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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단편/조각 팬픽 만화 고르기
기타 변우석 이동욱 빅뱅 세븐틴
별자리 전체글ll조회 1747l 1

 

 

(왜 심창민X김종대 이냐면 제가 난생 처음으로 본 연예인이 최강창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물이 어땠냐구여? 그 날 이후 n년째 제 이상형으로 등극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엑소 실물 좀 보자... 하...)

 

 

 

 

 

 

 - 오늘 무대 정말 좋았어. 많이 준비했나 보네, 흐트러짐이 없더라.

 - 긴장은 안했어? 박자도 빨라짐이 전혀 없었어. 너 평소 나쁜 버릇 다 커버해서 다행이다.

 - 상 탄거 축하해. 일찍 자고, 내일 연락할게.

 

 

 그 흔한 이모티콘 하나 없이 딱딱한 메세지에 괜한 기대를 품었나 싶었다. 나는 그래도 형이 나를 어떻게 봐주었을까, 오늘 방송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해줄까. 얼마나 많이 상상하고 또 상상을 했는데 돌아오는 칭찬은 정말 '칭찬' 그대로였다. 하긴 이 형이 그러면 그렇지. 짧게 네, 하는 글자를 썼다 지우고 다시 쓰기를 몇 번이나 반복을 하고는 '알았어요!' 다음에 웃고 있는 얼굴이 그려진 이모티콘 하나를 더 보내었다. 숫자 1은 금세 사라졌지만 더 이상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괜히 우울해져 핸드폰을 집어 던지니 마침 게임을 하고 있던 민석이 형의 엉덩이에 정확히 맞아버렸다. 아 꼬리뼈! 안그래도 안무 연습을 하다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던지라 꼬리뼈에 상당히 민감하다. 웃으며 민석이 형의 꼬리뼈를 쓰다듬어주니 징그럽다며 내 어깨를 밀어내버린다. 이거 참, 서러웠다.

 

 

 

예뻐해줘

 

[퓨전/심창민X김종대] 예뻐해줘 上 | 인스티즈

[퓨전/심창민X김종대] 예뻐해줘 上 | 인스티즈

 

 

 

 

 SM에 들어온 연습생이라면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선배님들 중 1순위는 굳이 누구라 콕 집어 대답하지 않아도 어떤 선배님들인지 모두가 입을 모을 수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연습생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고, 처음 형을 대면했을 때에는 상당히 얼어붙어 있었다. 보컬 레슨을 들은 뒤에 혼자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등 뒤로 차가운 물병을 내미는 손을 보며 당연히 그 손이 백현이나 찬열이의 손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고마워,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병을 땄건만 그 병을 내어주는 이는 형이었다. 깜짝 놀라 마시던 물을 뿜을 뻔하였다. 사실 침을 질질 흘리는 것마냥 조금 바닥에 물을 흘렸다. 형의 수많은 팬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던 특유의 눈웃음을 실제로 보아하니 절로 멍해졌다. 세상에, 연예인이 괜히 연예인이 아니었네.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마시던 물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뒤 허겁지겁 벗어두었던 가디건을 챙겨 입었다.

 

 

 - 일어나지 않아도 돼.

 - 아, 아녜요. 선배님 연습...

 - 그냥 목소리가 좋아서 들으러 온거야.

 

 

 너 노래 잘하네. 동경해오던 가수에게 노래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거야말로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괜히 설레는 마음에 형을 올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실실 웃어버렸다. 형은 작은 간이 의자를 하나 끌고오더니 긴 다리를 접어 철푸덕 주저앉아 제대로 돗자리를 깔아놓으셨다. 더 불러봐. 대뜸 노래를 부르라는 말에 당황해서 쭈뼛거리고 있으니 아무거나 불러도 좋다며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딱히 생각나는 노래가 없어 'hug'를 불렀다. 형을 눈 앞에 두고 부르니 목소리가 덜덜 떨려왔지만 형은 끝까지 내 노래를 들어주고는 박수를 쳐주었다. 역시 노래 잘해. 몇 분 전부터 계속 울려오는 진동소리도 무시하던 형은 내 노래가 끝나자 전화를 받아 짧게 어, 어, 하며 대답을 하였다. 그럼 가볼게. 열심히 해. 큰 키에 걸맞는 큼지막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 때, 아마 나는 몸을 베베 꼬았던것 같았다.

