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5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순영아 우린 여전하겠지?"
글쎄, 우리가 여전할까.
사실은 너도 알고 있었잖아 우리의 미래엔 가까이 있던,
멀리있던 정해진 끝이 보인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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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로맨스 F
구질구질 구 여친 김팀장 X 구 남친 권신입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는거?
각자의 회사를 경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식으로서의 사랑은 듬뿍 받고 자랐다.
우리 부모님은 나도 사랑하고 서로도 사랑했지만, 그만큼 각자의 일도 사랑했다.
애초에 일로 이어진 부부의 연이었다.
각자의 사업의 확장과 이익을 위해 한 결혼이었고,
그 사이에서 애정이 싹텄다.
부모님 역시 나도 그러길 바랬고
우리 모두가 그게 보통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 아니라 결혼 후 생기는 사랑.
어릴 때 부터 나는,
"순영아, 사랑은 만들어지는 거야 엄마 아빠 봐 봐. 일 때문에 한 결혼인데도 지금은 이렇게 사랑해서 널 낳았잖아 우리 순영이도 때가 되면 엄마 아빠가 정해 준 여자랑 결혼하는거야. 정말 예쁘고 착한 여자가 순영이랑 짝이 되면 분명히 예쁜 사랑이 생길거야."
아, 결혼을 하고 나서야 저렇게 행복해지는구나.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저렇게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나도 나중에 결혼을 하면 저렇게 사랑하게 되겠구나.
"엄마, 그러면 사랑은 결혼 하기 전에는 할 수 없어요?"
"네가 크면 알게 되겠지만, 맞아. 사랑은 결혼을 해야만 비로소 온전해져. 그 전의 감정은 다 사라지거나 바뀌어버리고 말아. 그러니까 너도 어린 나이에 감정을 조절 못하고 휘둘려서는 안돼. 어차피 사라져 버릴 거란 걸 미리 알고 있다면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겠지? 엄마는 네가 어린 감정들에 휘둘려서 상처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내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렇게 가르쳤으니,
자라는 내내 그렇게 배웠으니, 난 당연히 그게 정답이고 나 역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날 사랑한다고 쫒아오는 애들을 한심하게 여기는게 당연했을 지도. 어차피 변할 일시적인 감정에 스스로를 컨트롤 못하고 왜 저 난리들인지, 전혀 이해도 안 갔고 그게 어떤 기분이고 감정인지도 모르겠고.
"좋아해 순영아"
16살 봄, 김여주의 고백은 어린 나이에 받은 많은 고백 중 하나였고 김여주는 내게 고백한 여자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게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였고.
넌 내 어디가 좋니? 난 널 처음보는데, 너 내 혈액형은 알고 있니? 너도 겉만 잘난 내 모습을 보고 왔겠지?
나랑 말도 안 나눠 본 네가 날 좋아한다니. 네가 말하고도 웃기지 않니.
"난 널 좋아하지 않는데, 미안."
"괜찮아, 내가 널 좋아하니까."
넌 아마 그 시절부터 남달랐던 것 같다.
뭐지 이 밑도 끝도 없는 대화법은?
상대방의 마음은 상관 없다는 식의 태도.
넌 내가 좋아. 근데 난 아니야. 그래도 괜찮다고?
어째서? 그래서 어쩌잔거지?
"그러니까 우리 사귀자."
"싫어"
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나,
싫어란 말을 들어야 싫은 줄 아는 건가
아니면 설마 내가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내 거절은 뭘로 들은건지
이것이 구애인가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치댐인가 뭔지 모를 아이의 행동이 시작되었다.
귀찮게 안 굴려고 노력하는 듯 해보였으나 굉장히 귀찮았다
"순영아 안녕!"
"순영아 점심 안 먹었다며 이거!"
"순영아 오늘 비 온데 우산 없을까봐 니 것도 가져왔어!"
적당히 해라 적당히. 이 당시에 이미 거절을 한 상태였는데도 이렇게 반응했기에 어떻게 반응 해야 할 지를 몰라서 대충 피해다녔지만 사실 너무 귀찮았다. 당황스럽기도 했고.
네가 지금 날 좋아한다고 이렇게 따라다니지만 네 감정이 영원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한심해라. 지금 이런 풋사랑을 해서 남는 게 뭔데?
귀찮고 귀찮아서 죽겠는데 대체 저 여자는 얼마나 인내심이 강한건지, 아님 자존심이 없는건지 무시를 해도, 화를 내봐도 도무지 포기 할 생각을 하지를 않아서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최대한 빨리 저 아이와 멀어질 수 있을 방법. 차라리 대충 받아주고 감정이 식으면 다신 나에게 안 오겠지. 그래 차라리 니 원하는 대로 해봐 어차피 얼마 못 갈테니.
그래서 받아들인 고백이었다. 어차피 헤어질거니까
그냥 대충 사귀다가 헤어지자.
너와 내가 결혼을 할 것도 아니고 할 수도 없고. 네 사랑도 금방 변하고 식겠지. 나 역시 너에게 그런 엇비슷한 감정을 느낄 리 만무하고
그래서, 받아준 네 고백이었다.
나에게 늘 무시당해서 시무룩 하던 네가, 그럼에도 죽어라 날 따라 다니던 네가 온전히 환하게 웃는데,
봄이라 봄 내음이 나는게 당연하지만,
그 날의 넌 딱 '봄' 그 자체였달까.
그래서 시작 된 연애 아닌 연애.
너 역시 알고 있었다. 귀찮아서 받아 준 고백이라는거,
네가 금방 나가 떨어지기 만을 바라고 시작했다는거
근데 그게 5년까지 이어 갈 줄은 어린 시절 가벼운 풋 사랑과 나의 성의없는 받아들임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은 우리 둘 중 누구도 몰랐다.
이렇게 될 결말을 알았다면 우린 그 시절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때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린 지금 보통의 팀장과 사원으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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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ㅠ_ㅠ 예상치 못한 뜨거운 사랑에 암호닉 정리가 버거운....권호랭이입니다ㅜ_ㅠ 암호닉은 제가....다음화 나 다다음화엔 꼭....정리를 해 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ㅠ_ㅠ 감춰두고 싶었던 순영이의 과거가 조금 공개되었습니다! 허허 사실 별거 ....없어서 실망하신건 아니죠? 순영이를 좋아한 여주의 입장과 아직 둘의 연애사 헤어짐 등등 나올 과거가 잔뜩! 남아있어요 사실 과거는 더 나중에 차차 풀려고 했는데 독자님들이 너무 궁금해하셔서...:)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ㅠ_ㅠ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할게요! 읽어주시는 분들! 암호닉분들! 댓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늘 감사드려요! 오류, 오타 거슬리는거 모두 둥글게 지적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