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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노란 딸기 전체글ll조회 1754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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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3 | 인스티즈 

 

 

 

 

 

 

 

 

 

 

 

/

드디어 찾아온 휴일. 또 한주를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고 드디어 숨 좀 고를 수 있는 주말이 온 것이다. 만날 사람도 없고 나갈 일도 없고. 넉넉하게 늦잠을 자고도 침대 위에서 이불을 돌돌 말고 마음껏 부등부등거렸다. 어디도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야지. 혼자 있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머릿속도 깨끗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나를 포함해서. 딱히 하는 일 없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나로선 가장 좋았다. 누구도 방해하지 마라. 그 누구도 내 시간을, 

'띵동'

방해하지 말라고.... 드디어 찾아온 행복한 시간을 만낀하려는데 망할 초인종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찾아올 사람도 없는데 우리 집을 아는 사람도 없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없는 척 숨죽이고 있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가버릴 것이다. 택배라면 경비실에 두고 갈 것이고 교회에서 나왔다면 몇 번 더 끈질기게 누르다 결국 옆집으로 넘어가겠지. 

'띵동' 누구야 대체. 벌써 세 번이나 울렸다. 나가봐야 하는 건가. 하지만 요즘은 택배도 조심하라 했고 배달도 조심하라 했고 뭐든, 조심하라고 했는데. 처음엔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자꾸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돌돌 말린 이불 그대로 몸을 일으켜 앉아 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띵동' 지금까지 최고로 끈질겼던 교회 아줌마들의 수준을 넘어섰다. 저건 내가 집안에 있다는 걸 확실히 안다거나, 아님 오기로 저러는 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 중 무엇이든, 또다시 무서움이 엄습해왔지만 누군지 확인을 해봐야 했다. 정말 중요한 일로 찾아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 느릿느릿 몸에 감겨있던 이불을 풀어내고 인터폰으로 질질 기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분명 방금까지도 초인종 소리가 쨍쨍 울렸는데 어째서인지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인터폰을 통해 본 우리 집 앞에도 사람은커녕 텅텅 비어있었다. 방금까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까지 초인종이 울렸는데 말이다. 어디로 증발해버렸지. 기분이 이상하고 떫떠름했다. 그저 어린아이들의 장난이려니 그렇게 넘겨야지, 안 그럼 하루종일 제대로 쉬지도 못 하고 집안에서 혼자 벌벌 떨 것이 뻔했다. 그런 거야. 장난일 거야. 하여간 나는 겁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인터폰의 수화기를 내려놓고 손톱을 딱딱거리며 다시 침대로 오려는데 바닥에 놓았던 핸드폰이 부우- 부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솥뚜껑보고 놀란 가슴 자라보고 놀란다고, 방금 전 상황 때문이었는지 별것도 아닌 일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톱으로 잇몸까지 찍었다. 대체 바보같이 뭐 하는 건지. 이럴 때면 참 답도 없고 답답해서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살짝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왔고 씁씁- 흘러나오는 피와 섞인 침을 삼키며 핸드폰을 집었다. 혜주였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3 | 인스티즈 

 

 

 

(굳이 안 틀으셔도...)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3

 

 

 

 

 

 

 

 

 

 

 

"여보세요." 

[왜 늦게 받어.] 

"너 때문에 피나잖아." 

[피? 무슨 피?] 

"아냐. 왜 전화했는데." 

[한 번 와. 안 온 지 꽤 됐잖아, 너.] 

"이제 괜찮은가 보지." 

[괜찮은 척하는 거겠지.] 

"...." 

[이따 들려.] 

"알았어." 

[맛있는 거 사와라!] 

 

 


저게 환자한테 맨날 뭘 그렇게 사 오래. 자기가 대접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적어도 주스라든가. 오렌지주스는 말고. 오늘은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비비적거리고 싶었는데 다 틀렸다며 투덜거리곤 대단한 언행불일치를 시키며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실은 혜주의 전화를 받고 나름 들뜬 기분이 들었다. 최근 들르지 못 한 건 눈도 못 돌릴 만큼 바빠 내 체력이 따라주지 못 해 '안'이 아니라 '못' 간 거였으니까. 최근 있었던 일도 털어놓고, 여전히 나아진 것 없는 내 상태에 대해 돌팔이라며 실컷 놀리고 와야지. 도대체 자기가 이제껏 나한테 해준 게 뭐야. 살풋 웃으며 이따 들르라는 혜주의 말을 무시하고 서프라이즈로 일찍 갈 생각을 하며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나를 위한 서프라이즈인지 혜주를 위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딱 나갈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려고 보니 문득 아까 일이 생각나 천천히 문을 열었고 넘치는 걱정과 달리 문 앞엔 아무것도 없었다. 난 또 문 앞에 이상한 게 있을까 봐 잔뜩 걱정했더니. 괜한 걱정이었음에도 안도감을 느끼며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밑으로 쭉쭉 내려왔다. 

 

 


"어." 