 

 

 형이 떠나가고 백현이에게 엄청나게 자랑을 해대었다. 백현이는 부럽다며 저도 연습을 더 하겠다며 설레발을 쳤고 나는 그런 백현이를 비웃어주며 연습실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꾸만 형이 만져주었던 머리카락에 손이 올라가는걸 주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서야 간신히 손을 거둘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릴 때에도 듣기 좋던 형의 목소리가 자꾸만 떠올라 심장이 간질간질 하였다.  너 노래 잘한다. 목소리가 좋아서 들으러 온거야. 단 두 문장 뿐이었는데도 그 말에 너무나도 설렜던 나는, 역시 어렸다.

 

 

 그 후로 회사에서 형을 볼때마다 괜히 아는척을 하고 싶어 평소보다 훨씬 목소리를 높이고 몸짓을 더욱 크게 하였다. 너무 오버하는거 아니냐며 내가 하던 행동을 따라하는 찬열이의 머리를 확 쥐어박아주고 싶었다만 다시 한번만 더 형이 나를 보며 웃어주고 말을 걸어주기를 원하였다. 허나 연습생들 사이에 껴있던 나는 형에게 있어 노래를 잘 하던 연습생1 이었을 뿐이었다. 항상 파이팅 넘치는 윤호 선배님이 가끔 안면이 튼 준면형이나 종인이를 시작으로 다른 연습생들의 기를 복돋아 세워주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형은 그저 옆에서 팔짱을 낀채로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윤호 선배님이 내게도 격려를 해주시며 어깨를 두드려 주실 때, 형과 눈이 마주쳤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좀처럼 감조차 잡을 수 없는 형의 표정. 윤호 선배님이 창민아 가자, 하며 살갑게 어깨동무를 하실 때까지도 형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데뷔가 가까워지자 다른 선배님들이 우리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녹음을 할 때의 팁이라던가 생방송 무대를 할 때의 팁이라던가. 가끔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사고들 이야기를 하며 간간히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말씀하시던 선배님들이 그저 대단해 보였다. 반짝 반짝 빛나는 진정한 스타들 같았달까. 나는 무대 하나에 오르는 것도 너무 긴장되서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는데. 형 뿐이 아니라 다른 선배님들도 내게 있어서는 멀기만 한 존재였는데, 역시 점점 데뷔일이 가까워지니 이것저것 챙겨주시는게 많았다. 윤호 선배님도 빠지지 않고 우리가 연습하는 걸 보며 짤막하게나마 조언을 해주셨는데, 대선배님이라기에 윤호 선배님은 옆집 형 같은 느낌이었다. 반대로 형이 조언을 할 때에면 모두가 긴장을 하였다. 농담을 섞어가며 친형처럼 대해주는 윤호 선배님과는 사뭇 다르게 마치 프로듀서 앞에 선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정작 형은 본인이 그런 분위기를 낸다는 것을 모르겠지만.

 

 

- 야 창민 선배님 진짜 무섭지 않냐. 뭔가 웃어도 긴장되고 쓴소리 하셔도 긴장되고...

- 우리 잘되라고 그러시는건데 뭘.

- 그래도! 너무 짜다니까! 난 창민 선배님한테 칭찬 같은거 들은적 한번도 없는데?

 

 

 하긴 형이 평가를 좀 짜게 하고는 했다. 그 커다랗고 짙은 눈으로 어찌나 우리의 실수를 잘 찾아내던지, 누가 말하지 않는다면 모를만한 실수도 칼같이 잡아내고는 했다. 서글서글하게 웃을 때와는 다르게 가끔 차가워진 얼굴로 내뱉는 독설아닌 독설에 아무래도 상처 받은 멤버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 그래도 창민 선배님이 나한테 노래 잘한다고 하셨어.

 - 진짜? 헐, 대박. 김종대 주제에.

