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예성 - 먹지 inst
"뭐?"
여전히 악수하듯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김태형에게 화를 냈다.
얘는 대체 무슨 의도로 내 앞에서 그 이름을 꺼낸 걸까.
이 상황을 다 봤으면서도 그 말이 나오는 거야, 지금?
그저 해맑은 표정으로 박지민의 이름을 꺼낸 그의 얼굴을 보고만 있으니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걔에 대한 거라면 뭐든 너한텐 좋은 거 아닌가?"
아까완 달리 차분히 가라앉은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체 나한테 왜 걔 얘기를 해주겠다는 건데?"
"난 걔 얘기 해준다고 한 적 없다. 걔에 대한 좋은 걸 알려주겠다고 했지."
표정 없는 얼굴과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하기에는 조금 밝은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 차이가 꽤나 커 괴리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듣고 싶지? 그렇지?"
언제 그랬냐는 듯 김태형의 얼굴에 다시 장난기가 잔뜩 올라왔다.
박지민 친구니까 믿을만한 거겠지? 뭐, 들어서 나쁠 건 없겠지.
"말 해."
"여기서?"
최대한 빨리 듣고 벗어날 생각으로 팔짱을 낀 채 서서 얘기하라고 하자 김태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럼 어디서 말할 건데."
내가 듣기에도 조금 날카롭다, 싶은 말투가 튀어나왔고 김태형은 그런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진정해. 이게 그렇게 까칠하게 굴 일이야?"
김태형은 주변을 잠깐 살피더니 몇 걸음 뒤에 떨어진 벤치를 가리켰고
"저기, 일단 저기 좀 앉자."
라며 내 몸을 반대쪽으로 돌려 가볍게 떠밀었다.
날씨 탓에 차가워진 벤치가 몸에 닿자 냉기가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지금 한다는 그 말이 내가 이 추위를 감수할 정도로 가치 있었으면 좋겠는데.
김태형은 내 옆에 앉자마자 차갑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이내 민망한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너 박지민 좋아하지?"
무슨 첫 마디가 이래.
내가 뭐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쉴 새 없이 입을 열었다.
"아침마다 인사 씹히는 거, 너지?"
"매일 강의실 자리에 먹을 거, 마실 거 올려놓고 가는 것도 너지?"
"매번 박지민이 전화해서 돈 빌려 가는 것도 너고?"
이거 듣다 보니 짜증 나네.
분명 거짓말이 섞인 것도, 사실이 아닌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괜히 화가 치밀었다.
지금 내 처지 알려주려고 이러는 건가.
"그리고..."
"야."
말할 게 아직도 남았는지 다시 입을 여는 김태형을 막아서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내 행동에 김태형은 내가 원하던 대로 말을 멈추었고 고개를 들어 잔뜩 찌푸린 내 표정을 살피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태형은 옷을 툭툭 털더니 여전히 짜증 가득한 내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리고 지금껏 박지민은 가지도 못할 캠프며 프로그램이며 다 명단 바꿔준 것도 너고."
"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내가 지금 그딴 말이나 듣자고 여기 있었던 거야? 대체 쟤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소리를 지르자 김태형은 급하게 주변을 둘러봤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안도하듯 숨을 내쉬었다.
"성격 한 번 되게 급하네. 이제 딱 말해주려고 했는데."
말해주겠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건지.
김태형은 입을 꾹 다문 채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박지민."
"김태은이 좋아해."
"뭐?"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말이기에 그에게 다시 한번 되물었다.
"누가... 뭘 좋아해?"
김태형은 이런 내 행동에 고개를 젓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왜 여자들은 다 들어놓고 못 들은 척을 하는 거야. 드라마도 아니고."
김태형은 핸드폰을 꺼내 몇 번 만지작대더니 내게 화면을 들이밀었다.
"잘 봐."
김태형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아 화면을 보니 김태형과 김태은의 연락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근데 나 박지민 좋아해.]
[성이름도 좋아하잖아.]
[알아.]
[너네 친구 아니야?]
[친구지.]
[근데?]
[난 우정보다 사랑이라서.]
정말 내가 아는 그 태은이가 맞는 건지. 김태은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내용에 잠시 머리가 멍했다.
"진짜야?"
"그럼 내가 할 짓이 없어서 이런 짓을 하겠어?"
김태형은 내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갔고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내 팔을 위로하듯 툭툭 치며 괜찮냐고 말을 걸었다.
괜찮을 리가. 괜찮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김태은은 내 친구였고, 적어도 김태은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대체 어떻게.
"자. 이거 내 번혼데 또 놀아주고 싶어지면 연락해."
김태형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금세 내게 뭔가 내밀었고 멍한 정신에서도 그 11글자는 또렷하게 들어왔다.
"뭐, 좋은 얘기가 아니라 미안하다. 그럼 다음에 봐."
김태형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았고 난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서 김태형이 주고 간 종이만 내려다봤다.
대체 얘는 누구 편이기에. 무슨 생각이기에.
그렇게 한참을 보다 핸드폰을 꺼내들어 김태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름?"
"지금 어디야?"
"나 편의점. 왜?"
"잠깐 만나자."
물어볼 게 있었다.
아직은 아닐 거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 제발 아니라고, 거짓말이라고 해주기를. 그렇게 되기를.
김태형이 뒤돌아 가버린 그 길을 걸었다.
불안함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겼다.
그리고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계속 생각했다.
김태형은 무슨 생각으로 이 길을 걸었을까.
그리고 김태형은.
대체 무슨 의도로 내게 그걸 알려준 걸까.
정국에 뷔온대 사담 |
? 저 맞춤법 검사 안 한거 있죠. 그래서 맞춤법 검사하느라 늦었다요... 일요일에 지민이와 태형이를 보게 될 줄이야.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일주일 후에나 올릴 예정이 될 줄이야. 저도 몰랐습니다. 여러분도 모르고 계시겠죠. 태은이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이름 과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느낌 오시죠? 그냥 스쳐가는 애는 아닐 겁니다. 저번 편 2000차의 충격... 다들 괜찮으십니까. 무슨 글이 읽자마자 끝나요. 심지어 순서 바꼈ㅋㅋㅋ아...진짜... 글 올리고 수정하러 갈 겁니다. 저 대체 저번 편 쓸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 |
p.s. - 아직 암호닉 안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