 

 


누굴 찾는 모양이었는지 아님 뭐가 불안했던 거였는지 현관을 나서자마자 분리수거를 하며 휙휙- 요란하게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보고 있던 옆집 남자가 보였다. 그리고 나와 딱- 하고 눈이 마주쳤더랬지. 참 재수도 없게 말이야. 그냥 고개를 박고 분리수거에만 신경을 쏟지 뭐 저렇게 산만하게 주위를 둘러보냔 말이다. 

 

 


"집에 계셨네요? 계속 눌러도 답이 없길래 안 계신 줄 알았는데." 

 

 


입이 떡 벌어졌다. 이 남자였어? 그렇게 끈질기게 초인종을 눌렀던 사람이? 또 다시 소름이 돋으려는 나와 달리 이 남자는 실실 웃으며 마지막으로 꺼낸 맥주캔을 분리수거함에 쏙 넣었다. 뭐 저렇게 세상 걱정 없단 표정으로 웃는지 돋으려는 소름이 다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하긴 그렇게 눌러대다 아무 반응이 없자 바로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갔다면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을 때 순간 텅 비있던 우리 집 앞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니 아까의 의문은 깔끔히 풀렸다. 하지만 뭐라 답을 해야 할지. 집에 있는데도 난 없는 척 끈질겼던 초인종에도 응답을 하지 않았으며 이 남자는 내가 답을 할 때까지 초인종을 눌렀는데. 뭘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고 입을 떼야 할지 모르겠다. 엄청 중요한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날 불렀으면서 이렇게 태평하게 말을 거는 건 뭔지. 대체 뭐 때문에 나를 찾았는지. 궁금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혹시나 또 어떤 소름 돋는 말을 뱉을까 살짝 겁이 나서. 

 

 


"제가 혼자 밥 먹는 걸 진짜 싫어하거든요. 혹시 점심 안 드셨으면 같이 먹자고 하려 했는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알아차린 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어 내 궁금증을 풀어주려 했다. 현관을 나서자마자 한 번 마주치고 난 이후로는 더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눈알을 온 사방으로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그 남자는 내게 조금 다가오더니 뒤통수를 싹싹 긁적거렸다. 고작 그거였어? 같이 밥 먹자고. 하, 어이가 없네. 그대와 내가 왜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거냐고. 대체 얼마나 혼자 밥 먹는 게 싫었으면 초인종이 부서져라 눌러 대. 일반적인 사람들이 느끼기에도 이 사람은 좀 이상한 게 맞았다. 이따 혜주에게 이 사람에 대해서도 물어봐야지. 

 

 


"지금 나가는 길이세요?" 

 

 


나는 입 한 번 뗀 적이 없는데 혼자 벌써 몇 마디를 해댔다. 요동치는 시선을 진정시키고 그 남자의 인중을 보는데 성공한 나는 주먹을 꽉 쥔 채 대답을 한마디 해야 했다. 그게 짧든 길든 간에. 

 

 


"네." 

"아쉽다. 다음엔 꼭 같이 먹어요! 나 진짜 혼자 먹는 거 싫단 말이에요. 지금도 배고파 죽겠네." 

 

 


입술이 삐쭉 나오는 게 보였고 말을 계속 이어가며 말라 보이는 배를 문질렀다. 혼자 먹는 게 싫다고 지금까지 밥도 안 먹은 거야? 와, 진짜 심하네. 그렇게 죽을 정도로 배가 고팠으면 밥을 먹으면 될 거 아니야. 설마하니 저 아쉬운 투는 자길 위해서 약속을 포기하고 같이 밥을 먹어달라는 게 아니겠지, 꼭 믿고 싶었다. 하- 한숨이 쉬어졌다. 내가 왜 이런 사람에게 걸려서. 이쯤 되면 정말 이사를 가도 되는 거 아니야? 몇 개를 생각해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이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긴 하지만. 특히 나는. 

 

 


"그럼." 

"잘 다녀와요!" 

 

 


또 어떤 나를 당황시킬만한 말을 내뱉기 전에 얼른 자리를 뜨는 게 맞았다. 까딱- 고개만 흔들어 인사를 하곤 그 남자를 지나치는데 등 뒤에선 다녀오라는 큰 소리가 따라붙었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그런 그 남자를 뒤로한 채 내 길로 걸어가다 문득 고개가 옆으로 기울여졌다. 나 방금 저 남자를 무서워하지 않았어. 저 남자를 살인마라 칭하며 마음껏 겁을 먹었으면서, 바로 어제만 해도 또 내게 무슨 짓을 할까 몸까지 딱딱하게 굳었으면서. 그때의 감정은 순간 어디로 숨어버린 건지 그리 긴장이 되지도 얼굴이 달아오르지도 겁을 먹지도 않았다. 눈을 마주치지 못 하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행동이었으니 빼주겠다. 저 웃음에 홀린 걸까. 배가 고파죽겠다면서, 지금까지 봐왔던 이 남자의 모습은 죄다 내 상상일 뿐이니 몽땅 씻어내라는 듯 그렇게 활짝 웃어 보였다. 겁을 먹으며 못된 생각을 했던 내가 한심할 정도로 마냥 착하게 순수하게 깨끗하게.
정말 뭐하는 사람일까. 

 

 

 

 

 

 

 

 

 

"너는 이게 맛있는 거냐?" 