 - 그러니까 너 투덜대지 말고 선배님이 말씀 하시는대로  열심히 좀 해. 8년차가 괜히 8년차겠어.

 

 

 찬열이는 나한테 제대로 삐져서 저 먼저 후드를 뒤집어 쓰고 연습실을 나가버렸고 눈치를 보던 백현이가 찬열이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찬열이도 찬열이 나름대로 데뷔가 가까워져 예민했을텐데, 내가 말실수를 했다. 다음날 일어나서 찬열이에게 사과하려고 다짐을 한 뒤에 나 때문에 어색해진 분위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이럴 때에는 역시 연장자인 준면이 형이 최고다. 물개 박수를 치며 피곤한 우리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모두 돌아가자며 멤버들을 살살 어르고 달랬다. 찬열이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던지라 마음이 썩 좋지 않았던 나는 더 연습을 하고 가겠다며 준면이 형을 먼저 보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준면이 형이 신경 쓰였다만, 노래를 부르다보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연습하던 노래의 악보를 펼치고 노래를 부르던 도중, 끼익 하고 연습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윤호 선배님과 간 줄 알았는데, 문짝에 삐딱하게 기댄채 팔짱을 끼고 있던 형이 보였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형은 계속 하라며 내게 손짓을 하였다. 얼떨떨 했지만, 부르던 노래를 끊을수는 없었다. 조용한 연습실 안에서는 형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나의 노랫소리만 들려왔다.

 

 

 - 연습벌레가 되는것도 좋은데 말이야.

 

 

 한창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형이 내 노래를 끊으며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 손으로 내 얼굴을 잡아 형 쪽으로 돌리더니 다른 한 손은 내 이마에 얹었다. 역시 열 나네. 형이 입고있던 후드집업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감기약을 꺼내들었다. 연습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물통 하나를 주워 내게 건네주고는 친절하게도 약을 뜯어주기까지 하셨다. 그러고보니 오늘 몸이 조금 무겁다 싶었는데 감기 탓이었다. 

 

 

 - 몸관리도 잘 해야지.

 - 아... 감사합니다.

 - 감기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너. 젊다고 몸이나 목이나 막 쓰고 다니면 못써요.

 

 

 형은 손목시계를 확인한 뒤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탈탈 털었다. 내게도 일어나라며 손을 내미는데 멍청한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두 눈만 느릿하게 꿈벅였다. 잡아.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홀린 듯 형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키가 185cm에 육박하는 형인지라 내가 올려다 보는 것이 당연했지만, 새삼 형은 아래에서 올려다 봐도 굴욕이 없었다. 추우니 일찍 들어가라는 형은 저가 입고있던 후드집업을 벗어 내게 입혀주었다. 형은 분명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전혀 괜찮지 않아보였다. 보기만 해도 춥길래 다시 벗어주려고 했건만 형은 내 두 손을 한 손으로 잡더니 아래로 내리고는 남은 한 손으로 후드집업의 모자를 뒤집어 씌어주었다. 조금 큼지막한 사이즈의 옷에 푹 파묻힌것만 같았다.

 

 

 워낙 바쁜 형인지라 조금만 더 있으면 얼굴조차 잊어버릴 것만 같았는데, 놀랍게도 형은 내 데뷔무대를 꼼꼼하게 체크하고는 먼저 전화를 걸어주셨다. 타지에서 활동하는지라 부담이 너무나도 컸는데 걸려오는 전화와 한국어에 반가워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M 멤버들은 윤호 선배님이 전화를 걸었으리라 예상했지만, 그 예상과는 반대로 형이 먼저 전화를 걸어주셨다. 놀란 나머지 민석이 형은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하였고 잔득 긴장한 크리스 형이나 타오는 꼴깍 소리가 제대로 들리도록 침을 삼켰다. 의외로 대담한 레이 형이 무대 보셨냐며 조심스럽게 물었고 형은 응, 봤지 라며 대답을 하였다.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를 들어보아하니 우리 무대가 제법 괜찮았던 모양이었다.

