ː Episode 1
.
야!
아, 준면이형!
어우, 우리 도찐.
.
도일찐, 도이찐. 도찐.
내 별명이었다.
준면이 형과 어릴 적 부터 잘 지내다가 형은 고등학교 입학할 때 즈음 좀 나간다, 하는 애들과 친해지기 시작했고,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 왔을 땐 형은 이미 일진이라고 말이 좀 많은 학생이었다.
그래도 찐따 같았던 나를 모른 체 하지 않고서 무서운 선배들을 소개시켜주었고, 나는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잔뜩 받는 일찐 도경수가 되었다.
아, 우리 도찐 와쩌여? 도찐 늦잠 자쪄여? 밥도 못 먹었겠네.
우쭈쭈가 잔뜩 묻어나는 선배의 인사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운동장 아무 바닥에나 앉는데 찬열 네가 와 옆에 부대껴 앉았다.
찬열네는 찬열과 백현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둘은 오래된 부부와 일주일 막 되는 커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사이가 좋아졌다, 뜸했다, 하는 이상한 모양새의 친구였다.
도찐, 바지 더러워져.
괜찮아.
괜찮긴. 야, 변백, 담요.
꺼져, 시발.
이게 어디 오빠한테 꺼지래.
누가 오빠래, 병신아.
또 투닥 거리기 시작했다.
한번 투닥 거리길 시작하면 점심시간 내내 저럴게 뻔해 얼른 자리를 피해 앉았다.
도찐. 또 찬백 피해왔냐.
네, 형.
아, 저 새끼들 존나 피곤해. 도찐, 가자.
옙!
형들 사이에 낑겨 있는데 종이 울려 슬렁슬렁 교실로 올라갔다.
도경수!
엉, 왜.
반에 몇은 있는 일진 같은 것들도 나한테 친한 척을 했다.
전학생 왔어, 우리 반. 근데 너 옆자리.
어? 내 옆자리 그…, 조진호. 아닌가.
어, 근데 책상 모자라서 가지고 와서 자리 바꿨어.
아, 시발.
교실을 둘러보니 역시 자리는 내가 기억하는 대로가 아니다.
찬열 네가 낙서로 가득 메꿔 더러워진 내 책상을 찾아 가방을 걸고 앉는데 옆에 못 보던 놈이 엎드려 자고 있다.
괜히 내 자리가 바뀐 게 꽁기하고 억울한 기분에 발로 의자를 툭툭 밀어 깨웠다.
야, 전학생.
뭐.
뭐어? 야, 너 때문에 내 자리 바뀐 거 몰라? 왜 이렇게 뻔뻔해?
미안.
아, 야. 너 이름 뭐야.
김종인.
김종인, 빵 사줘.
푸흐, 김종인이 웃었다.
웃은걸 욕해주려고 입을 여는데 더 빠른 김종인이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초코 빵? 하고 묻는데다 어, 그래! 하고 대답을 했다.
.
빵을 사온 김종인은 수업을 하건 말건 잠만 잤다.
밤에 뭘 하길래 이렇게 학교 와서 자는지, 원.
그래도 넓은 등짝이 굉장히 편해보여서 그 위에 팔을 모아놓고 엎어졌다.
움찔거리는 등짝에 잠깐 일어났다가 의자를 좀 돌려 엎드리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뒤 다시금 엎어졌다.
도찐, 일어나.
어? 으아, 몇 시야?
지금 여섯시. 밥 먹자, 밥. 도경수, 늦잠 쩔어.
찾아온 찬열 네에 편하게 일어나 인사를 하는데 내 밑에서 눈빛이 느껴져 왔다.
김종인이 제 위에 엎드려 자는 나를 깨우지 못 해 노려보고만 있었던 것 같다.
미안, 김종인.
아, 얘가 그, 너네반 전학생?
어.
오, 잘생겼다. 야, 나랑 밥 먹자.
똥백 새끼. 작업 거냐? 잘생겨서 좋아?
미친놈. 너보다 잘생겨서 열폭?
꺼져, 똥백아.
아, 박찬열, 변백현. 가자.
얘는? 야, 너 밥 안 먹어? 김…종, 뭐.
안먹어.
김종인의 대답에 백현이 음, 그래. 하고서 뒤돌아 교실을 나가고 그 뒤로 나와 찬열이 따라 나섰다.
형들, 운동장?
아니, 체육관.
왜?
소녀시대 춤 연습한다고.
풉, 하는 백현의 웃음을 시작으로 셋이서 끅끅대며 웃었다.
준면이 형! 하고 평소처럼 형을 부르며 달려가는데, 형은 다른 곳에서 부르는 제 이름에 방향을 틀어 달려간다.