 

 


그럼 뭘 사 오라고 딱 말을 해주지 그랬어. 내가 먹고 싶었던 타코야끼를 사 갔더니 환호 대신 비난을 퍼부었다. 먹지마. 내가 다 먹을 거야. 하필 내 앞에서 끊기는 바람에 그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서서 얼마를 기다려 사 온 건데 말이야. 딱 내 차례가 되었는데 텅 비어버린 철판을 보고 그냥 말까 생각하다 어렵게 버텨서 사 왔더니 반응이 저랬다. 내 노력이 얼마나 가상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말이야, 어? 너무하네. 

 

 


"냄새 배잖아!" 

 

 


어차피 몇 분 놀다 떠날 거 냄새가 배든 말든 나랑은 상관이 없었다. 그저 지금 내 입속으로 날 만족시켜줄 맛난 게 들어가면 그만. 간단히 혜주의 말은 무시해주고 오랜만에 온 거라 뭐 달라진 건 없나 주위를 둘러보며 이쑤시개로 하나 콕 찍어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이게 뭐. 맛만 좋구만. 하여간 지 상담실이라고 더럽게 신경 써요. 

 

 


"근데, 오기 전에 무슨 일 있었어?" 

 

 


정확한 건 돌팔이는 아니라는 거. 참 신기하단 말야. 뭐라 꺼낸 말도 없는데 잘도 알아차렸다. 정신과의사를 친구로 두는 건 참 좋은 일이야. 아직 정식 정신과의사는 아니지만. 인턴실습 중인 혜주는 정신과 중에도 신경과였는데  머리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신과의사보단 심리상담가에 좀더 가깝기도 했다. 

혜주를 만난 건 대학생, 아니 중학생 때였다. 내가 전학을 가기 전, 그 일이 있어났던 학교에 함께 다녔던 동창이었다. 그땐 친하지 않아 친구의 친구를 통해 서로 얼굴과 이름만 아는 그런 사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덜컥 커져버린 사회에 내던져지는 것이 늘 걱정이셨던 엄마는 지인분의 추천으로 당시 혜주가 인턴실습을 하고 있던 병원으로 날 데려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고 담당 의사는 그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병원 가는 것을 내내 꺼려했던 내게 딱 좋은 치료 방법을 찾았다면서. 하지만 나는 전혀 그녀가 반갑지 않았다. 상담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혜주는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굳이 내 입으로 또 다시 꺼내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 아니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아니었다. 내게 일어났던 그 모든 일들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다시 혜주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의 일이 더욱 생생하게 떠올라 수치스럽고 두려웠으니까. 처음 몇 주는 정말 억지로 자리에 끌려나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날이 태반이었다. 지난 일은 그 비슷한 말도 꺼내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이끌어냈음에도 입 꾹 다물고. 꼭 반항이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하지만 혜주는 마음의 문은 꼭 닫고 있는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급하지 않게. 아주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진심으로 나를 위로해주고 공감해주었다. 꼬박 한달을 내게 공을 들이고 드디어 마음을 열은 내가 첫 마디를 꺼낸 그날, 혜주는 상담 내내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쥐고 방실방실 웃었던 것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 뒤로는 환자와 의사인 듯, 친한 친구 인 듯 치료를 받는 건지 그저 친구와 수다를 떠는 건지 모를 상담이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도 상담을 핑계로 자주 왕래하며 지낼만큼 친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가끔씩 돌팔이인지 아닌지 덜렁대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쨌든 혜주를 만나고 내 상태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고마운 아이지. 여러모로 고마운 것이 참 많은 아이였다. 혜주는 내게 겉으로만 친구가 아닌 무엇을 해도 정말 편한 유일한 진짜 친구였다. 

그래서 이렇게 그저 친구와 수다나 떨으러 불렀다는 듯이 날 자신의 상담실로 자주 불렀고 치료 아닌 치료를 이어왔다. 이번 역시 요즘 잘 들르지 못 한 내 상태에 대해 궁금했는지 의사로서 부른 거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물론 다 털어놓고 상황 파악 좀 해달라 조언을 얻으러 온 거지만 오자마자 비밀을 들킨 것 같은 기분에 그 생각도 쏙 들어가 버렸다. 내가 상황 파악을 해달라 하는 것은 친구로서의 조언을 얻으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표정이 되게 묘한데. 아까 그냥 한 말이었는데, 진짜 괜찮지 않은 거야?" 

"...." 

"더 심해진 거 같진 않고. 뭐 하나 더 생겼는데. 뭐야, 대체. 걱정해야 하는 거야?" 

 

 


열심히 타코야끼를 씹고 있는데 내 얼굴을 들어 올리더니 이리저리 관찰을 해댔다. 내가 무슨. 난 오늘 단지 친구랑 수다 떨려고 온 거지, 환자로 온 게 아닌데 말이야. 양볼로 통통하게 바람을 집어넣었다. 밖에서 따로 만나자고 할 걸 그랬다. 하긴 그랬음에도 직업병이 도져 이리저리 나를 파악하려 했겠지만 말이다. 장소가 이러니 더욱 숨길 수가 없는 것 같아 괜히 더 입술이 쭉 나왔다. 