 

 

 다들 너무 잘한다. 수고했어, 가 아니라 앞으로 더 수고해 얘들아. 많이 고생하고 많이 겪어봐라. 덕담 아닌 덕담에 우리 모두 마음을 놓고 웃을 수 있었다. 간간히 전화기 너머로 윤호 선배님의 바꿔 달라는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됐다며 이만 끊겠다는 형의 말에 그대로 통화는 끝나버렸다. 모두가 긴장을 풀어놓고 축 몸을 늘어뜨렸다. 우리, 정말 잘했나봐. 정말 잘했던건지 첫 무대를 마친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형의 밝은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을 수가 있었다.

 

 

 그날 밤, 자꾸만 무대에서 실수를 할 뻔했던 순간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만 몸을 들썩이며 억지로 눈을 붙혔는데 마침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는거다. 얼른 핸드폰을 확인하니 야심한 새벽에 온 메세지였다. 아마 한국에 있을 K 멤버들이겠지 싶었으나, 예상외로 메세지의 주인공은 형이었다.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알아낸걸까. 사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은 처음인데. 심장이 쿵쾅거렸다. 별거 아닌 자니? 하는 두 글자에 손에서 땀까지 났다.

 

 

 - 저 안자요!

 - 안 자고 뭐해 인마.

 - 그러는 선배님은 안자고 뭐해요ㅋㅋ

 - 너 노래하던거 돌려보고 있었지.

 

 

 '너' 노래하는거라니. '너희들' 이 아니라?

 

 

 - 형도 이제 바빠서 전화나 카톡도 자주 못해.

 - 알아요ㅠㅠ 선배님들 완전 바쁘시잖아요.

 - 너 보기도 힘들겠네.

 

 

 잘 자. 늦게자지 말고. 긴 대화는 없었다. 고작 몇 마디를 나눈것 뿐이었는데 나는 밤새도록 그 대화를 보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 밑이 퀭해진 나를 보며 형들이 내가 타오를 닮았다는 둥 팬더 같다는 둥 한참을 놀려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모지리 마냥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첫사랑에 빠진 여고생도 아니고. 언제 또 형이 내게 연락을 해줄까, 막연한 기대감에 매일 매일 형과 대화한 짤막한 카톡창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나는 원래 게이였고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본적이 없었다. 첫사랑은 있었다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후로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에 내가 먼저 지쳐버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가자 결심하였다. 그리고 막 데뷔를 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던 나는, 형을 좋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인정을 하는것은 쉬웠다만 나중에 형의 얼굴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형과 나는 별다른 교집합이 없었다. 굳이 먼저 피하지 않아도 형과 부딪치는 일이 없었기에 나는 내가 형에 대한 마음을 접어버린줄 알았다. 한국땅을 다시 밟았을 때에도 형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는데. 멤버들과 연말 무대 연습을 할 때에 가끔 우리를 보러 양 손 가득 먹을거를 들고 나타난 윤호 선배님과 그 옆을 따라온 형을 볼 때이면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졌다. 형은 자연스럽게 윤호 선배님의 옆에 앉았고 과자나 술을 마시며 가끔 윤호 선배님의 농담을 받아 주기나 했지, 나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빤히 형을 쳐다보던 나만 민망해졌다. 어찌나 내 시선이 노골적이었는지, 눈치가 없는 준면이 형이 왜이리 창민 선배님을 쳐다보냐며 선배님 얼굴에 김이라도 묻었냐며, 잘생김이 묻었다는 말도 안되는 개그를 내뱉는데 콱 그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어! 김종대 얼굴 빨개졌다! 더불어 좋다고 난리치는 백현이까지. 형은 아직 미성년자인 세훈이의 앞에 맥주캔을 흔들며 놀리던 것을 멈추고는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눈이 마주치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회사 식구들과 새 해 첫 날을 함께 보내었다. 비밀리에 모인 회사 남자 아이돌 멤벼 몇 몇이 모여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하자는 꼬임에 넘어가 버렸다. 슈퍼주니어 선배님들의 주도 하에 모인 순진한 우리들은 짓궂은 선배님들의 놀이에 놀아나는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세훈이는 미성년자를 갓 탈출한 스무살이었으니 더욱 더.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하는 거라며 조금 취한 선배님들이 세훈이에게 벌주를 마시게 하는데 이 녀석이 생각보다 술을 벌컥벌컥 잘 마시길래 나는 멀쩡할 줄 알았다. 허나 역시 졸업식도 안 한 막둥이가 맞았다. 세훈이는 금세 쓰러져버렸고 종인이는 세훈이를 부축하며 숙소에 데려다 주러 먼저 일어났다.

