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 Witness
어쩌다 유부녀
w.희익
한참을 울고나서야 진정이 됐고, 엄마도 알바하다 온거라 나를 달래주고는 다시 일하러 갔다. 김태형씨는 침대 옆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듯 했다. 부은 눈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그에게 물었다.
"언니는, 어쩌다가 다친거예요?"
"...카페에서, 찬장에 있는 박스 내리다가 그 위에 있던게 다 머리위로 떨어졌어요."
"..."
"그러면서 뒤로 넘어지면서 어디 모서리에 박았나봐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뒷머리에 붙어있는 거즈가 김태형씨의 말을 모두 납득시켜줬다. 김태형씨가 어색하게 내가 덮은 이불에 눈을 둔채 물었다.
"여주씨 많이 당황하셨겠네요, 갑자기 바뀌어서."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저도 사고를 당해서..."
내 말에 김태형씨는 두손을 모은채 고개를 푹 숙였다. 대답하던 나는 말을 멈추고 아차 싶었다. 이제 바뀐 이유를 알 것 같은데, 알아낸게 무색하게 이렇게 바뀌었다. 이게 당연한건데, 내가 언니를 설득한건데, 작은 후회가 들었다.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니랑 태형씨를 이어주는게 아니였다. 민윤기씨와 친해져보고자 오지랖 부리는게 아니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진 않겠지. 김태형씨는 창밖을 바라봤고, 나는 빈 벽만 바라봤다.
**
어느정도 회복이 되고 퇴원을 한지 벌써 일주일째다. 다시 내 몸으로 돌아온지는 이주쯤 되어간다. 인터넷 기사와 뉴스엔 주연언니의 사고소식으로 소란스러웠다. 기자들에게 찍힌 민윤기씨의 사진은 언제나 굳은 얼굴 뿐이었다. 이렇게라도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 한다는걸 매순간 뼈저리게 느끼며 지냈다. 김태형씨는 간간히 가게로 와 주연언니와의 추억을 떠올렸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를 이따금씩 위로해주었다.
주연언니에겐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이 모든 소란의 원인이 나임에 미안하기도했고, 뻔뻔하게 언니거리며 나타날만큼 염치 없진 않았다.
오늘은 비가온다. 차가워진 공기는 카페 안을 서늘하게 만들어준다. 손님이 더 올것 같지도 않아 일찍 문을 닫았다. 문을 잠그고 겉옷을 여미며 비오는 까만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런 날이면 거실에서 불끄고 영화 틀어봤었는데. 또 다시 머릿속으로 떠오른 그리운 얼굴에 고개를 젓고 우산을 펴 거리로 나섰다.
몸이 바껴 생활하던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는지 원래 단발이었던 내 머리는 어느새 길어져있었다. 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시간을 확인하니 9시가 넘어있었다. 입으로 뿌옇게 퍼져나오는 입김을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민윤기씨의 집 근처에 와있었다. 어느새 익숙해져 습관이 되어버린 이 길은 나를 항상 끌어온다. 다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에 옷을 더 여미고 왔던 길을 돌아서는데, 익숙한 차 한대가 나를 지나쳐 집앞에 세워진다.
민윤기씨가 차에서 내렸다. 죽어있던 심장이 다시 두근,두근, 하고 뛰기 시작했다. 그는 2주일 사이에 많이 야위어있었다. 나는 그저 멀거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두 눈에 담을 수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눈이라도 마주쳤으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민윤기씨는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평소 이곳으로 오게되면 항상 차가 없었는데, 오늘은 일찍 왔나보다. 내 생각으론 주연언니의 병문안을 가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민윤기씨가 바뀌어서. 이제 언니도 행복해질 수 있겠지.
먹먹한 가슴을 억누르고 동네를 벗어나니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 액정을 보니 '김태형'이라고 적혀있었다. 연락을 안하던 사람이라 의아함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늘은 일찍 문 닫았네요.]
"...가게로 오셨어요?"
[네, 그냥. 오늘따라 주연이가 더 생각나서요.]
"금방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우산 위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고요한 도로를 조금은 다급하게 걸어갔다. 얼마 안가 도착한 가게 앞으로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톡,하고 치니 그가 나를 바라보더니 슬쩍 미소를 지었다.
"금방 오셨네요."
"근처에 있었어요. 커피 드릴까요?"
문을 열쇠로 열며 들어가니 김태형씨는 들고있던 우산을 탈탈 털고 뒤따라 들어왔다. 그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다 앞쪽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그는 말이 많았다.
"이 자리에서 주연이한테 고백했어요."
"..."
"그게 벌써 몇개월전이야."
"...시럽 넣어드릴까요?"
"한 펌프만."
시럽을 넣고 그의 앞에 내려놓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씁쓸하게 웃어보이며 한모금 들이켰다. 확실히 주연이가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네요,하는 시덥잖은 농담을 하며. 나는 고개를 돌려 유리창 너머 비오는 걸 지켜봤다. 김태형씨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주연이는 비가 오면 항상 창가에 앉아 비오는걸 구경했어요."
"...그래요?"
"처음 주연이를 만났을땐 비오는걸 좋아하는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자기 외로운걸 달래는 방법이더라구요."
그리고 그는 주연 언니의 얘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전부 다. 그저 부잣집 딸내미의 개인사정이라고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았었다. 손목을 긋는 끔찍한 행동도, 그저 정략결혼이라는 무게와 집안에서의 멸시가 힘들어 그런줄만 알았다. 언니가 왜 처절하게 김태형씨에게 매달렸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런 언니를 난 그저 철없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김태형씨는 자신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만 떨구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지금보니 그는 매우 지쳐보였다.
"근데 그런 주연이를 밝고 행복하게 만들어준건 여주씨예요."
"제가 무슨...태형씨가 있어서 가능했어요."
"아뇨, 모두 여주씨 덕분이에요. 여주에게 평범한 삶을 살아볼 수 있던것도, 작은 행복도 느껴볼 수 있던것도 여주씨랑 몸이 바뀐게 아니였다면 불가능했어요. 주연이도 항상 여주씨에게 고맙다고 말했으니까."
"..."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 갖지 마요."
그의 따뜻한 말에 눈물이 홍수처럼 쏟아져내렸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소리내어 울었다. 태형씨는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덕분에 항상 한켠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주연이한테 한번 가봐요. 난 안되지만, 여주씨는 가능하잖아."
어쩌다 유부녀 |
주변 시선 때문에 주연이한테 가지 못하는 태형쨩. 안녕하세요 희익입니다. 좀 늦게 왔죠? 죄송합니다.,,, 뀨 요즘 슬럼프인가요 글이 안써지네여..ㅠ_ㅠ 오늘 제 마음도 잔잔하구....감수성도 터지기에... 오늘 분위기는 얌전하게...와봤어여... 진심 자꾸 몰입돼서 막 가스미 답답하고 먹먹하고...울먹이면서 썻어여...힝 여러분도 저와 가튼 마음을 느끼길 바라면ㅅㅓ... 슬슬 후속작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럼 다음편에서 만나요!'_'* / |
암호닉깨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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