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쯤 암호닉 페이지 열게요!*
*댓글, 엄지는 사랑입니다.*
*
“둘다 나와, 이제. 문에 붙어서 엿듣고 있지 말고.”
“형님…”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 전정국. 탄이 쟤 많이 놀랐을 텐데 안심시켜줘라.”
“저는 괜찮아요! 근데 사장님…진짜로 어둠의 세상에서 온 사람이에여? 야쿠자? 마피아? 닌자? 수퍼히어로?!”
“…그런 건 아니거든,”
냉미남으로 내 시선을 사로잡은 사장님의 오래된 친구분이 딸랑, 종소리를 내며 문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강아지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정국이는 사장님이 우리 둘을 부를 때까지 눈에 띄게 안절부절 못하며 낑낑거렸다. 아니, 뭐 그렇다고 정말로 개처럼 낑낑대는 소리를 내며 문을 긁었다거나 한 건 아니고, 머리카락을 자꾸 만지작거리며 문에 귀를 붙이고 있는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웰시코기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이거지.
엇, 그러고 보니까 우리 정국이는 강아지가 되어도 제법 잘 어울리겠는걸? 존잘레스 강아지와 도도한 주인님. 물론 풀네임 전정국오빠의 주인님은 두말할 것 없이 우리 민사장님이고, 츤데레 주인을 만난 정국 강아지는 무럭무럭 자라 근육돼지, 아니, 근육개가 되어 밤마다 윤기씨의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가는데…,
“흐흫,”
“뭐야, 얘 왜 이러냐 정국아.”
“냅둬요, 보나마나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겠죠.”
어후, 팬픽을 너무 많이 봤어, 내가. 보나마나 열이 올라 붉게 달아올랐을 얼굴을 손부채질하자 정국이의 미간이 깊은 계곡을 이루며 패였다.
아이 참, 사람이 상상도 마음대로 못하나. 능청을 떨자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래, 정국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내 변태 천성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 그냥 빨리 적응하는 게 네 정신건강에 좋을 걸?
“그래서 어떻게 하시기로 했어요?”
“뭘 말이냐.”
“안에서 대충은 들었어요, 저희도. 김석진 저 개새끼가 조직으로 복귀하라고-!”
“아, 그거.”
“거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동안 저희가 겪었던 일을 생각해보시라구요!”
…잠깐. ‘저희’? 그니까, 너도 조직일인지 조폭일인지 연관되어 있다는 거냐?! 내 고개는 녹슨 깡통로봇이 버퍼링이 걸린 것 마냥 천천히 전정국 쪽으로 돌아갔다.
전정국, 너, 나랑 동갑 아니냐. 트웨니원. 꽃다운 스물하나. 대학교 이학년. 샌액희는 아니지만 비교적 새신같은 느낌이 나는 헌내기. 소년에서 탈피해 갓 청년이 되는 시기.
어른 냄새가 좀 나고, 엉? 군대 갈 준비 슬슬 하는 그런 평범한 스물한 살 아니었냐고.
근데 ‘저희’? ‘저희가 겪었던 일’? 내가 뭔가 착각을 한 거겠지?
“너, 너도 마피아냐?!”
“워, 마피아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건-”
“네 이놈! 보스의 아들이구나!!”
“야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
“소오름, 설마 후계자 다툼에서 암살 위기에 처하는데, 그때 개인 경호를 맡았던 민사장님이 극적으로 네 생명을 구해주고, 둘은 사랑에 빠져 사랑의 도피를?! 호모나 게이뭐람!!”
“뒤진다.”
“사라지고 싶냐?”
헤헤, 잘못했어요 사장님.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드네 이거. 역시 마피아 맞나봐, 우리 사장님.
*
“물론 돌아갈 이유도, 마음도 전혀 없어. 또라이가 보스가 된 이후로 우리 조직의 미래는 무너졌다고 진즉부터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고민할 이유도 없잖아요!”
“하지만 정호석이 살아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지. 보기 좋게 마지막 임무를 죽 쑨 거니까.”
“그럴 리가…”
“잔머리 좋은 김석진이 들키기 쉬운 거짓말로 나를 떠보려 들지는 않을 거다. 정호석은 살아있어.”
어라. 두 사람의 인영이 문 밖에 어른거린다. 손님, 손님 온 것 같은데 어떡하냐. 손톱을 물어뜯으며 사장님과 정국이의 눈치를 보는데 워낙 심각한 대화 중이라 내 사인을 알아채지 못한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의 주인이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나와 유리문 앞에 섰다. 얼굴과 손을 유리문에 붙이고 안을 살펴보는데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헐, 이 남자도 씹존잘…, 멍하니 쳐다보자 싱긋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어, 이건 조금 무서운데. 웃는 모습이 딱 싸이코패스 같애. 아니, 잘생겼는데, 웃는 게 참 예쁘긴 한데, 보통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하면 문 열고 가게 하는지 물어보는 게 순서 아니냐고. 날 언제 봤다고 인사를 하는 건데?! 우리 학교에는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생긴 사람이 없다고. 내 주변에 저렇게 생긴 사람이 있었으면 당연히 덕질부터 하고 봤겠지.
처음으로 존잘남을 보는데 소름이 조금 돋았다. 아, 물론 너무 잘생겨서 온몸이 강력하게 반응을 하는 바람에 돋는, 좋은 소름 말고, 기분이 싸한 그런 소름 있잖아. 공포영화 같은 소름.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단 말이지.
남자의 시선을 회피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한명 더 유리에 얼굴을 붙이고 섰다. 물론 이 남자도 온 몸에서 수상하다는 신호를 뿜어내고 있긴 하지만,
날 발견하고는 눈을 잔뜩 접어 웃는데, 웃는 얼굴이 참으로 바람직한 씹귀다.
뭐 소름은 소름이고 잘생긴 건 잘생긴 거고. 요즘 남자 복이 터졌나, 평생 살면서 한두번 볼 법한 사람들을 벌써 몇명이나 만났냐.
“거짓말, 김석진 그 인간이 거짓말 하는 거에요.”
“저기, 여러분?”
“따로 조사를 해보기는 하겠지만, 감이 좋지 않아. 확실해. 그 자식은 살아있어.”
“그래도, 그렇다고 다시 조직으로 간다는 건 너무 무모해요!”
“...정국아?...사장님?”
“우리한테는 선택권이 없어! 못 알아들어? 김석진이 분명히 감시인원을 붙였을 거야. 당장이라도 처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감시인원이라면…”
“전정국, 내 말 좀-”
“아 뭔데. 왜 자꾸 말을 끊는데-!”
“손님. 손님 왔어.”
침을 꿀꺽, 삼키며 유리문 쪽으로 손가락을 내밀자 잔뜩 짜증을 내던 정국이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형, 벌써 왔어요.”
“누가-, 아, 씨발.”
*
저번 댓 중 어떤 독자님께서 여주의 성격이 작가와 비슷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들킴?ㅎㅎㅋㅋㅋ
글 분위기는 음...앞으로 범죄물이 전개되더라도 그렇게 무거워지지는 않을 거에요. 언제까지나 제 글은 기본적으로 코믹스러움을 깔고 가기에...
엇 그리고 간혹 댓글들 중에 암호닉을 밝히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 아직 암호닉 안 받았어요오...(당황 당황) 기말고사 끝나고 암호닉 신청 페이지와 5편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당!
오늘 분량이 적어요 여러분ㅠㅠㅠ죄송함미다ㅠㅠㅠ포인트 줄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