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황자 왕요 x 부인 망상 썰 3
그날 이후로 요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자꾸 부인을 생각하게 되는데, 황위가 아닌 다른 것이 머릿속을 채우는게 대체 얼마만인지.
늘 요의 머릿속엔 언젠가 이 고려의 주인이 되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요즘 자꾸만 부인의 웃는 얼굴이 불쑥 떠오르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
아우들이 모두 떠난 후에 부인은 다시 언제 웃었냐는 듯 조용해졌음. 눈을 마주치기는 커녕 백아와 형제들이 돌아가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자기 처소로 도망가버렸지.
그리고 부인의 그런 변화가 이유없이 요를 긁기 시작했어.
서재에 앉아 서책을 뒤적이던 요는 가만히 앉아 생각했어.
확실히 사람이 달라지긴 했으나 도대체 언제부터 달라진건지.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전혀 감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야.
순간 요는 이럴 줄 알았다면 부인이 밤마다 하루 일과가 어땠는지 말할 때 듣는 척이라도 해볼걸, 하고 처음으로 생각함.
부인이 말을 할 때마다 서책을 읽느라 부인의 말은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어. 그때는 시답잖은 얘기나 하며 즐거워하는 부인의 얼굴을 보는 것도 내키지 않았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답답할 거였음 그때 듣는 시늉이라도 할걸 싶은거야.
차라리 부인이 모두에게 똑같이 차갑게 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요는 자기 앞에서만 달라지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
원래는 그 반대였단 말이지?
낯을 가리는 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조용하니 말 수도 적던 사람이 집에만 돌아오면 신이 나서 이리저리 자신을 쫒아다니곤 했었는데.
이젠 자기가 와도 쳐다보지도 않고, 말 붙이기는 고사하고 인사만 하고 자기를 피하려 하는게 너무 빤히 보여.
'왜?' 하는 물음이 요의 머릿속에 가득 찼을 때,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들고있던 서책은 이미 너덜너덜해 진 뒤였어.
자기도 모르게 신경질이 난 요가 서책을 다 구겨버렸거든.
"쯧.. 기껏 지몽에게서 가져온 것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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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서 부인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게 됨.
사실 부인은 어릴 때부터 한 해에 꼭 한번씩은 죽을 고비를 넘길만큼 크게 앓는데, 주로 계절이 바뀔 때 즈음 앓아 누웠어.
딱히 몸이 허약한 체질은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유독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지.
어느새 찬기운이 스며든 서재 안에서 요는 서책을 읽고 있었고, 부인은 요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차를 우리고 있었어.
이렇게 둘이서 서재에 있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음. 사실 부인은 요와 단 둘이 있는게 고역이었지만 요가 차를 마시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억지로 앉아 있는거였어. 시중드는 아이를 시키면 되는 일이었지만 부인을 콕 집어 부탁하니 아무리 요를 피하던 부인이라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지.
하지만 요와 단 둘이 있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음.
요의 서재는 바람이 잘 드는 곳이라 부인은 앉아 있으면서도 죽을 맛이었거든.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데 몸은 점점 뜨거워지는게 느껴졌어. 안봐도 뻔했지.
아마 곧 조용하던 이 집안이 발칵 뒤집힐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우린 찻잔을 요에게로 가져가.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니 너무 어지러운거야. 머리에 열이 오르니 행동이 느려진 부인은 의도치 않게 요의 소매에 차를 쏟고 말아.
"아..! 황자니...ㅁ..!"
당황한 부인이 요의 팔을 붙잡던 순간, 요가 신경질적으로 부인의 팔을 뿌리쳤어.
습관적인 행동이었지. 요는 하인들의 사소한 실수해도 손찌검하고, 매질하는 성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습관적으로 그러고 나서 요는 크게 당황해.
세게 밀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부인이 힘없이 풀썩 넘어져 버렸거든.
그러고는 쉽게 일어나지도 못하는게, 평생 느껴본 적도 없는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거야.
자기가 밀쳐놓고 일으켜주기도 뭣하고, 누군가를 부축해 본 적도 없는 요는 찬 바닥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부인을 보며 몇번이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해.
결국 요는 부인을 두고 가는 것을 선택하지.
죄책감이라곤 모르던 요에게 이 낯선 감정은 당황스러웠거든. 부인이 넘어진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 하며, 몇 번이나 일으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하며. 자기도 모르는 감정이 갑작스럽게 밀려오니 당황스러워 그냥 자리를 뜬거야.
"허..! 미쳤군."
