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콧 망울 끝에 떨어지는 차가운 느낌에 정신을 차린 민석이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넓은 번화가 한 복판에서 멍하니 있는 민석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지나가는 수 많은 인파가 물밀듯이
민석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코 끝에 떨어진 눈을 시작으로
머리, 어깨, 얼굴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눈발에,
목에 둘러 맨 빨간 목도리를 더욱 칭칭 매는 민석.
새하얀 니트 소매 끝으로 살짝 나온 손가락 끝이 붉게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물들어 간다.
올 해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다, 떨어지는 눈송이에
눈이 시린지 다시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는 민석.
새 햐안 첫 눈이 믿기싫을 정도로 너무 현실적이게 내리고 있었다.
"앗!"
"죄송합니다."
길 한복판에서 계속해서 멍하니 있는 민석을
미처 보지 못 한 사람이 민석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그 반동에 이기지 못 한 민석이 꽤나 날리는 눈발에
금새 축축해진 바닥에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프잖아"
코 끝이 시려오더니 눈물이 차올랐다.
여기저기서 첫 눈에 남녀를 불문하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분위기에
민석 혼자 바닥에 앉아 눈물을 떨구었다.
때 묻지 않은 하얀 니트가 축축한 바닥에 점점 더럽혀져간다.
차갑게 얼어 끝이 붉어진 손가락으로 바닥을 지탱하여 몸을 일으킨 민석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어 걸음을 재촉했다.
첫 눈을 좋아하지 못하는 민석이 이방인이 된 기분이였다.
눈이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머리가 느리게 젖어들어 가면서
민석은 아무도 듣지 못하게 속으로 생각했다.
난, 아까 넘어지면서 부딪힌 엉덩이가 아파서 우는 거라고.
EXO 루한/시우민
Mask
-
비를뚫고 온 등굣길에 젖어버린 신발을
들고, 실내화를 벗고는 교실 앞 신발장을 나선다.
"루한."
앗.. 차가워.
팔에 튄 빗물에 호들갑을 떨며
자신을 돌아보는 루한을 바라본다.
"우산 있어?"
"응.고마워"
고맙긴... 뭐가 고마워.
없으면 씌워다 줄랬는데. 알겠어
내일 봐!
해맑게 웃으며 손을 붕붕- 흔들어 보이는 경수.
그러고는 우산을 펼쳐들고,
비가 무섭도록 쏟아지는 바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냥. 신경 써 줘서 고맙다구
아직 여름 인지라 흰 교복 반팔셔츠를
입은 루한이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살짝 움츠린다.
드러난 흰 팔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도 같았다.
갑작스레 온 장마에
칙칙하게 낀 먹구름 아래
동네 풍경이 빗물에 젖어들어간다.
자연 곱슬을 가진 루한의 연한 갈빛 머리카락이
습기에 더욱 곱슬거려 지고 있었다.
아직 4시를 약간 넘은 시간이지만
쏟아지는 비와 약간 우중충한 바깥이 꼭 벌써 저녁같다.
이따금씩 천둥번개 소리도 요란하게 울려온다.
노란색 장 우산을 한 손에 들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각자 한 손에 우산을 하나씩 들고
미친듯이 퍼붓는 비에 빠른걸음으로 하교를 하는
학생들을 멍하니 구경하다, 이내 루한 본인도
우산을 펼쳐들고는 차마 나가기도 두려울 만큼 비가 내리는
밖으로 나왔다.
-투두두두둑
우산을 들고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빗줄기가 우산을 때려대며 투박한 소리가 루한의 귀를 울린다.
비에 젖어 축축해진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느낌이
좋지많은 않았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신발이 젖은 모래 속으로
파묻히는 느낌과, 안그래도 등굣길에
젖었던 운동화가 더욱 심하게 젖어가는 느낌에
약간 미간을 찌푸린 채, 목에 걸어 두었던
헤드셋을 올려 쓴 루한은 MP3 플레이어의 음량을
높이고는, 교복 주머니 속에 넣어두곤
교문을 빠져 나와, 집을 향해 걸어간다.
"아.."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 중에서
루한의 오피스텔 앞 까지 향하는 버스는 딱 1대가 있는데,
버스의 배차 간격이 약 30분 정도가 된다.
그리고 지금, 버스정류장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의 집으로 가는 버스가 떠나는 광경을 멍하니 보던 루한이
30분을 기다려야 하나, 그냥 집까지 걸어가야 하나
짧은 고민을 했다.
버스를 타고 약 다섯 정거장을 가면 되는 곳에 위치 해 있어서
굳이 버스를 탈 필요는 없지만,
아직 이곳 지리가 익숙치 않은 루한은
학교를 전학 온 이후에 항상 운이 좋아,
바로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집을 갈때 매번 버스를 이용 해 왔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멍하니 차도를 바라보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려 버스가 출발하는 방향 대로
걷기 시작했다.
대충 버스를 탈 때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눈으로 길을 어느정도 익혀놨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학교 앞, 반짝반짝 빛 나는 시내를 지나
울창한 나무가 양 쪽으로 늘어 선 한적한 거리를 지나서,
이내 빗소리만 들려오는 골목길에 들어선다.
의외로 가까운 거리에, 앞으로는 꼭 버스를 안 타도
괜찮겠단 생각을 한 루한은 집을향해 걸었다.
오피스텔로 향하는 골목길은
정말 빗소리 빼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온 거리를 메운 빗소리가 좋아,
쓰고있던 헤드셋을 벗어 내리곤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며 손장난을 치면서
집을 향해 가던 루한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돌렸다.
루한의 고개가 향한 곳엔,
배가 고팠는지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가
쓰레기 봉투가 쌓인 곳 옆에 작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선을 느낀건지 행동을 멈춘 고양이는
고개를 들어 루한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손가락 까딱하면 바로 도망 갈 것 같다.
비에젖어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뒤적이는 고양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미를 잃어버린걸까.
새끼고양이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갑작스레 자리에 앉는 루한에 놀라 도망가려다
주춤 한 고양이가, 손짓을 하는 루한을 바라보았다.
루한은 미소를 띄우며 괜찮다는 듯이
야옹,야옹 소리를 내며 작게 손을 잼잼했다.
그에 약간 경계심을 푼 고양이가
한발씩 걸어 다가오며 울음소리를 낸다.
-콰광!!!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는 듯 싶다가,
갑자기 고양이가 루한쪽을 바라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 뛰어가버린다.
크게 울리는 천둥 소리에 몸을 살짝 흠칫-한 루한은
고양이가 도망 가 버린 길목 끝을 바라보다가,
왜 그러지..? 싶어 의아한 표정으로
굽혔던 무릎을 펴 일어섰다.
"그냥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리고는 우산을 고쳐잡았다.
잠시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 지금 보니
책가방 뒷면과 교복이 군데군데 폭삭 젖어있었다.
-탁
자신의 발목에 느껴지는 감촉에, 놀란 루한이
발목께를 내려다 보았다.
무언가에 결박 당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왼쪽 다리에 인상을 쓰며 쳐다보니,
... 사람의 손 ?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웬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루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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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잡방의 신인작가 품절남 입니다
이 글은 텍스트 파일로 약 1년 전 부터 쓰던 글이였긴 한데
글잡에 연재 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부끄)
현재 텍스트 파일로는 거의 완결을 낸 상태이고
조금씩 글잡방에서 연재를 할 계획이니 많이 지켜봐주세요♡
이번화는 약간 분량이 적긴 한데
다음 화 부터는 길게길게~ 써내려 갈 생각입니다*^^*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