김종인! 임마, 숙모는 이미 봤는데 너는 내가 꼭 찾아야 보이냐!
…니미, 김종인.
.
툭툭 차는 발길에 엎드렸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야, 전학생.
뭐.
뭐어? 야, 너 때문에 내 자리 바뀐 거 몰라? 왜 이렇게 뻔뻔해?
누군 바꾸려고 바꿨나, 거기다 지각한 니 덕에 내가 니 책상 옮겼거든, 하고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미안, 하고 사과하니 이름을 물어온다.
김종인.
김종인, 빵 사줘.
순간 생각지도 못한 대사에 푸흐, 웃음이 튀어 나왔다.
인상이 찌푸려지기에 얼른 일어났다.
초코 빵?
어, 그래!
초코 빵 하나에 패기 넘치는 대답에 매점으로 가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빵을 사간 후에 피곤함에 수업 중에 계속 자는데 어깨 등으로 무게가 실렸다.
움찔 거렸더니 잠시 일어나나 싶더니 내가 앉은 의자를 낑낑 거리며 돌려놓더니 다시 엎드린다.
작은 게 꼬물거리는 게 눈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라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수업시간이던 쉬는 시간이던 푸으, 푸으, 하며 잠만 잘 자길래 고개를 약간 돌려 작은 머리통을 쳐다봤다.
저녁시간이 되자 다들 빠져 나가고 남자애 둘이 찾아왔다.
도찐, 일어나.
어? 으아, 몇 시야?
지금 여섯시. 밥 먹자, 밥. 도경수, 늦잠 쩔어.
이름도 모르는 놈의 별명이 도찐인지 키 큰 남자애가 도찐, 도찐, 하며 내 위에 엎드린 녀석을 일으켰다.
좀 작은 애가 도경수, 하고 불렀고 셋이 일어나 가려다 도경수가 사과를 했다.
낮엔 빵 셔틀 시켜먹을 생각인 것 같더니 착한 놈인 것 같기도 하고.
도경수가 가고 나서 형을 보러 나가려는데 카톡이 왔다.
[준면이형 김조닌체육ㄱ관애왕라]
.
김종인.
형이 전에 얘기 했던 게 떠올랐다, 한살 어린놈이 사촌동생으로 외국에 있다고.
캐나다인지 케냐인지 무튼 ㅋ으로 시작하는 나라 였던 것 같은데, 그게 코리아로 바뀔 줄은 몰랐다.
그리고 더구나 내 옆 일줄.
도찐.
아, 누구…, 어?
미안. 이름은 모르겠고, 애들이 너 도찐이라 부르길래.
아, 어.
자, 이거.
어?
김종인이 내미는걸 보는데 초코 빵이다.
뭐지, 이 나를 비웃는 듯한 초코 빵은.
안 먹어? 같이 먹자, 두개 사왔어.
어어, 응.
너 드시라고 말하려 했더니 두개를 들어 보이며 하나를 건넨다. 니미.
이름이 뭐야? 별명이 도찐인 거 보니까 풀 네임이 도찐따, 이런 거?
뭐? 야! 도경수! 내 이름, 도경수거든!
도경수.
으잇. 이 놈 목소리 꽤 괜찮은 목소린 것 같긴 했는데 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니 뭔지 모를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싫은 느낌은 아니다.
한번만, 더.
어?
또 불러봐, 내 이름.
다시 들으면 알지도 모르겠어서 이름을 불러 달라 말하니 그저 웃는다.
그것도 적잔히 기분이 좋은 웃음이라 마주 웃어버렸다.
너, 형이 엄청 귀여워하더라. 엄청.
그 말 안에 비웃음이 담긴 기분이라 으으, 하고 어중간한 대답을 했다.
벌써 감치 빵을 다 먹은 김종인이 책상에 엎드렸다.
오늘은 내 등에서 잘 거면 저녁 전엔 일어나주라, 하고 덧 붙힌 놈이 눈을 감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 쪽팔려.
한숨 쉬고 나도 엎드려 자야지, 하는데 김종인 등은 너무 편해 보인다.
저녁 전에만 일어나면 되겠지, 해서 그냥 그 위로 엎드렸다.
.
예전에 썼던 글 요즘 정리하고 있다가 글잡 오랜만에 온김에 으힉
글잡 엄청 오랜만이라 글쓰는거 떨ㄹ리요....
어디서 끊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하다가 그냥 올려요 으핳.. ㅠㅠㅠㅠㅠㅠㅠㅇ어색돋넹
반응없으면 짜게 식어야징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