 

 

 생각보다 술이 별로 세지 않던 윤호 선배님도 일어나고 우리 멤버들 몇 몇도 일어나고. 나는 아직 형이 남아서 술을 홀짝거리고 있길래 끝까지 남아있었다. 이열 종대 술 세네? 규현 선배님이었던가. 능글거리며 내게 벌주를 먹이려는걸 내가 취한 척 하며 머리가 아프다고 징징 거렸다. 그럼, 집에 갈래? 멀쩡한 줄 알았건만 역시 취했던 모양인지 형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됐다며 얼른 손사레를 치고 내가 먼저 일어나 겉옷을 챙겨 입었는데 형이 내 허리에 팔을 감으며 내 볼에 형의 볼을 부비적 거리는거다. 그 모습에 제대로 빵터진 규현 선배님과 민호 선배님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배꼽을 잡고 웃어대기에 바빴고 열심히 안주와 맥주를 동시에 공략하던 경수도 나를 발견하고는 대박이라며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다. 다들 알코올이 들어가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음주 운전은 안되는데, 형은 굳이 차로 데려다 주겠다며 나를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가만히 형이 안전벨트를 채워주는 것을 지켜보았고 형이 운전석에 앉을 때까지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던걸 엉덩이에 본드를 붙힌것 마냥 가만히 앉아있었다. 굳이 이 상황을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형을 좋아했고, 아마 그 당시에도 형을 좋아했을거다. 조수석에 앉아 기지개를 한 번 크게 핀 형이 목을 좌우로 한 번씩, 둥글게 한 번 돌리고는 차키를 꺼내었다.

 

 

 - 술 잘하더라.

 - 저는 별로 안마시고 안주만 많이 먹었거든요.

 - 그래도, 뭐. 그정도면 잘하는거야.

 

 

 이 인간, 차에 타면 술기운이 사라지는건가. 방금 전 위태롭게 비틀거리던 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멀쩡하게 맑은 눈 안에 나를 담았다.

 

 

 - 숙소가 어디라고 했지? 네비게이션에 입력해 뒀었나?

 - 어... 제가 할게요.

 

 

 어색하게 네비게이션을 두들기고는 형에게 눈치를 주었는데, 형은 핸드폰을 보느라 나는 이미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저기, 선배님. 형의 팔을 콕콕 찌르고 나서야 형은 '아' 하는 얼굴을 하고는 그제서야 안전벨트를 채웠다. 그러나,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시동을 걸지 않았다.

 

 

 - 너는 어쩜 형한테 연락 한 번을 안하냐.

 - 네? 아... 형 바쁘시잖아요.

 - 중국에서 외롭거나 하지는 않았고?

 - 당연히 외롭죠. 한국도 아닌데... 그래도 민석이 형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 형은 일본 처음 갔을 때 정말 힘들었는데.

 

 

 처음 일본 활동을 시작할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던게 떠올랐다. 그 이야기를 듣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비행기에 올랐는데. 나는 형보다 너무나도 쉽게 해외 활동을 하는것만 같았다. 새삼 형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싶어져 고개를 꾸벅 숙이니 취했냐며 장난스레 내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 그래도 형은 너 보고 싶었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있을 때, 형이 나즈막하게 내뱉었다.

 

 

 - 너가 불편해 할까봐 연락도 안했는데.

 - 아... 죄송해요.

 - 그래도 이제 너한테 불편한 말 좀 해보려고 해.

