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학교에서 집까지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8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것은 2년가량 수 많은 실험끝에 평균을 낸 것이니 단언코 부동의 수치였다. 허나 지각을 간신히 모면해야 할 상황이 올땐 8분이라는 수치는 거짓이라는 듯 5분여만에 학교에 도착하기도 했다. 그것은 학생기록부에 굴복한 전형적인 대한민국 고3의 위력이었다.
"아 냄새, 너무 좋잖아?"
아무튼. 나는 가족은 물론 친구들도 인정한 빵순이다. 밥 대신 빵? 이 뿐만이 아니다. 물 대신 빵. 공기 대신 빵. 이게 18년동안 바뀌지 않은 내 신조이자 모토이다. 이런 빵에 대한 애정때문에 내 나이 방년 18세, 브랜드 빵집의 빵들은 이미 다 섬렵했다고 할 수 있겠고. 학교 종례를 마친지 딱 5분이 지난 지금,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빵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문제집 사야된다고 오늘 아침에 엄마에게 받은 돈은 우리 집 골목 앞에 새로 생긴 빵집에 쓸 목적이었다. 내부 공사를 할 때부터 빵집이 생겼으면 좋겠다 하고 내심 기대를 하기야했는데, 진짜 빵집이라니! 그것도 물릴정도로 (감히 빵에게 물리다는 말을 하다니 후에 번복하겠다.) 많이 먹은 브랜드 빵집이 아니라 개인 빵집! 하굣길에 들른 빵집은 오늘 하루 오매불망 나를 기대하게 한 것에 부흥하듯 입구부터 맛있는 냄새를 폴폴 풍겨댔다.
딸랑거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신나는 발걸음으로 들어온 빵 집 안은 역시, 새로워보이는 빵들이 많았다. 나름 빵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난다고 생각했으나 그 자부심은 빵 냄새와 함께 증발해버린지 오래였다.
"...비스코티? 일단 먹어봐야지."
맞다, 에그타르트. 빵순이 외길 18년. 이 고급스러운 빵집 안에서도 고집해야할 내 나름의 신조가 있다면 같은 프랜차이즈여도 에그타르트 맛에 다른 빵들의 맛이 좌지우지 한다는 것. 그러나 내 신조를 펼처보이기도 전에 아무리봐도 이름 모를 빵들이 즐비한 이 곳에 에그타르트는 보이지 않았고, 곧 빵집 카운터자리도 비어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요!"
"저기!...에그타르트가,"
"에그타르트요? 지금 굽고있는데"
"미안해요. 오늘이 오픈 날이라 정신이없어서."
워. 방금까지 에그타르트가 없단 말이야? 하는 생각에 잔뜩 화가났던 나는 가게주인님의 얼굴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뭐가 됐든 일단 이 집 단골자리는 놓치지 않아야 겠다 이거에요. 에그타르트? 다 집어치워. 잘생긴게 최고야!
"미안해서 어쩌지? 대신 이거 다 내가 사주는 걸로 할게요. 다음에도 꼭 와요."
"...네"
마지막으로 제가 들고있던 빵을 담는 접시를 가져가선 포장을 하는데, 여주는 제 이상형을 빼다박은 이런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 날 이후. 하굣길이면 짤랑이를 들고서라도 등교 도장 찍듯 방문하기 시작한 빵집이었다. 친구들은 새로 생긴 빵집 맛은 어떻냐며 같이가자 물었고 여주는 잘생긴건 나만 볼거야. 라는 훅 튀언나온 못된 심보덕에 개인 빵집이 생겼다며 자랑했던 과거의 저를 원망했다.
"우리 오늘 그 빵 집 가보는거 어때? 어차피 학교 앞이잖아"
"...완전 별로."
"어?"
"거기 빵 완전 맛없어. 웩"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집에 가서 너무 맛있는 바람에 순식간에 빵을 먹어치웠다는 얘긴 안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여주는 봇물터지듯 제 친구들에게 빵 집에 대해 안좋게 말했다. 같이가면 분명 빵집 사장님의 외모에 대한 소문이 학교를 잠식시킬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그래도 용서해줘. 빵밖에 모르던 이 언니가 사랑을 해.
이로써 우리학교 단골은 나 하나 뿐이었다.
*
"뭐야. 거기 맛있어?"
"어?"
문제는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빵집-집 루트를 탈려고 했던 하굣길이었다. 집 방향이 같은,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덜미를 잡히고 만 것이었다.
"배고팠는데 잘 됐다. 나도 가볼래."
"...어? 어?!"
*
"여주학생?"
"...네- 안녕하세요."
"에그타르트 방금 막 꺼냈는데. 하나 줄까?"
"우와. 감사합니다."
"뭐야 빵집 사장님이랑 되게 친해보인다?"
"뭐야 여주학생 친구 데리고 왔, ...네, 남자?"
"아, 그게... 네"
"그래? 옆에 학생도 에그타르트 먹어 봐."
"감사합니다, ...헐 여기 진짜 맛있다."
"그치?"
"응, 대박. 야 기분이다. 너가 여기 알려준 대신 내가 빵 삼"
"헐, 나야 땡큐지"
"저기, 이거 계산이요."
"잠깐만-"
"얘 꺼도 이걸로 계산이요."
"학생이 왜?"
"예?"
"여주학생 남자친구라도 되나?"
"예? 그건 아니지만."
"여주학생, 이거 내가 사주는거야. 들고 가"
작가 |
고등학교 졸업한ㄴ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서술체가 낯선지... 손도 없어질거 같고... 과거의 나 제정신인지... 아저씨가 페티시라니... 그나저나...벙글아 언제와...
어장남 박지민과 폭군 민윤기는 잠정연기, 혹은 갈아엎고 다시 쓸 생각입니다 ㅠㅅㅠ 도무지 못보겠어요. 역량부족인거 같아... 죄송해요. 글삭되지 않은 화는 건들지 않을 예정이에요. |
*재업이니 신알신은 꺼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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