뛰다시피 서재를 벗어난 요가 헛웃음치며 작게 중얼거렸어. 자신은 정말 미친게 분명했어.
그렇지 않고서야, 순간 부인을 부축하기 위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고려의 주인이 될 내가, 계집을 위해 무릎을 꿇어? 제 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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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예상대로, 집안이 발칵 뒤집힌 건 그 날 해가 질 무렵이었음.
해가 다 지도록 부인이 처소로 돌아오지 않았거든. 하인들은 혹 부인이 밖에 나가신 건 아닌지,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닌지. 부인을 찾느라 모두 난리였어.
부인이 아직도 처소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요 또한 조금 당황했음.
"설마.."
아침에 자기가 그렇게 밀친 것에 화가 나 집을 나가버렸다던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설령 그게 진짜라고 해도 놀랄 건 없었어. 요즘 부인은 계속해서 요를 피했고, 요도 자기를 피하는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늘 이전에는 딱히 먼저 찾지 않았기에 두사람의 사이는 최악이었으니까.
그쯤되니 요도 슬슬 심각해지기 시작했어. 집을 나갔어도 문제고, 무슨 일이 생긴 거여도 문제였지.
집안의 하인을 모두 동원해 부인을 찾으라 명하고, 요도 부인을 찾기 위해 집안을 뒤지기 시작해.
하지만 요는 결국 부인의 처소에서 얼마 벗어나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고 말아. 부인이 평소에 어디를 자주 가는지, 집안에서 어딜 가장 좋아하는지.
자신은 부인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었거든.
요가 기억하는 부인은 늘 자신의 처소 앞에 있거나, 서재에서 요를 기다렸지. 서먹해지고 나서는 늘 자기 처소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말이야.
가끔 백아나 다른 황자들이 오면 그때서야 밖으로 나왔었는데. 자기가 집을 비울 때 부인은 어디서 뭘 했는지. 이 넓은 집안 어디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정말 하나도 아는게 없는거야.
결국 요는 가까이서 부인 시중을 드는 하인을 데려다 부인이 평소 자주가는 곳으로 앞장서라고 해.
"... 부인이 이곳에 자주 오신다고."
"예. 부인께선 황자님께서 집을 비우실 때나, 안에 계실 때 늘 이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세요."
요는 허무한 얼굴로 자신의 서재 앞에 서 있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서재 옆에 있는 작은 돌 덩어리를 보고 있었지.
돌 주변엔 사람이 밟아 색이 바랜 풀이 시들어있었어. 꽤 오랜 시간동안 누군가 저길 밟고 있었다는 얘기였음.
요가 집을 비울 때나, 서재 안에 있을 때. 부인은 늘 서재 밖에서 요를 기다렸던거야.
요가 없을 땐 요가 오길 기다렸고, 요가 서재에서 서책을 볼 때는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밖에 조용히 앉아있었지. 서먹해지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어. 요는 모르겠지만 부인은 어제까지도 여기 앉아 요가 집으로 돌아 올 때까지 기다리다 돌아갔거든.
끼익-
요는 하인을 물리고 서재로 들어섰지. 아침에 이곳에 함께 있었으니, 아직도 부인이 여기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하지만 요는 가슴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자기도 모르게 서재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음.
그냥 일으켜 세워 줄 것을.
처음으로 후회라는걸 하면서 차가운 공기만 감도는 서재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요의 예상대로 서재 안은 사람의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고, 조용했어. 어둠이 내린 시각이라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어서 부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서재를 나서려는데, 순간 요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아침에 자신이 부인을 밀쳤을 때 부인이 고개를 숙인 채 일어나지 못하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어.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요는 정말 부인을 세게 밀치진 않았어. 아무래도 오늘 부인은 이상했지. 앉아서 차를 우리면서도 뭔가 계속 휘청거리는 듯 보였어. 당시엔 그저 이른 시각이라 꾸벅 졸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든 요는 오늘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달려가.
그리고 거기에 자기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 쓰러져있는 부인을 발견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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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주와서 죄송해요... ㅋㅋㅋㅋ
두개 붙여서 올리기엔 너무 길고, 나눠서 올리자니 얼른 쌍방 요x부인이 보고싶어서 ㅠㅠㅠㅠ
사실 요도 모쏠이라 연애ㄱㅈ...라면서요?????? ㅇ0ㅇ
♥♥♥김까닥님, 야생님, 우유님, 인생님, 낙지님, 알겠느냐님, 굔단님 제 사랑 받아가세요 쭈왑쭈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