 

 


"이것 좀 먹자. 먹을 땐 개도 건들면 안 된다는 거 니들은 안 배웠냐?" 

"그건 개를 말하는 거고. 사람이란 동물은 해당 노노다. 사람은 어디서든 사회를 만들고 그곳에 어떻게든 속하려고 애쓰는 동물이야. 봐라. 놔두라면서 왜 그렇게 혼자 먹는 건 싫어하겠어? 일본에도 말이야,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해서...," 

 

 


주저리, 주저리. 또 시작이다. 쟤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똑똑한 줄 알지. 듣고 있으면 무슨 소리인지 도통 정리가 안 되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나았다. 혜주의 말은 팔랑귀인 내게 '정말 그런가?'하고 묘한 설득을 안겨주니 말이다. 방금도. 혼자 먹는 걸 싫어한다는 말에 옷 밖으로도 보이는 마른 배를 문질거렸던 옆집 남자가 떠올랐다. 외로움이 많아서. 혼자 먹는 걸 싫어할 수도 있지. 그리고 그 사람 기준에선 벌써 3번이나 본 내가 길 가다 본 사람보다는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진짜 이상한 사람인 내가 누굴 보고 정상이 아니라며 피해. 또 그렇게 머릿속에선 그 남자를 이해하고 있었다. 

 

 


"진짜 표정, 알고 싶게 하네? 뭔데, 무슨 일인데." 

"야, 혜주야." 

"응." 

"자기 여친 오빠한테 질투를 느끼는 사람은, 괜찮은 거야?" 

"뭐라고?" 

 

 


좀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아직 내 뱃속으로 들어간 타코야끼가 하나밖에 없지만 혼자 먹는 게 싫어 밥도 안 먹었다는 그 남자가 생각난 김에 다 털어놓기로 했다. 혜주도 내가 입을 열 때까지 계속해서 추궁을 할 것 같고. 그 남자를 처음 본 그날 밤. 내 눈앞에서 실랑이를 하던 여자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자기 오빠라고. 그럼 이 남자는 오빠는 남자가 아니냐며 내 수준에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뱉었다. 

 

 


"그리고 또, 다짜고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사귀자고 하는 건 무슨 심리야?" 

"대체... 설마 또 있는 건 아니지?" 

"사람이 나올 때까지 미친 듯이 초인종을 누르는 건?" 

"...." 

"같이 밥 먹을 사람 없다고 점심이 한참 지나도록 밥을 안 먹는 건?" 

"허... 그거 한 사람이지? 여기 한 번 데려와봐. 얘기 좀 해봐야겠다." 

"문제 있는 거야?" 

 

 


다 말한 거겠지. 또 있나. 내가 본 이상한 상황은 다 말한 것 같다. 내 선에선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는 상황들을. 솔직히 자잘 자잘 더 많긴 하지만 여기까지 하겠다. 그리고 다음으로 나올 혜주의 반응으로 지금까지 내가 했던 생각들을 정리하겠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아이고 세상 누구보다 맞는 말을 해주는 아이라고 생각하니까. 

 

 


"근데 지금 나 무척 걱정되고 궁금한 게 있는데." 

"응?" 

"지금 말한 게 니가 다 목격한 게 아니고, 직접 해당하는 거 있어?" 

"처음 거 빼고 다...." 

"왓...?" 

 

 


이쑤시개를 쪽쪽거리며 대답을 해주니 혜주는 두통이 오는 듯 이마에 손을 얹었다. 심한 건가. 여자친구라는 말이 나왔고 혜주는 당연히 내가 겪은 것이 아닌 목격한 것이라고 바로 단정 지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일에 대해 궁금증 가득하게 물어오는 내가 걱정이 되었겠지. 내가 너무 심하게 경계하고 피하는 거겠거니 생각했는데 혜주의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거다. 나는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혜주의 다음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으면 생각에 잠기려는 듯 혜주는 눈을 감고 팔짱을 꼈다. 아주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은 잔뜩 구겨졌다. 

 

 


"나 생각 정리 좀 하자. 아, 아, 아." 

"피해? 안 좋은 사람이야?" 

"안 좋은 사람이 어딨어. 기다려 봐." 

 

 


하긴. 처음부터 안 좋은 사람이 어딨어. 나를 포함해 그런 사람들도 뭔가 있으니까 이 지경까지 되는 거지. 그저 난 내게 해가 될 사람인지, 득이 될 사람인지만 알면 되는 거다. 내가 피해야 하는 사람인지, 참고 계속 봐야 하는 사람인지. 사람 만나는 걸, 인간관계를 이런 식으로 계산적일 필요는 없지만 난 그래야 했다. 무작정 만남을 갖고 관계를 만드는 건 피해야 한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또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혜주의 입이 떨어질 때까지 그녀의 입을 주시하며 또 하나의 타코야끼를 찍어 입으로 쏙 집어넣었다. 먹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설마하니 그 남자, 아직도 안 먹은 건 아니겠지? 

 

 


"저녁은, 같이 먹고 갈 거야?" 

"왜 딴소리야. 어떠냐니까?" 

"내가 뭐라고 사람을 판단해. 이제 너도 재가면서 인연 만들지 말고.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건데?" 

