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잡고 다닐걸 그랬네,이렇게 따뜻할 줄 알았으면." 세인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어머니,아버지,부처님. 세인이를 만나고 이제서야 나는 손을 잡았다. 따지고 보면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병원에서 세인이의 피를 뽑을 때 수도 없이 잡았고 심지어 세인이가 약을 마시며 고통스러워 할 때는 꽤 가까운 스킨쉽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저 어린 나이에 중환자 정도의 몸 상태로 보호자도 없이 버티고 있는 세인이가 안쓰러웠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옆에서 약을 먹여 주고 얼음장 같은 몸에 놀라 안아주었다. 나는 그 마음이 그저 간호사라는 역할에서 당연하게 우러 나온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부디 그러길 바랐던 것 같다. 열어홉 살의 아이에게 그 이상의 마음을 느껴서는 안될 것 같아서. 토요일 밤 퇴근을 하고 새벽 동안 못잔 잠을 자기 위해 알람을 맞춰 두고 잤다. 난 분명 맞춰 두고 잤는데,알람을 듣지 못하고 말았다. 세인이가 잠들기 전 잠시 얼굴이라도 보려 1시간 일찍 맞춰 두고 자서 간신히 지각은 면했네. "갈게,세인아 꼭 건강해야해!" "안녕히가세요." 포괄병동에 발을 들이자 간호사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끝 병실에서 선배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고 나는 그 쪽을 향해 기웃 거리고 있었다. "이제 출근하는거야?" "네,퇴근하세요?왜 그쪽에서 오세요?" "세인이 내일 아침 일찍 가퇴원한다길래 인사하고 왔어.고생해,석진아~" "가퇴원이요?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소리가 들려 오던 병실에서 선배들이 우르르 사복을 입고 나왔고 나는 급히 간호사실에 들어가던 시늉을 했다. 세인이와 함께 이틀은 더 보고 지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일 아침 가퇴원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 속이 복잡해왔다. 우선 세인이를 만나 얘기를 나누어 보자는 생각에 급히 간호사 복으로 갈아 입고 503병동으로 향했지만 이미 세인이는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세인이의 이불을 올려 주고 조용히 병동을 빠져 나오려 하던 도중 화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503병동의 환자분과 마주했다. "어?출근하셨네." "네,방금이요.부축해드릴까요?" "그러면 고맙죠." 다리를 다친 환자분을 침상까지 데려다 드리고 인사를 드린 뒤 나오려는 순간 환자분이 나를 붙잡으셨다. "저 학생이 엄청 기다리던 눈치였어 간호사." "저요?" "계속 잠도 안자고 앉아 있다가 방금 막 잠 들었어." "네...감사합니다." 세인이가 나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새벽이 되자 포괄병동에는 드디어 평화가 찾아 왔고 나는 선배에게 잠시 잠을 깨고 오겠다는 핑계로 편의점에 다녀 왔다. 초콜렛 한상자를 구입해 한켠에 두고 있자니 세인이의 얼굴이 자꾸 아른아른 해왔다. 세인이가 좋아해야할텐데. "성세인 환자,어제까지 식사하고 불편하신 점은 없으셨죠?" 드디어 해가 뜨고 회진 시간이 되었다. 503병동의 차례가 되고 세인이를 마주 했다. 세인이는 벌써부터 퇴원 준비를 하며 사물함의 짐들을 정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왜 나에게 가퇴원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을지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좀 속이 얹힌 듯한 기분이 들어요." 나는 세인이의 대답을 열심히 회진 기록표에 적었다. 속이 불편하다니 걱정까지 머릿 속으로 비집고 들어 왔다. "장기간 식사를 안하다가 해서 그럴 수 있어요.그 이외에 불편함은 없는거죠?" "네." "그럼 오늘 퇴원할게요~고생하셨고 다음주 금요일에 검진 받으시러 오시면 됩니다." "네,감사합니다." 세인이의 말을 받아 적다 말고 나는 무의식 중에 '금요일................'을 적었다. 아,진짜 못보는건가. 다음주 금요일까지 기다려야하는걸까. "세인아,잘가!진짜 아쉽다.김석진,너도 인사 좀 해!" "...다신 병원에서 볼 일 없도록 건강하세요." "맞아!병원에서 다신 볼 일 생기면 안 돼 세인아.갈게,쉬어!" 보내기 싫어 죽겠는데 인사를 하라는 선배의 말에 나는 결국 툴툴 거리고 말았다. 세인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알면서 순간 어린애처럼 굴어버린 내가 정말 바보 같다. 회진을 돌고 나서 나는 세인이가 퇴원하기 전 얼굴을 보려 병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세인이는 사물함을 싹 비워 짐가방을 챙겨두고 잠에 들어 있었다. 혹시나 챙겨 담지 않은게 있나 둘러 보던 중 벽의 콘센트에 꽂힌 콘센트가 눈에 들어 왔고 나는 충전기를 주머니에 챙긴 뒤 이불을 제대로 챙겨 덮어준 채 나와 간호사실로 향했다. "선배,오늘 오후까지 근무죠?" "그렇지,아침에 출근했으니까."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대타 부탁 빼고 다 들어줄게,뭔데?" "이거 오늘 세인이 퇴원 할 때 좀 전해주세요." "아,지금 너 퇴근하지?알았어.얼른 들어가." "감사합니다." 나는 저녁이 되어 출근을 했고 예상 그대로 세인이에게 전화가 왔다. -저,오늘 아침에 퇴원한 503호 성세인인데요, "네." -제가 병실에 충전기를 두고 온 것 같아서요. "병실에 아무 것도 없을텐데." -네? 세인이는 내 목소리를 아직 기억하지 못한걸까,아니면 안한걸까. 내심 섭섭해왔다. "너무하네,그렇게 내내 듣던 목소리 기억도 못하고." -........ "초콜렛은 먹었어?" -오빠? 이제서야 눈치챈걸 보니 초콜렛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끊기 전까지 나인걸 몰랐을 것 같다. 심지어 포괄병동에 남자 간호사라고는 나 뿐인데 눈치마저 없는 그런 세인이를 보면 나는 늘 장난치고 싶고 놀리고 싶어진다. 당황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서. "초콜렛 먹고 연락하세요,환자님.저는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네?오빠?오빠! 전화를 끊으려하자 들려 오는 세인이의 오빠 소리에 나는 차마 수화기를 내려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세인이가 전화를 끊고서야 수화기를 내려 놓았고 나는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렇게 전화로 들으니까 그 오빠 소리가 더 달달하게 느껴져와서. 십분이나 지났으려나,나의 전화가 띵동하고 울렸다. '성세인입니다❤️' 이름과 하트 하나에 나는 무너졌다. 왜 이렇게 귀여운거야. '벌써 보고싶습니다,성세인씨.' '11시 퇴근합니다.전화할게요.' 하트 하나에 무너져 나는 속에 담긴 말들을 전부 타이핑해버렸고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니 후회가 밀려 왔다. 내 진심을 다 보여주면 혹여나 세인이가 나에게 빨리 마음이 식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벌써부터 들었고 수능을 앞둔 만큼 이 시기에 내가 어른이 되어서는 이렇게 마음을 보여주고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하려는 듯이 굴어도 되는걸까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보고싶습니다라니,하트가 뭐라고 이렇게 내 마음을 다 보여준거지,바보같이. "여보세요." -오빠!퇴근했어요? 그놈의 오빠 소리. 들어도,들어도 매번 좋아 죽을 것 같다. "칼 같이 전화하셨네요." -너무 보고싶어서! "왜이리 들뜨셨습니까,성세인 환자.그렇게 좋아요?" 요즘 애들이 원래 이렇게 적극적인건지,내가 사소한거 하나에 두근거리는건지. 이 나이에 열아홉살 짜리한테 마음이 들렸다 놓였다하고 있자니 내가 너무 한심해지는 것 같아 나름 튕겨 보겠다며 영혼 없이 대답을 했다. -언제까지 환자,환자 할거예요?세인아 해봐요,그때처럼. "세인ㅇ..." -뭐라구요? "세인아." -네~오빠! 튕기기는 무슨, 오히려 조련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어색하네,많이." -성세인!안자고 뭐해!전화 끊고 얼른 자야 학교를 갈거 아냐! -아!잘거야!오빠,그래서 저 충전기 언제 줄거예요. "우선 자고 내일 학교 끝나면 연락해." -학교 끝나고 볼 수 있는거죠?퇴근 그 전에 하는거죠? "어,그러니까 더 혼나기 전에 얼른 자. -오빠도 잘자요!!! "세인아,잘자." 전화를 끊으니 뒤늦은 낯간지러움이 마구 올라 왔다. 오빠라는 말도 잘자라는 말도 하나하나 다시 떠오르며 얼굴이 자구 화끈해져 왔다. 진짜 제대로 반한 것 같다. 세인이와 약속을 잡은 뒤 나는 옷을 몇번이고 갈아 입은 뒤 세인이에게 줄 페퍼민트 차를 끓여 챙겨 담아 혹여나 세인이가 기다릴까 시간을 조금 빠르게 맞추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의 길건너에 다다르어 갈 쯤 약속장소를 향하여 자신의 몸뚱아리 만큼 커다란 가방을 매고 달려가는 여학생을 발견했고 가까워질수록 세인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세인ㅇ...!" 나는 세인이의 이름을 부르려했지만 세인이는 어째서인지 약속장소로 곧장 향하지 않고 모퉁이에 붙어 약속장소를 향해 고개를 빼꼼 내밀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진짜 볼수록 귀여워 미치겠다,정말.
"여기서 뭐하세요." 나는 세인이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세인이의 손을 잡아 버렸다. 아직 쌀쌀한 날씨 탓에 세인이의 손이 얼어 있었지만 잡고 나니 후회 되었다. 천천히 하루하루 더 아껴주면서 시작해야하는데,무슨 생각으로 잡은걸까. 하지만 손을 잡으니 순간 크게 느껴져 왔다, 세인이를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ㅎ....괜히 한화 늘렸네요. 역시나 계획에 없는 일은 못하는 사람이라 급하게 짜내려니 생각이 1도 안나고... 그결과 이런 역대 10화 중 가장 개차반인 글이 탄생했습니다. 그냥 중간에 적다가 석찌 시점을 그냥 없애버릴까!!!하다 그냥 조금이라도 들고 오고 공지를 함께 남기기로 하였습니다. 댓글로 독자분들이 의견을 내주신 두가지가 있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텍스트 파일 만드실 생각 없으신가요? 네!만들고 싶습니당!뭣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지만 만들겠습니당 텍스트파일 제작에 대해 무언가 조금이라도 아는 점이 있다 하시는 분들은 아래 댓글로 좀 알려주십사 하는 바람입니다ㅠㅠㅠ 2.브금 목록 올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브금 목록은 에필로그에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브금을 정말 신경써서 고르는 편이라 글을 읽을 때 매우매우 브금을 들어주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마지막화,11화로 돌아오겠습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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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비또비 단결 복동 단미 흥탄♥ 잇진 호비 줄라이 핑크돼진 1214 쮸니 항상 이런 못난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