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맠을 달까말까 고민했지만 달필요가 없어보여서 안달음
" ... 어. "
절벽에서 떨어진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다. 내가 떨어진 절벽을 올려다보다가 생각보다 멀쩡한 몸에 놀라기를 잠깐.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서니 꽤 오래 기절해있던 모양인듯 밝았던 하늘이 금새 새카맣게 변해있었다. 애들이 나 찾고있겠네. 태일이형은 막 울고있는거 아니야.
괜히 큭큭 웃으며 몸을 풀며 주위를 둘러보니 듬성듬성 있는 나무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듯 보였다. 길은 어떻게 찾지. 뚝뚝 소리가 나는 몸을 계속 풀다 문득 휴대폰 생각이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으니 떨어지는동안 빠지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휴대폰이 있었다. 절벽에서 떨어져서 산것도 기적일텐데 휴대폰까지 있네.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휴대폰의 다 깨져버린 액정을 보는 순간 쉽게 사라져버렸다.
" 누구 없어요? "
" ... "
" 저기요! "
큰소리를 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로 집어넣고는 그자리에 서서 거칠게 머리를 헝클였다. 아. 진짜 어떻게 돌아가지. 아예 머리를 쥐어싸고 자리에 쭈그려 앉으니 문득 지금껏 안보이던 발목의 상처가 눈에 띄었다. 떨어질때 긁힌건가.
아무래도 흉이질것같아 상처부근을 괜히 만져보고있는데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급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뭐야. 아무소리도 못들었는데?
" .... "
" ... 누구세요? "
표지훈. 소름끼치는 저음으로 말한 남자는 날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그게 또 소름이 돋아 괜히 다시 땅을 바라보았을때. 이상한점을 발견했다.
남자는 신발을 신고 있지않았다.
" 신.. "
" 귀신이야. "
" 네? "
그래서 필요없어.
마치 아직 밥안먹었어. 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마냥 대답한 남자는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살펴보는가 싶으니 이내 내 발로 시선을 고정했다. 남자가 귀신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괜히 주위가 추워지는것같아 팔뚝을 괜히 문지르다가 남자의 시선이 향해있는 내 발을 바라봤다. 상처와 더러워진 신발이 눈에 띄일뿐 별 이상한점은 없는데.
다시한번 남자의 새하얀 발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니 발만큼 새하얀 피부가 눈에 띄었다. 귀신이라 그런가?
" 넌 신발 신고있네. "
" 네? "
" 신발. "
" ... 안신었음 제가 귀신이게요. "
남자에 말에 대꾸한 나는 계속해서 내 발에 박혀있는 남자에 시선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내가 일어남과 동시에 똑같이 시선을 움직였다. 근데 나 귀신 만난거치고는 되게 태연하다. 고 생각하며 침을 삼키니 여지껏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던 남자는 뭐가 맘에 안드는지 인상을 팍 쓰고는 뒤를 돌았다.
따라와. 남자의 말에 의문을 가지다가도 이내 죽이지는 않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앞서 걸어가는 남자의 뒤를 쫓았다.
" 근데 저기.. "
" 표지훈. "
" 네? "
" 20살. "
지금 이름으로 부르라 그소린가. 입을 꾹 다물었다가는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고개를 갸웃했다. 스무살이면 나보다 어린데.
" 스무살에 죽었다는거지? "
내 질문에 문득 걸음을 멈춘 표지훈은 그대로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봤다.
" 왜? "
" 반말. "
" 나보다 어리길래. 거슬리면 높힐까? "
" 아니. 됐어. "
그럴거면 말은 왜 한거야.
다시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앞을보고 걸어가기 시작하는 표지훈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한참 뒤를 쫓으니 그제서야 지금 숲속으로 점점 깊게 들어가고있다는걸 알아챘다. 그에따라 갑자기 더 크게 느껴지는 한기에 주춤하고 뒷걸음질을쳤더니 어떻게 알아챈건지 다시 뒤를 돈 표지훈은 어느새 새하얗게 변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색에 놀라 눈을 크게뜨고 가만히 표지훈을 바라봤더니 표지훈은 왜그러냐는듯한 시선을 보내다가는 주위를 몇번 둘러보곤 내게 다가와선 무섭게 차가운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아챘다. 그 차가움에 놀라 반대손으로 내 손을 쥔 표지훈의 손을 잡았더니 하얀 눈의 표지훈은 그런 날보며 웃어왔다. 지금까진 별 생각없었는데. 갑자기 표지훈이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것도 같았다.
" 저.. 그... "
" 옆에 딱 붙어있어. "
" 어? "
" 너 노리는 애들 되게 많다. "
말을 마친 표지훈은 다시 앞을 보고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잡힌 손 때문에 얼떨결에 따라가게 된 나는 표지훈의 손을 잡은 반대손을 내려놓고는 표지훈이 이끄는 그대로 따라가고있었는데 문득 드는 의문에 아까 표지훈이 그랬던 것처럼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 날 왜 노려? "
" 잡아 먹으려고. "
그 말에 깜짝놀라 그자리에 멈춰서니 표지훈도 따라 멈춰섰다. 그러고보니 아까 표지훈이 나타났던것처럼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럼 뭐야. 얘도 지금 나 잡아먹으려고 데리고 가는건가?
" 난 너 안잡아먹어. "
귀신들은 생각까지 읽는모양인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을 한 표지훈은 그제껏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는 손을 바로 잡으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잡힌 손이 차갑다. 맞잡힌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시선을 내려 여전히 맨발인 표지훈의 발을 한번 더 바라봤다. 저러고 걸어다니면 쓰릴텐데. 죽으면 모르나.