"뭘 또 그렇게까지...." 

 

 


기다려보라면서 왜 답은 안 주고 다른 쪽으로 말을 돌려버리는 건지. 생각이 끝난 듯 눈을 번쩍 뜨길래 잔뜩 기대하는 눈길로 혜주를 바라보면 그녀의 입에선 김이 새버리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혜주가 치워버리려는 그 주제를 내가 다시 가져와 꺼냈더니 괜한 꾸중만 들려오는 것이다. 

자기가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도 없고 일방적으로 뱉은 내 주관적인 의견만 듣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건 아니라는 게 혜주의 결론이었다. 정말 위험해 보이고 내게 해가 될 듯싶으면 자기도 바로 말해줄 텐데 이것 가지고는 정확히 나오지도 않고, 그리고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단지 그 사람도 마음의 병이 약간 있을 수 있다고. 오히려 너와 비슷한 사람이라 잘 지내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방식이 좀 서툴고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 거지 내게 관심이 있는 걸 수도 있다고. 지극히 정상적인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응." 

"니 입에서 남자에 관한 말이 나왔으니까." 

"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혜주와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손에 꼽, 아니 없구나. 이렇다 할 일들이 없었으니 전달할 말도 없었다. 내게 다가와도 지레 겁을 먹고 먼저 피해버리거나 아님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들로 그쪽에서 먼저 나를 피해 갔으니 더 긴 인연을 끌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상처만 잔뜩 받고 나아지기는커녕 노력을 해도 점점 상태만 나빠져 혜주에게 말을 꺼내지도 못 하고 딱 막혀버렸다. 정신과의사인 친구를 옆에 두고도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며 곪아가는 나를 지켜본 게 벌써 몇 번인데. 내 입에서 그 남자와 관련된 몇 가지의 상황들이 나왔고 혜주도 적잖이 놀랐을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미소까지 지으며 내게 다가와 등을 톡톡 토닥였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지도 못 한 대답이 나온 것이다. 난 혜주의 입에서, 그 사람 이상하다고 상종하지 말라고 되도록이면 피하라고. 부정적인 말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럼 내 속에서 아무리 우겨대도 무시하고 이사를 갈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예상을 깰 수 있는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연락 자주 해. 알겠지?" 

"응...." 

"맘에 안 드는 반응이었나 보네?" 

"약간."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억지로 그 사람이랑 만나보라는 건 아니야. 너 또 잘못 이해한 건 아니지?" 

"아니지...." 

 

 


내 말에 혜주는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아 푸슬푸슬 웃었다. 맞는걸. 억지로 만나보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 생각에, 결정에, 그 사람에 대한 내 느낌에 혜주의 말이 영향을 끼친 건 맞았다. 아까 말했듯이 혜주의 말로 내 생각을 정리하려 했으니까. 일부러 내가 더한 만남을 이어보려 노력하진 않겠지만 굳이 내게 다가오는 걸 피하진 않겠다는 뜻이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될지 안 될지는 모르는 거겠지만. 벌써 며칠 동안 그 남자를 얼마나 보았던가. 이대로라면 당장 집으로 돌아갈 때부터 내 앞에 나타나 또 어떤 말로 내게 말을 걸며 다가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쯤 되면 그 남자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대체 뭘까. 일단 내게 사귀자고 했던 건 자기 여자친구와 싸우고 홧김에 한 말일 테고. 그럼 다음날 내게 사과를 건네거나 해야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밝게 인사까지 건네며 조심히 가라는 둥 그 오지랖 넓은 말은 뭐냔 말이다. 혼자 밥 먹는 게 싫다고 남의 집 초인종을 부서져라 누르질 않나. 이웃이 나뿐이면 말도 안 하겠어. 하긴 나 또한 그 사람 말고 다른 이웃의 얼굴은 한 번 본적도 없으니 그 사람도 그렇겠다 싶긴 했다. 

하, 이렇게 또 자신을 설득시키고 있는 내가 한심해지고 답답해졌다. 또 뭘 하는 건지. 목적도 의미도 없는 생각 따위 접자. 

 

 


"와." 

"어, 어?" 

"너 지금 그 남자 생각한 거야?" 

"아니야!" 

"아니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너한테 큰 영향을 줄 거 같긴 하네, 그 남자." 

"...." 

"아, 그렇다고 내 말 의식하지 말고! 니가 하고 싶은 대로 몸 가는 대로 생각 하는 대로. 오케이?" 

