞에서 중지를 들지 말아라.그러면 니 목숨이 중지된다.
"부승관 갔죠?"
승관이 간지 3분만에 지훈이 문을 열고 묻는다.
"그래"
"최한솔 우리방에서 재울께요"
"그래"
"아빠는요?"
"야근"
지훈이 잠깐 멈칫하더니 방문을 닫는다.시계를 보니 9시가 넘었다.
"9시.."
하염없이 노트북만 타닥타닥 두드리던 승철이 시계를 보더니 한숨을 쉰다.이 시간까지 남아있던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아빠가 살인자라도 말이에요'
승철은 확실했다.적어도 한솔이 괜히 그런 소리를 한게 아닌 것을 말이다.
"하.."
정말 만약이라도 승관과 한솔이 자신의 과거를 알고있다면 어떡해야할지 막막해하는 승철이다.
"자수.."
떳떳하지 않은 아빠가 되기는 죽어도 싫다.
"아빠?"
오늘도 어김없이 늘 그렇듯 항상 야자를 하는 권순영은 집에 오는길에 잘생긴 얼굴덕에 조금은 덜 재수없어보이는 자작중인 승철을 발견했다.
"아들"
"여기서 뭐해요?"
여기서 뭐해요?=그렇게 따듯한 날씨도 아닌 한밤중에 집에서 발 닦고 주무시지 않고 얼굴은 와인과 스테이크 먹을 것 같은 사람이 참이슬과 닭똥집을 고독하게 혼자 드시고 계세요?
"그냥 아빠가 마시고싶어서"
드라마였으면 백퍼센트 욕하면서 돌릴 장면이지만 얼굴이 최승철이라 참는거다.
"엄마라도 부르시지"
".."
"엄마랑 싸우셨어요?"
"아니"
그럼 왜 자작하고있는건데요?라고 할뻔한 순영이 자연스럽게 착석하자 순영이 좋아하는 메뉴들을 시켜주는 승철이다.이럴 땐 뭐다?뭐긴 뭐야 개이득이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고등학생들이 제일 배고플 시간은 무조건 야자끝난 시간이다.공부해서 배고픈게 아니라 밤에 걸으니까 배고픈거다.우리는 활동을 하면 배고프다.우리가 아니라 나만 그렇다고?그런거면 미안하다.
"공부는 잘 돼가?"
역시 부자사이의 빠져서는 안돼는 대사가 나온다.어묵을 후루룩 먹고있던 순영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잠시 당황하다가 야자를 한번도 빼먹지 않는 자신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대답한다.
"네"
이런데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자녀들이 몇 있을까,부모가 될 사람들은 이걸 기억해야한다.자녀가 공부가 잘 돼가는지 정말 궁금하다면 인터넷에 나이스(http://www.neis.go.kr/pas_mms_nv99_001.do)라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학부모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텍파본에는 저 주소가 들어가도 상관없지만 인티회원들은 저거 누르지말길 바란다.아무튼 이름은 나이스인데 그 속은 전혀 나이스가 아닌 홈페이지에 가면 학부모가 눈물을 흘리며 자식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래 야자도 좋은데 쉬엄쉬엄해"
왜냐하면 승철은 야자한 적이 없다.오랜만에 꺼내는 단어다.최승철도 '일지니'였다.
"네"
순영은 꾸역꾸역 입속에 어묵들 사이에서 대답을 뱉고 있다.그 모습에 씨익 웃는 승철이다.
"먹고싶은거 더 시켜"
"감사합니다"
내가 정확히 감사합니다라고 썼지만 그 웅얼거리는거 알꺼다.그므사하므니다 이런식으로 대사를 쓰면 안 그래도 별로인 글 이걸로 그나마 있는 독자들도 떠날까봐 겁나서 못 쓴다.
"아 맞다"
원래 음식이 몸에 들어가면 없던 기억도 생긴다.그래서 내가 삼시 5끼를 먹는 이유가 이거다.안 먹으면 내가 인스티즈에서 글을 연재한다는 것을 까먹을까봐 그런거지 절대 배고파서 먹는게 아니다.
"승관이는 집에 왔대요?"
오늘 매점에서 나대는 승관이.avi를 보고도 혹시나해서 물어본다.
"그런가봐"
"다행이네요"
정말 영혼없이 내뱉더니 다시 국수를 흡입하는 순영이다.역시 남자가 젓가락질을 잘하니 멋있어 보인다.
"아들"
그렇게 잘 먹는 순영을 보던 승철이 웃으면서 부른다.벌써 소주 1병은 다 마셨다.
"네?"
원래 음식먹을 때 자꾸 말거면 개빡치는데 순영은 착해서 바로 먹던걸 멈추고 승철을 바라본다.대단하다 어떻게 먹던걸 멈출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빠가 너희들한테 잘못한게 있는 것 같아"
"승관이 때문에 그래요?"
"꼭 그거 때문이 아니더라도"
"괜찮아요,개 중학생이라 사춘기인가보죠"
"...."
사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때문인 것 같다.
"아들은 아빠 믿어?"
"그걸 질문이라고"
순영이 표정이 마치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우주쓰레기보다도 못한 질문을 들은 것 같은 표정이다.
"당연하죠"
"...."
순영의 대답에 승철의 표정이 어두워진다.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하다 느끼는 순영이다.
"아들.."
"..."
"아들.."
"아빠"
"...."
"취하셨.."
"아빠가 미안해"
"..."
"아빠가 전혀 떳떳한 사람이 아니야.."
"...."
"아빠가 큰 죄가 있어.."
"..."
"아빠가 미안해"
그러더니 풀썩 쓰러지는 승철이다.취기에 정신을 놓아버렸다.
"아빠"
의도치않게 먹은 국수값,닭발값,어묵값을 승철을 모시는 값으로 써버리게 된 순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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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최승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