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w. 채셔
12. 우리의 공간은 얼어버렸다, 겨울의 키스처럼
며칠째 꼬맹이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서 그런 건지, 내가 부러 피한다는 것을 알아채버린 건지 그 며칠간 우리 사이에 엄청난 공간이 생겨버렸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겨울인 것처럼, 냉기가 돌았다. 분명 둘이 살고 있는 집인데, 혼자 사는 것보다 더한 고독감이 집을 감싸고 있었다. 덕분에 요즘은, 그 냉기 섞인 공간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좁은 작업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우울의 연속이었으나, 견뎌내야 했다. 월권임을 알았기에, 꼬맹이가 아파 울면서 끙끙대는 것을 보고도 집을 나왔다. 아프면 지 혼자 병원이라도 가겠지, 하고 매몰차게 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집을 나온 날들 동안 한 것이라곤 꼬맹이 걱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여자와의 데이트 와중에도 한참을 약국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윤기 씨."
"………."
"윤기 씨!"
"……아, 네."
죄송해요. 또 여자의 얘기를 놓치고 말았다. 여자는 내 손을 꼭 잡고, 얼굴을 살폈다. 어디 아파요? 요즘 통 안색이 안 좋아요. 여자의 걱정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또 여자를 앞에 두고, 꼬맹이 생각을 하고 만다. 여자는 이제 내 연인이니 상처를 주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왜 항상 끝은 여자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 억지로 손을 들어올려 여자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이건… 나답지 못했다. 나답지 못한 연애였다. 연인 하나 책임지지 못할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숨을 가다듬고, 여자의 손을 다시 잡고 걸었다. 여자의 꽃을 보고 싶다는 말에 나온 데이트니, 충분히 그 요구에 맞춰줘야 했다.
"윤기 씨, 같이 사진 찍을래요?"
"아, 그럴까요."
여자의 제안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하고 여자 옆에 섰다. 다정하게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어, 남자 분 웃으세요. 남자의 말에 나는 뒷머리를긁적였다. …안 웃고 있었나, 내가. 나는 입 꼬리를 끌어 올렸다. 하나, 둘, 셋. 찍습니다. 남자의 말에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에게 밀착한 채로 포즈를 지었다. 남자에게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여자와 사진을 확인하려는 순간, 벨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전화가 왔다. 대놓고 꼬맹이, 라고 뜨는 화면에 여자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종료 버튼을 눌렀다. 여자는 그 순간, 눈치를 챈 듯 했다. 꼬맹이가, 내 마음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죄송해요."
웃으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다시금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모르는 번호였다. 꼬맹이겠거니 하고, 다시 종료 버튼을 눌렀다. 한 번 걸려온 전화는 끝까지 내 주머니에서 진동하며 받을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나는 결국 인상을 찌푸리며 전원을 껐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생각은 무심코 들었으나, 지금은 여자와의 데이트에 집중해야 했다. 그게 내 연인에게의… 예의였다.
여자와 손을 잡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꽃길을 함께 걸었다. 꽃길의 끝까지에 꽃 빼고는 볼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허무해하던 여자는, 내 손을 이끌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제가 밤새 찾아봤다며, 나와 꼭 한 번 이 식당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고 하던 여자는 고백과 다름 없는 말을 하며 부끄러워 했다. 나는 다정하게 웃어보이며 적당히 센스 있게 대답해주었다. 오늘 먹어보네요, 맛있을 것 같아요. 여자는 지나가던 종업원을 불러 갖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모든 데이트 코스를 찾아본 모양이었다. 사실 이 꽃길도 여자의 추천지였기 때문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삐죽 흘러나왔다. 꼼꼼히 주문을 한 여자는 물과 수저를 세팅해주었다. 여자는, 꼬맹이와 정말 정반대의 여자였다. 우리 꼬맹이는 안 챙겨주면 아무것도 못할 텐데.
"윤기 씨, 아까 사진 보여주세요."
"아…, 사진. 잠깐만요."
여자의 말에 핸드폰을 다시 꺼내들었다. 전원을 켜지기를 기다리며 여자에게 간간히 웃어주었다. 마침내 전원이 켜지자마자 알림이 울려댔다. 전부 부재중 전화와, 전화를 받지 못해 오는 문자들이었다. 징하게 울려대는 폰을 보며 여자는 당황한 듯 웃었고, 나 또한 민망하게 핸드폰을 숨겨야 했다. 진동이 끝났을 때, 나는 부재중 전화 목록을 확인했다. 단 한 번의 꼬맹이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있었고, 그리고 나머지 스무 통 남짓은 모르는 번호였다. 사진을 확인하려는데, 이번에는 지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따라 전화가 왜 이렇게 오는 건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자, 여자는 '받으세요, 윤기 씨.'하고 웃어보였다. 지민의 번호니, 작업에 대한 문제로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실례할게요.'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누르자마자 들려오는 것은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지민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형, 왜 이제 전화 받아요!"
"왜, 나 데이트 중……."
"여주 씨, 병원 실려 왔어요."
지민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섰다. 여자는 내 반응에 당황해 '윤기 씨…?'하고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여주 씨, 영양실조에 독감에…. 지금 사람 꼴 아니에요, 열 39도까지 올라가서 지금 해열한다고 약 넣고…. 지민은 상황을 일러주었다. 꼬맹이가 울면서 아프다고, 죽을 것 같다고 하던 장면이 오버랩됨과 동시에 음식이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2인분의 음식. 나는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쥐었다. 죄송……, 죄송…해요. 혼이 나간 사람처럼 여자에게 짧게 미안하다고 하고는 서둘러 뒤돌았다. 여자가 다시 '윤기 씨!'하고 크게 불렀지만, 들리지 않았다. 급하게 식당을 빠져나가려는데, 나를 따라 뛰쳐나온 여자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죄송… 해요, 급하게 일이……."
"…안 가시면…… 안 돼요?"
다급하게 나를 붙잡은 손목이 떨리고 있었다. 여자는 울먹이고 있었지만, 나는 차마 여자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보고 있어도,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침을 삼키고 숨을 정리한 뒤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우연 씨. 나는 여자의 손목을 떼어내고, 뒤돌 틈도 없이 빠르게 식당을 빠져나갔다. 꼬맹이가… 아픈 걸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급하게 차에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아저씨, 나……. 나, 아파….'
'나한테 아프다 하지 말고, 병원 가.'
'나 진짜 아파…….'
형, 여기 **대학교 병원에 응급실이니까 빨리 와요. 나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정말… 뒤돌 틈이, 없었다.
덧붙임
오늘도 암호닉 정리를 하지 못해써오...
시험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오...
정말 다음 화에는 암호닉 정리를 꼭 하겠다 다짐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찌통은 두 회 정도 지속될 것 같네오.
조금만 참으세오 이삐들...
제가 이 커플 이뤄지고 난 뒤에는 작정하고 쓸 겁니다
엉엉
넘나 이뤄지기 힘든 커플인 것
오늘도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태태 신분상승 글 초록글 고맙습니다
열심히 글 쓸게요 넘나 과분한 것... 제 필력 넘나 부끄럽네요
초록글에 있을 필력이 아니라.. 엉엉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