" .. 그럼 왜 데려. "
" 너 맘에 들어서. "
어느새 눈앞엔 오래되보이는 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표지훈의 말의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시한번 표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게이지? 하고 이미 다 알고있다는듯 묻는 표지훈의 어투에 인상을 쓰다가는 니가 그걸 어떻게아냐며 반문했다.
난 다 알아. 왠지 괜히 믿어지는 말이였다.
" 다 왔어. "
보면 알아. 대충 말을 내뱉으니 몇번 웃던 표지훈은 그제서야 내 손을 놔주었다. 순식간에 손에서 멀어지는 한기에 잡혔던 손을 들어 바라봤지만 아무 이상도 없는듯 보였다. 근데 보통 귀신이랑 손도 잡을 수 있는건가? 잡혔던 손을 몇번 매만지고 있자니 표지훈은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보다가는 닫혀있던 집의 문을 자연스럽게 밀고 들어갔다.
이번엔 굳이 나를 챙겨들어가지 않는게. 아마 선택권을 주려는것 같기도했다. 어찌됐건 표지훈도 귀신인데. 도망갈까.
문 사이로 사라지는 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굵은 침을 삼키고는 나역시도 집안으로 따라들어섰다. 뭔가. 이끌리는 느낌이였다.
" .... "
집안으로 들어오니 언제 움직인건지 바로보이는 거실의 소파위에 길게 누워있는 표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새빨간 소파위에 새하얀 표지훈. 뭔가 어울리면서도 안어울리는 느낌이라 문을 닫으며 슬쩍 인상을 썼다.
왔네? 문이 닫히는 소리에 표지훈이 말을 건넸다.
" 도망안가? "
" ... 붙어있으라며. "
내 대답이 맘에 들은 모양인지 작게 웃은 표지훈은 그제서야 상체를 일으키며 내게 손짓했다. 이리오라는건가?
그러고보니 이 집에 들어온순간부터 머리가 어지럽고 맹한게 조금 기분이 몽롱한것같기도했다. 혹시 쟤 구역에 내가 들어와서 표지훈 기가 더 쎄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괜히 어지러운 머리를 몇번 집어보다가 흐리멍텅한 눈으로 표지훈쪽을 바라보니 여전히 내게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딱히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 우지호. "
이름을 알려준적이 있던가. 근데 그것보다는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섹시해서.
" 이리와. "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강압적이라서. 그 말을. 꼭 들어야만 할것같았다.
" 착하지. "
내가 개냐.
그러면서도 천천히 옮겨진 발은 어느새 소파에 앉아있는 표지훈의 앞까지 와있었다. 그리고 표지훈이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앉아있는 표지훈의 무릎 위로 올라타 앉은 내가 가만히 표지훈을 내려다 보니 맘에 드는 모양인지 또다시 웃은 표지훈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알아서 하라는듯이.
그 모습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인 내가 표지훈의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추니 차가울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따뜻한 입술이 나를 반겼다.
" 으응.... "
" .. 숨쉬어. "
숨이 안쉬어지는걸 또 어찌안건지 부드럽게 혀를 놀리던 표지훈은 내게 말해왔다. 응. 고개를 주억이며 숨을 크게 고르자 표지훈은 기다렸다는듯 이번엔 본인이 먼저 입을 맞붙혀왔다. 이상하게 찐득한 혀가 입을 가르고 들어와서는 내 혀를 감싸는 느낌에 익숙하게 고개를 틀며 입을 벌리니 표지훈은 슬쩍 입천장을 건들여 가며 내게 키스했다.
" 응. 잠깐만.. "
그러다 허리깨에 닿아오는 차가운 손에 놀라 깊게 맞붙어있던 입을 떼니 표지훈은 그게 또 뭐가 좋은지 감은 눈을 천천히 뜨며 웃어댔다.
잠깐만이라는 내말은 어디로 들은건지 등을 타고 그대로 손을 올린 표지훈은 그 차가운 손을 앞으로 옮겨 슬쩍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가움 보다는. 흥분감에 거친숨을 내뱉으니 표지훈은 내 한쪽손을 들어 그대로 자신의 어깨위로 올려두고는 천천히 내 윗옷을 들어 올렸다.
근데 그 순간. 이상하게 박경 생각이나 그대로 표지훈을 밀쳐내었다.
" 가. 가야돼. "
" 어딜. "
" 경이... 태일이형.. 권이... "
미친놈처럼 이름을 웅얼이니 내게 밀쳐진 표지훈은 아무래도 맘에 안드는지 아무 표정도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는. 자신의 무릎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내 모습역시 손놓고 구경하듯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내가 바닥에 발을 붙혔을때 내 발과 내 얼굴을 한번씩 살펴보다가는 씩 웃더니 내 마음대로 하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뭘했던거야. 갑자기 드는 정신에 손으로 볼을 감싸고는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래. 돌아가야지. 나 찾고있을텐데.
그대로 발을 옮겨 밖으로 나가려다가 드는 생각에 표지훈 쪽을 한번 바라보니 표지훈은 안가고 뭐하냐는듯 손으로 계속 나가보라는 뜻을 내비치고있었다.
" 나.. 잡아간다며. "
" 아. 이제 괜찮아. "
그냥 가. 정말 괜찮다는듯 가볍게 말을 건네는 표지훈탓에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문쪽으로 다가와 문고리를 잡았다.
" 근데. "
" 어? "
" 너 어차피 다시 여기 올껄. "
" ... 왜? "
표지훈은 대답이 없었다.
괜히 이상한기분에 고개를 갸웃하고는 그대로 문을 열어 집밖으로 나와 문을 닫는순간. 문득 새어나오는 표지훈의 목소리를 들은것같기도 했다.
" 절대 못가 거기는. "
급하게 걸음을 옮기는 지호의 발은 맨발이였다.
해석은 자유!
중간에 한번 날려가지고 좀 왔다갔다하네여 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