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03 |
[수열] 짝사랑 written by prisma
03
“야 이성열.” “…” “얼레, 얘가 왜이래? 야, 야!”
겨우 얼떨떨한 마음을 다잡고 교실로 돌아와 멍하니 자리에 앉았다. 옆에서 남우현이 종알종알 무슨 말을 하는 것은 같은데 그게 귀에 들릴리가 만무했다. 10분 전 그 상황이 아직도 꿈결 같아서, 실로 그렇게 거리가 가까웠던 적은 처음이였고, 머뭇거렸던 그 목소리는 벅찰 만큼 달큰히 들려왔다. 멍하니 허공만 주시하던 나는 남우현이 부르고 부른 끝에 대답했다.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왔지만 나는 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내 가장 최측근인 남우현에게는 말해야겠지? 그래,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도 나름의 확답을 내려줄 거야, 그치 우현아?
“우현아.” “이상해 이성열, 오늘따라.” “나 있잖아,” “김명수라도 만났냐?”
그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란 눈으로 네게 시선을 돌렸다. 뭐야 남우현, 설마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남우현을 쳐다보자 녀석은 능글맞게 씨익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알아, 알아, 다 안다 이성열... 그 말에 꽤나 당황한 기색으로 부정해봤지만 눈치 100단 남우현을 속인다는 건 내겐 어려운 일이였다. 게다가 내 행동이 눈에 띄게 티나는 행동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연애나 자주 해볼걸! 자초지종이 궁금한 듯 흥미로운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언제부터야? 그때 그 공연 때 부터지? 이야 역시 내가 거기 데려가길 잘했다니까? 아이고 장하다, 이성열!
“… 시끄러, 됐거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내가 이어줄 수도 있지.” “네가 무슨 수로, 김명수랑 친하기라도 하냐.” “친한데?” “...진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녀석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번엔 내가 너를 주시했다. 이거 봐, 이거 봐, 이성열.. 아주 단단히 빠졌네?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웃어재꼈다. 놀리지 마라고 살짝 주먹으로 치고 책상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이호원이랑 아는 사이여서 소개를 받은 적 있다고 녀석은 말해왔다. 저번엔 모른다더니..김명수에 대한 잡담은 중단되었다. 교실을 들어온 수학 선생님으로 인해. 뒤를 돌아서 내 반응을 보며 한참을 우습다는 듯 웃더니 녀석은 몸을 틀어 정자세로 앉았다. 남우현의 약점 중 약점이라면 수학 선생님이기에
후둑 후두둑
점심을 먹고 급식실을 나설 즈음이였을까 이를 닦으려고 치약을 짠 칫솔과 컵을 들고 수돗가로 가는 길이였는데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별 감흥없는 표정으로 수돗가까지 단걸음에 뛰어가서 이를 닦고 있었다. 개운함이 느껴지는 치약의 향이 느껴졌다. 거품을 뱉고 입을 헹구고 있었는데 건너편에 익숙한 정수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정수리로 꽂혔던 시선이 얼굴로 향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 걸까, 마치 의도된 우연인 듯 또 나는 김명수와 마주했다. 멍한 얼굴을 하다 이내 그 녀석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입가에 묻은 치약을 닦고 입을 한번 더 헹군 후 들키지 않게 수돗가를 벗어나려고 했다. 근데 지금은 비가 내려 바닥이 미끄럽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뛰어가려다 미끄덩 했기 때문에 당연지사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창피를 당해야 정상이건만,
“…” “…”
내 눈 앞엔 김명수가 보였다. 쿠당탕 하고 컵을 떨어뜨렸고 저번보다 더 가까이 있는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 붉게 달아올랐다. 괜찮냐고 물어왔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어떤 말이라도 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중요한건 이 상황이 파악이 되지 않아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꿀 먹은 벙어리마냥 넋을 잃은 얼굴로 김명수를 보고만 있었다. 늦게나마 상황을 정리하자면 미끄러질 뻔한 나를 김명수가 잡아줬다. 김명수의 팔로 내 허리를 지탱하고 있었고 거의 안다시피 한 자세였다. 불상사는 면했다. 제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김명수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일 뻔 했지만 그 당사자로 인해 그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으나 도리어 부끄러웠다. 그렇게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였기에. 마음대로 숨을 뱉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벌떡 일어나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우물쭈물 입술만 깨물다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수돗가를 벗어났다. 심장이 제 몸을 제압하기라도 하는 듯 가슴은 미친 듯 요동쳤다. 갑자기 빨리 달려서기도 했고, 그 얼굴이.. 떨릴 정도로 잘생긴 그 얼굴이 자꾸만 제 눈을 아른거려서 미칠 지경이였다.