"오케이...."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3 | 인스티즈 

 

 

 

 

급하게 중요한 일이 생긴 덕에 더 시간을 보내지 못 하고 혜주의 병원을 나와야 했다. 같이 저녁 먹으려고 했는데. 나와 함께 나가려고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혜주는 몇 번이고 내게 자신의 말은 신경 쓰지 말라고 강조를 해댔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신경쓰이는 거지. 그것도 모르나. 불안하다며 쓴 표정까지 지었다. 하긴 저번에 혜주가 한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녀관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꼭 망한다고. 특히 나같이 연애 한 번 안 해 본 초보자에게 괜한 말을 했다가는 좋았던 관계마저 틀어져 쫑이 나버릴 거라고. 그래서 혜주가 말을 아꼈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생각도 없이 자꾸 물었나 보다. 물론 나는 그 남자와 좋은 인연을 이어가 혹여 나중에 연인 사이로 발전시킨다거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혜주의 말에 쓸데없는 기대와 호기심, 관심이 생겨버렸다. 처음 인생에 끼어든, 아 정정하자. 내가 이렇게 되고 처음으로 꽤 크게 내 인생에 끼어들으려 하는 남자라서 그런지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었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머릿속은 그 남자의 생각으로 가득 했다. 이건 혜주의 반응도 크게 한몫했다고.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해서. 내게 큰 영향을 줄 거 같다느니. 신경 쓰지 말라는 혜주의 말은 저기 어디 쓰레기통에 들어가버렸고 다른 말들만 붕붕 떠다녔다. 내게 생긋생긋 웃어주던 그 남자를 생각하면 자꾸 좋은 쪽으로 생각이 드니까. 웃기게도 말이야. 첫 만남이 꽤나 극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쉬운 여자였나. 그동안 겉으론 티를 안 냈지만 나도 연애란 걸, 사랑이란 걸 하고 싶었던 건가. 괴상한 쪽으로까지 생각이 미쳤다. 혼자 너무 나가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 이렇게 꼬리를 쭉쭉 물고 이상한 곳까지 흘러가니 참 큰일이지. 

그럼에도 여전히 그 남자가 신경 쓰인다는 사실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설마하니 아직까지 밥을 안 먹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집으로 다가올 즘 고개를 들어 내가 사는 층을 보았고 나란히 꺼져있는 두 집이 보였다. 나갔구나. 설마 그랬으려고. 설마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밥을 아직도 먹지 않았다거나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 아니, 걱정도 아니지. 내가 무슨 걱정을 했어. 그냥 그렇다고 생각한 거지. 그럼에도 살짝 드는 실망감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연애 안 해본 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대체 무슨 기대를 한 거야. 꼭 연애 못 해본 것들이 상대의 작은 행동에도 기대하고 떨려 하고 그런다는데 내가 꼭 그 꼴인 것 같아 우스웠다. 그날 밤 그렇게 무서워하며 벌벌 떨었음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 남자를 떠올리면 그날의 두려웠던 감정은 사라지고 방긋거리며 웃어주던 모습만 떠다니니 어쩔 수가 없었다. 


저녁으로 뭘 먹으면 좋을까. 실은 오늘 제대로 먹은 것 하나 없는데 집에 먹을 게 있긴 하던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이제야 그 남자를 치워버리고 저녁거리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일층의 현관이 열리며 까만 실루엣이 보였다. 설마 하는 기대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실루엣이 가로등불 밑으로 들어와 얼굴이 보일 때까지 집중해서 뚫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드디어 가로등불로 밝혀진 얼굴이 그 남자인 것이 확인되면, 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른다. 평소처럼 고개가 푹 숙여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타올랐다. 꼭 그 남자여서가 아니라.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또 어떤 말을 걸어올까 긴장이 무척이나 되었다.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까. 세 발짝이면 닿을 거리까지 왔을 때 고개를 살짝 들어 방금까지 내내 생각했던 그 남자를 쳐다보았고 내 예상과는 달리 그는 나를 향해 싱긋 웃고는 휙- 지나쳐 버린다. 순간 머릿속은 백 개가 넘는 물음표가 그려지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걸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이건 무슨 상황인 거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뭐 하는 걸까. 기대는 실망을 거치지도 못 하고 황당함으로 흘러갔다. 내가 지금 무시를 당한 건가 부끄러움마저 들었다. 무슨 말을 걸어올까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까 혼자 들떠했던 조금 전의 내가 한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린다. 

몇 초간의 상황 파악을 한 후 뒤를 돌아 그 남자를 보려고 했지만 더욱 비참해질 것 같아 참았다. 가까워지던 발소리보다 더욱 빠르게 울리는 멀어지는 발소리가 마치 몇 번도 보지 않았던 것처럼, 지난 며칠간 내게 말을 걸어왔던 건 다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어떤 미련도 없이 빠르게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그 남자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그 남자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던 게 우스울 정도로. 나는 그 남자에게 놀아난 걸까. 그저 재미로 그랬던 걸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정말 별생각이 다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가 내게 했던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혼자 너무도 커다란 기대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건데 그 남자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그 남자에게 서운함을 느끼냔 말이다.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데. 우리? '우리'로 묶을 정도도 아닌데. 단지 이웃, 그래 이웃이어서 그랬던 것뿐인데. 흔한 연애 초보자의 등신 같은 착각이라고 하겠다. 시작도 하지 못 해 너무 빠른 감이 좀 있지만, 지금이라도 날 무시하고 지나가버린 그 남자에 대한 내 착각을 접어보려 한다. 괜한 고민을 했겠거니, 괜히 아까운 혜주의 시간만 뺏었겠거니. 하지만 그렇게 넘겨버리려 해도 비웃음이 아닌 다정한 듯한 표정으로 웃어주고 떠난 그 남자의 표정이 아른거려 그럴 수도 없었다.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았으면서 아침에 보았던 그 웃음보다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양쪽으로 나뉘어 정리가 되지도 않는 머릿속을, 차라리 어이가 없다 여기며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어두워서 누군지 몰랐던 건 아닐까. 그래서 날 무시한 게 아니라 못 알아본 건 아닐까. 그냥 접고 내 인연이 아닌 거다 그 남자의 나쁜 면을 생각해보자 노력해도 그게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되고 바보 같지만 이미 머릿속과 마음은 그 남자가 점령해버린 듯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심각하다. 정말 심각한 거라고. 남탓을 하고 싶지 않지만 혜주의 탓을 함으로써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어 괜히 씹어본다. 니가 쓸데없이 관심이 있다느니 서로에게 좋을 거라느니 그런 말을 해서 내가 이렇게 감정 컨트롤을 못 하는 거잖아. 

