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에 꽂혀> 신장개업!
어떠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성실한 분 구합니다.
시급은 파격적인 8000원,
단기 X. 가족같이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010-XXXX-XXXX
전화하셔서 알바**에서 공고 보고 찾아왔다고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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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대학 앞 먹자 골목에 양꼬치 가게가 새로 생겼다.
허름한 문방구였던 건물의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한 지는 근 일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누구도 이상할 정도로 긴 보수 기간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뭐, 처음에는 나도 새로 가게를 들여오는 주인들이 좀 유별나다고만 생각했으니까.
긴 공사기간 탓인지 뭔지 학교에는 이미 양꼬치 가게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하루에도 몇개씩 없어지고 생기는 대학가 음식점이 뭐 그리 특별하다고.
투덜거리며 인테리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게 앞에 멈춰 섰을 때, 나는 신장 개업하는 양꼬치 집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분홍빛으로 물들던 여자 동기들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목장갑을 끼고 인부들에게 이것저것을 지시하는 젊은 남자의 길쭉길쭉한 뒷모습이 단숨에 눈에 들어왔다.
나의 21년 얼빠 경력으로 쌓은 직감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존잘님이 내인생에 파워워킹하며 로그인 하셨다고.
얼굴 보여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눈알을 희번득대며 입술만 깨물고 있는데 타이밍 좋게 엇, 소리를 내며 남자가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다.
별빛이 내린다. 샤랄랄랄라라라. 자체 브금이 귓가에서 울렸다. 오, 맙소사. 지져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씹존잘레스다.
“안녕하세요! 대흥대학교 학생분이신가 봐요."
“네! 네...”
“어, 그럼 오고 가면서 종종 보겠네요. 저희 다음주에 오픈하거든요. 친구 분들이랑 한번 찾아오세요. 사장 형 몰래 일인분 더 드릴게.”
목소리마저 개꿀이신 존잘레스가, 친근하게 말을 붙여왔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하는 게 아닐까 전후좌우를 다 훑어봤지만 존잘님께서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이 방향으로 서 있는 인간이라고는 나밖에 없다.
얼굴은 완전 애기애기한데 그렇게 씩 웃어주시면 넘나 오예입니다. 팔에 잔근육은 또 왜 저렇게 알차대, 심장 조지는데 일가견이 있구만.
팔딱팔딱 나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메소드 연기로 간신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이미 존잘레스를 영접하고 가출한 정신머리는 주둥아리를 조절하는데 실패다.
“양꼬치 짱 맛있죠. 네, 저도 참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하하.”
“아하하, 좋아하신다니 다행이네요. ”
“마음 같아서는 매일 오고 싶은데. 양고기 비싸잖아요. 겁내 비싸잖아요. 하, 진짜 왜 양꼬치가 비싸가지고…”
“…에?”
“그, 그러니까, 으흠, 저기…”
당황했다. 당황한 나머지 마구잡이로 쏟아내던 말도 멈췄다. 주둥이를 다문 게 다행인지 큰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으어어, 괴성을 지르며 손을 얼굴에 갖다 대자 꽃돌이가 웃는다. 겁나 부농부농하게 웃는다. 뾰로롱, 반해버릴 것 같아, 이 상큼한 꽃돌이!
저, 저 눈망울 좀 봐. 아주 울리고 싶ㄱ…
“그럼 오픈날에 친구분들이랑 다같이 오세요. 이거 제 명함이니까 주문할 때 보여주시면 꼬치 일인분 더 드릴게요.”
〈꼬치에 꽂혀> 부사장 전정국 010-XXXX-XXXX
고개를 숙인 꽃돌이가 내미는 명함을 받는 순간 숙명처럼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매일저녁마다 양꼬치를 사먹으며 내 존재를 그에게 각인시킬 수 없다면, 여기에서 알바를 시작하는 게 이름도 성스러운 이 존잘레스님과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접촉점이 되리라는 것을.
"자주 찾아와 주세ㅇ..."
“저기, 알바 안 구해요?"
그렇게 나는 전정국의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그와의 만남이 내 인생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 상상도 못한 채로.
*
병맛코믹 범죄물입니다. (장르강요)
범죄물이라구요.(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