 

 

 잘 들어, 이제부터. 느슨하게 안전벨트를 맸던 형은 몸을 움직여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입 안에서 미세하게 술 냄새가 풍겨오는데 나는 그것도 제대로 맡을 수가 없었다. 숨이 멎어오고 잔뜩 긴장해서 몸을 굳혔다. 아, 젠장. 이걸 어떡해. 당장에라도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연습생 때처럼 또 가슴이 뛴다. 얼굴이 터질것처럼 빨개지는데 백미러로 슬쩍 비쳐지는 내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 형이랑 사내연애 할까?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겠지만, 많이 고민한거야. 나는 형을 밀어낼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나의 마음을 들키지 말아야지. 고개를 푹 숙이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을 뻗어 형의 어깨를 밀어내었지만, 형은 꿈쩍도 안하였다. 사실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너무나도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는데. 이렇게 고개를 끄덕여 버리면 안되는건데,

 

 

 - 저 형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혹시라도 놓칠세라 형의 손을 붙잡아 버렸다. 맞닿은 손을 내려다본 형이 하, 하고 짧게 웃음을 내뱉었다. 종대야 형은 마음이 많이 급해. 의미심장한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형이 내 뒤통수를 잡고 입을 맞춰왔다. 술김에 한 키스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았다. 연애 첫 날에 하는 무드없는 키스였다만 나는 좋아 죽을것만 같았다. 이대로 형이 술에 완전히 깨버려서 나와 있었던 일을 후회할까 두려워 나도 형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내가 먼저 형의 혀를 감아 올리고 안전벨트를 풀어내어 형의 몸 위로 올라탈 듯 엉덩이를 들고. 좁은 운전석에 성인 남자 두 명이 찰싹 붙어서는 야한 소리를 내뱉었다. 침 범벅이 된 입술을 떼어냈을 때 형은 엄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쓸어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짝눈을 곱게 휘어 접으며 우리 종대 남자네, 하고는 웃길래 나도 따라 웃어버렸다. 그럼요. 이걸 얼마나 많이 상상해 왔었는데.

 

 

 

 

 

-

여기까지는 과거고 다음부터는 과거~현재랍니다~

퓨전은 사실 덕질하면서 처음으로 도전해보는건데 어떠신지요? 전 나름 케미 괜찮다고 생각했는뎈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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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앙 이런거 좋아요ㅠㅠㅜ 느낌짱짱 제가가장좋아하는 느낌인데 작가님 저번글도 그렇고 제취향이네요ㅠㅠ 시험공부하다가 중간에 본건데 이렇게힘이될줄이야 다음편 보기위해 신알신해요!!
10년 전
별자리
저도 시험기간인데!ㅠㅠ 너무 공부하기가 싫어서 머리식힐겸 썼어요ㅠㅠㅠ 독자님 공부 화이팅♥
10년 전
독자2
오창민이나오는퓨전은처음보는데좋네요ㅜㅜ 종대짝사랑이끝나서다행이에요ㅜㅜ
10년 전
별자리
그죠? 새롭게 도전해 봤으니 나름대로 희소성이 있는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3
으어ㅠㅠㅠㅠ심창민이라니ㅠㅠㅠㅠ종대야ㅠㅠㅠ신알신 ㅅ하고 가겠습니다!!!!!
10년 전
별자리
헝 감쟈합니다..♥
10년 전
독자4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x100 좋아요 문체도 좋고 내용도 좋고 챤미니라니!!!!!!!!!! 으앙 너무 좋아요 빨리 하편 나왔으면 ㅠㅠㅠㅠㅠ 창민종대 s2 ㅇㅏ 정말 숨막히게 좋아욬ㅋㅋㅋㅋ 선배와 후배 리얼물이라니..
10년 전
별자리
선배와 후배 리얼물이라 갱장히 디테일하게 찾아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논 제 나름입니다 (우슴)
10년 전
독자5
창민이랑 종대다!!!!케미 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대박ㅠㅠㅠㅠㅠㅠㅠ좋다ㅠㅠㅠㅠ
10년 전
별자리
나름 괜찮지 않나요? 흐흐흫흐흫
10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별자리
저도 별 생각 없었는데 쇼타임 재탕하다가 이름 불러주는 슨배님 보고 급 떠올랐어요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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