 

나도 내가 답답한데 자꾸 드는 그 남자의 생각에 끼니를 때우는 둥 마는 둥 식탁에 놓인 언제 사놓은 지 모를 식빵을 몇 조각 뜯어 먹다 잠이 들어버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3 | 인스티즈 

 

 

 

 

그게 유통기한이 훌쩍 지나버린 식빵인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지났으면 버렸겠거니 별생각하지 않고 뜯어 먹었던 게 결국 탈을 내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륵주륵 다 밀어냈고 속에선 더 이상 나올 게 없어 위액까지 뱉어냈다. 쉬고 싶어도 난 일개 월급쟁이인 것을. 답이 없었다. 앞에 남자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식은땀이 등허리에서, 뒷 목에서 흘러내렸다. 일이고 뭐고 집중을 하려 해도 잡히지가 않았고. 그래도 어떻게 해보려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서류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표정이 진짜 많이 안 좋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뜩이나 식은땀이 흐르는 내게 그 인턴이 다가와 말을 걸어줌으로써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도 내 증상은 변함이 없구나. 그 목소리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몸이 긴장한 듯 경직이 되었다. 날 걱정해서 건네는 말에도 나는 고개를 더 푹 숙여버린다. 그날 내가 잘못한 것도 있는데. 그래서 내게 더 이상 말을 걸어주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언제 가져온 건지 또 한병의 오렌지 주스를 내밀며 평소와 같이 말을 이었다. 그런 그였기에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먼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화를 내버렸고, 그럼에도 먼저 내게 말을 건네주는데 눈 한 번 마주칠 수 없다는 사실에. 

 

 


"어디 아프시면 제가 대신 말씀드릴까요?" 

 

 


자기가 무슨 힘이 있다고 누구한테 무슨 말을 해줘. 대견하고 고맙지만 무모한 도전이라고 하겠다. 그만 좀 가지. 박지민은 내 옆에 서서 자기가 아픈 것도 아닌데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물론 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긴 했지만 그쯤 해줬으면 충분히 힘이 되었고 이제 가주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그런 사실은 전혀 알지 못 한 채 내 옆에 서있었다. 

 

 


"이제 그만," 

"아, 제 자리로 갈게요! 저 필요하시면 꼭 부르세요."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박지민은 총총총 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그쪽 필요할 일이 뭐가 있어. 고맙지만 쓸데없는 호의였다. 돌아가는 박지민을 보며 그제야 숨을 좀 고르려고 하면 입에선 한숨만 푹 흘러나왔다. 자리는 또 누가 이렇게 정해놨는지. 건너본 박지민은 티가 다 나는데도 일을 하는 척 슬금슬금 입술을 내밀며 나를 훔쳐보았다. 쟤도 진짜 이상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손에 쥔 오렌지 주스를 힘겹게 연 서랍 안에 집어넣었다. 이게 다 몇 개야. 얼른 먹든지 집으로 가져가든지 해야겠다. 

 

 


"김아미씨."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톡톡 닦아내고 있는데 조용했던 사무실에 내 이름이 나지막히 들렸고 그 소리가 팀장님의 자리에서 나왔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왜 하필. 아직 다 못 끝냈는데. 분명 아까 부탁하신 서류를 말씀하시는 거겠지.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고 간단한 업무였음에도 몸이 이지경이라 반도 못 끝내놓고 있었다. 일단은 모르는 척,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거니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님께로 자리를 옮겼다. 

 

 


"네, 팀장님." 

"아까 내가 부탁한..., 어디 아픕니까?" 

 

 


역시나 그 서류를 찾으셨다. 다 끝내려면 아직도 한참이 남았는데. 그러지 말고 지금은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못 하겠으니 다른 분께 맡기면 안 되겠냐는 능력 없고 자존심 상하는 목소리가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눌렀다. 자기 관리 못 해서 아픈 것도 내 탓이고 아파서 일을 다 끝내지 못 한 것 또한 내 탓이니 그 말을 차마 뱉을 수가 없었다. 혹시 아픈 게 티가 날까 꾹 참으며 손만 꼼지락거리고 있는 내게 팀장님은 하던 말을 멈추고 아프냐고 물어왔다. 망했다. 

 

 


"아닙니다." 