단단히 빠졌다 정말 남우현 말대로 나는 김명수에게 빠져도 너무 빠졌음을 실감했다
양치도구를 사물함에 넣고 호들갑을 떨며 다른 애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의 목소리로 김명수 김명수 거리는 남우현을 겨우 떼고 도서실에 갔다. 아무래도 진정할 필요가 있어, 어제 읽던 책도 마저 읽고.. 너무 김명수 위주로 생각을 하질 말자, 인기 많은 녀석을 좋아하는 건 열에 아홉은 내 손해야, 자기 최면이라도 거는 듯 눈을 꼭 감고 혼자 주저리주저리하며ㅡ도서실이라 시끄럽게도 못했기에 소근거리는게 전부였다ㅡ눈을 딱 뜨고 책을 폈다. 애써 잡념을 억누르며 책을 읽어가고 있을 즈음, 점심시간이라 방송실에서 음악방송을 한다며 나긋나긋한 방송반 녀석의 목소리가 꽤 귀를 쫑긋하게 해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요, 어딘가 듣고 있을 저의 그녀에게 바칩니다. 긱스의 짝사랑,》
사연과 신청곡인지 몰라도 노래 제목이 크게 와닿았다. 나도 또다른 짝사랑의 주인공이긴 하지, 짝사랑이라는 노래는 숱하게 들어봤지만 어떤 노래일까 싶어 읽던 책을 덮어두고 음악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제가 항상 듣던 노래의 취향은 아니였으나 경쾌한 선율이 귀를 아우르고 이내 노래는 시작되고 후렴 부분에 다달랐다.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난 네가 좋아! 야구보다 더!》
그 노래를 들으니 자연히 김명수가 또 떠올랐다. 눈부시게 떨렸던 그 얼굴, 웃는 얼굴, 넥타이를 바로 잡아주던 그 얼굴, 책을 빌리러 온 그 얼굴, 가까이서 마주했던 … 그 얼굴, 오늘 진짜 왜 이래 나한테... 절망하는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책상에 엎드렸다. 애써 회피하려고 귀를 틀어막기까지 했는데 가슴은 두근거리고 머릿속을 지배한 김명수라는 존재는 쉬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쉽게 사라졌다면 이렇게 끙끙 앓기까지는 하지 않았겠지, 이성열.. 너 정말 큰일 났다..
《난 너를 어쩜 짝사랑하나봐ㅡ 난 너를 진짜 사랑하나봐 난 너를ㅡ!》
어쩌면 좋아, 김명수... 나 너 정말 사랑하나봐.. |
별것 아닌 글에도 댓글 달아주시구... 그대들 제가 사랑하는거 알죠?♡
성원에 힘입어 열심히 쓰겠습니다 ㅠㅠ 스릉흔드그긋드으즈므느..♥
텀이 길어짐은 용서해 주세요 ^-^! 제가 아직 서투른 점이 많아 다듬고 다듬다보니..★
감기 조심하세요ㅜ 한파는 풀릴 기미가 안보이네요!
ps.1) 전편은 밑에 보면 있는데..링크 요청하면 달아드려요^^
ps-2) 오타나 문제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ps.3) 블로그는.. 아직 텅텅 비었기 때문에..♡ 동시연재 하고 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