 

 


아니라는 내 말에 팀장은 모니터로 시선을 옮기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지금 여기서 버리고 있는 시간에 얼른 가서 일이나 하겠다. 가보란 말도 없고 자신의 앞에 약간은 거친 숨을 쉬고 있는 나를 세워두고 키보드만 계속해서 탁탁 두들겼다. 니가 상사라 이거냐. 니 말 한마디에 쪼르르 달려와서 앞에 서있는 내가 우습냐, 어? 우스워? 

분명 속으로 생각했는데 순간 내가 실제로 뱉었나, 생각이 들자마자 마지막으로 경쾌하게 엔터를 탁- 친 팀장님은 내게 시선을 옮기고 턱을 괘며 빤히 쳐다보았다. 어후, 찔려라. 이젠 속으로 욕도 못 하겠다. 날 빤히 쳐다보는 덕분에 나는 입술을 꽉 물고 다시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심한데." 

"네?" 

"내가 손대면, 나한테도 화낼 겁니까?" 

 

 


깜짝 놀라 고개가 들렸고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금방 다시 내리긴 했지만. 뭔가를 알고 있다는 말투.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까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러다 머릿속을 스친 기억이 저번 회식날 내가 박지민의 손을 쳐냈을 때, 그때 팀장도 있었다는 것을. 그게 다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잠깐만 참아." 

 

 


순식간에 몸이 바짝 얼어붙었다. 처음 듣는 반말 때문인지 아님 지금 내 이마에 올라가 있는 팀장의 손 때문인지 눈이 아주 커져서는 깜빡일 수도 없게 그대로 멈춰있었다. 심장이 뛰는 법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보다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 보는 팀장 때문에 고개를 더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 했다. 팀장의 그 큰 손은 내 이마를 덮기에 아주 적당했다. 안 그래도 미열이 있었는데 그 손길에 얼굴이 타버리는 듯했다. 잠시 동안 열을 재는 듯했던 팀장은 내 이마에서 손을 떼더니 미간을 한 번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열이 좀 있는데. 아픈데 왜 참고 그럽니까. 말 못하는 애기도 아니고." 

"...." 

 

 


입만 벙긋벙긋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원래 있던 열과 팀장의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에 얼굴은 더욱 활활 타올랐고 그의 손이 떨어진 뒤엔 내 손까지 벌벌 떨려오기에 그러지 않으려고 서로 꽉 붙잡아 참으려 했다. 눈앞이 아찔했다. 금방이라도 주저 않을 듯이. 이건 뭐 아프니까 거부반응이 더 심해진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머릿속이 정리되질 않았다. 팀장은 내 이마에 손을 얹기 위해 일으켰던 몸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의자에 쭈욱 기대서 여전히 내게 시선을 꽂고는 자기 턱을 쓱쓱 문질렀다. 

 

 


"심하네, 많이." 

"...." 

"병원은 가봤습니까?" 

 

 


열이 그렇게 심한가. 손을 들어 목 안쪽이고 볼이고 꾹꾹 눌러보았다. 심하네. 그렇게 뜨거울 수가 없었다. 아주 활활 타오르네. 병원은 무슨. 1분이라도 늦으면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병원에 갈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진짜 말하고 싶었다. 내가 병원에 안 간 건 못 가서라고. 바로 너 때문에 말이야. 근데 왜 자꾸 몸은 기웃기웃 중심을 못 잡겠는지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 확실히 방금 만져본 내 몸은 아까보다 열이 더 오른 것 같기도 했다. 망할 아파죽겠는데 이 남자가 내 몸에 손을 대서 그런 것이다. 이것저것 겹친 거 아니야.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귓구멍은 어떻게 된 건지 몽롱하게 웅웅거리고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김아미," 

 

 


아, 쓰러진다.
 

 

 

 

 

 

 

 

 

 

 

 

 

 

 


암호닉

 

통통님 눈부신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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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멋...쓰러진닷.......!!!!!!!!!!!!
팀장님은 누구지ㅇㅅㅇ나만모르나..?전에알려줬나..?태태야~~~넌모니모니~~~

8년 전
비회원47.56
꾸르잼 왜 다들 이거 안보눈걸까
태형이의 좀더 싸이코같은 모습 원합니다 핰

8년 전
독자2
아니..팀장님 넘 설렘 (김태형 의문의 1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헤헤
독방에서 재연재 한다는 소식 듣고 왔는데 혹시 암호닉 신청 지금도 받나요?!

8년 전
노란 딸기
지금은 재업중이라 시즌 2 연재 시작하면 그때 해주세요!
8년 전
독자3
으아악 너무재밌어요 ㅠㅠㅠ 빨리 암호닉 신청하고싶어요 ㅠㅠㅠ 다음화때 달려오겠습니당
8년 전
독자4
이 노래 때문에 글잡몇번 다시읽고 공부하면서도 듣고 있네요ㅠㅠㅠㅠ 노래 너무 좋은데 노래 뭔지 알수 있을까요??
7년 전
독자5
헉....팀장님이 두구두구 누구죠??
7년 전
독자6
여주는 복도 많네요 ㅠㅠㅠㅠㅠㅠ팀장님도 있고 태형이도 있고ㅠㅠㅠㅠ 관연 팀장님은 누구일지..!
7년 전
독자7
팀장님이 석진이인가..? 넘 잘어울ㄹ려요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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