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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cie_Orrico - Stuck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03
가끔 난 후회를 기반으로 한 반성을 한다.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그의 눈빛을 외면했다면,
그때 그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이따위 미친 동거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시발.
#11 요절
"......"
가끔 난 후회를 기반으로 한 반성을 한다. 그때 최뱀파를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때 그 옷을 주문하지 않았다면, 그때 그 옷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이따위 껌딱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시발. 그렇다. 나는 지금 껌딱지 4호가 생겼다. 나의 선물 공세 이후 최좀비가 내 곁을 떠나질 않는 거였다. 전여우보다 더 내 곁에 있는 중이라는 거다. 애완견마냥. 오늘은 대부분 눈을 뜨고 다녀서 계속 눈이 마주친다. 나 안보는 척 계속 보고. 그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딴 데 보고.
"...저기,"
"......"
"우리 이렇게까지 친한 사이 아닌 거 같은데요."
"...!!!!"
화장실 앞에 위치한 나를 한 번 화장실 문을 한 번 보더니 재빨리 거실로 뛰어갔다. 그래.. 우리가 솔직히 알몸을 공개할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 어제 화해했잖아 우리. 아예 커튼 뒤로 숨어버린 최좀비를 확인하고 다시 화장실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서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는 최뱀파가 보였다. 아이고 인생아.. 절로 탄식이 나오는데 최뱀파가 기대있던 몸을 바로 하더니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씻게? 나도 같이 씻자."
"아 진짜 장난하나. 그래요! 같이 씻읍시다!"
"이럼 당황스럽잖아. 기다려, 준비 좀 하고."
"아 미쳤..! 아.. 아아!!!!"
"시끄러워. 귀가 예민하다, 먹이야."
"먹이는 또 뭐야.. 하.. 요절하겠네."
그래. 지금 딱 요절하겠다.
#12 호칭 개선
저녁을 좀 요란스럽게 먹어서인지 설거지가 가득 쌓인 싱크대가 날 반겼다. 한숨을 내쉬고 설거지를 하려 고무장갑을 끼는데 옆에서 최좀비가 사람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한다. 정신 사납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설거지 까짓 거에 집중이 안 된다는 거다. 참다 참다 최대한 다정하고 친절하게 물어보았다.
"왜 그러세요?"
"......"
말없이 손가락으로 내 고무장갑을 가리킨다. 지금 나랑 맞추기 놀이를 하겠다는 건가? 설거지를 할 때면 귀찮음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나를 더 귀찮게 하려고?
"고무장갑? 손가락? 손?"
"......"
"그럼 뭐요?"
이번엔 내가 먹은 접시들을 가리킨다. 아 진짜!!!! 말을 하던가!!!!! 내 끓어오르는 속을 최대한 눌러 참으며 다시 한 번 다정하고 친절하게 물었다.
"말을 해볼까요?"
"......"
"인생 진짜.. 설거지 할 거 아니면 저리 좀 가 계시는 걸 추천할게요."
"!!!!!"
갑자기 고개를 폭풍 끄덕인다. 그러니까 설거지를 하겠다고, 아님 저쪽으로 가 있겠다고.
"가 계시겠다고요?"
"......"
"설거지를 하시겠다고요?"
"!!!!!"
"정말요?!!!!"
고개를 폭풍 끄덕이는 최좀비님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끌어안고 방방 뛰다가 고무장갑을 벗어 손수 최좀비님 손에 끼워줬다. 멍하니 있던 최좀비님은 기계처럼 싱크대 앞으로 가더니 기계처럼 설거지를 시작했다. 와 이 집에 천사가 있었네. 난 다 괴물인 줄 알았지.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이제 좀 여가를 즐길까 하며 뒤를 돌았다. 돌자마자 거실 소파에 있던 최뱀파와 눈이 마주쳤다. 의아한 와중에 어느새 코앞까지 온 최뱀파가 물었다.
"좀비가 그렇게 좋으니?"
"아 깜짝이야. 천천히 좀 와주세요."
"그대가 누굴 끌어안는다는 게 여간 흔한 일이 아니잖아."
"...우리 최한솔님이 나 대신 설거지를 해주신대요. 어떻게 그냥 둬요?"
"...미워."
밉다는 한 마디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최뱀파에 어이가 사라졌으나 여전히 설거지 하는 소리가 귀로 들려와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최좀비님이랑 친하게 지내야지.
#13 기승전안마
최좀비님 덕분에 여가 시간이 생겨 드라마를 2편이나 더 볼 수 있는 환경이 나에게 쥐어졌다. 저번에 김늑대 등 긁느라 못 봤던 드라마까지 이어 볼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거였다. 이불 안으로 기어 들어가 베개에 폭 누워서 따뜻하고 포근한 자세를 찾은 뒤 내 방에 있던 tv를 켰다. 키자마자 들리는 익숙한 전여우의 목소리. 무슨 부탁을 하든 거절할 생각으로 느긋하게 돌아보는데 김늑대였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아 그를 보며 물었다.
"왜요..?"
"어째 느긋하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로..?"
"내가 뭐 일 있어서 왔겠니?♡"
잠시만, 텍스트로 쓰면 하트가 붙을 것만 같은 저 목소리. 처음에 전여우로 오해했을 정도로 전여우와 닮은 목소리와 지금도 딱히 김늑대 같지 않은 목소리. 그러나 얼굴은 김늑대. 이것은 필히.
"전원우님."
"...들켰네?♡"
금방 전여우의 얼굴로 돌아왔다. 아주 심심해 뒤지시겠나 봐요? 그 힘들다는 변신술을 남발하시고.
"변신술 힘드시다며요."
"힘들지. 그거 할 때마다 온 몸이 녹초가 되는 것 같거든. 그래서 그런데,"
"제 간은 안 돼요. 아마도 최승철님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아니, 안마해 달라고. 강아지한테 듣자하니 안마를 기가 막히게 잘 한다며. 기대할게♡"
"김민규님은 별소리를 다 하시네요."
"먹이야. 다 들린다. 나 귀 밝다 했어."
"죄송합니다."
귀만 더럽게 밝아가지고는. 속으로 김늑대를 욕하고 있으려니 전여우가 바닥에 앉아 지 어깨를 가리킨다. 예예, 간 내주는 것보단 안마가 낫습죠.
#14 편애
"김민규님. 진지하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데?"
"왜 저를 싫어하시는 거죠?"
"뭐래. 니랑 좀비랑 뱀형이 같이 싫은 거지."
"왜 착한 한솔님한테 그러세요! 나랑 최승철님만 싫어하시든가 그러시죠!"
"?? 별 미친 소리를 다 듣는다, 내가. 그리고 난 호형이 좋은 거야. 니네가 싫기 보단.. 음.."
왜 다음 말이 없으신 거죠? 사람 불안하게. 계속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는 김늑대를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그 전에 나 불안해서 피 말라 뒤질 것 같았거든.
"싫기 보단 뭐요..?"
"먹이로 봤을 때 별로인 거지. 좀비는 맛이 없고 뱀형도 마찬가지고."
"저는요? 인간이 맛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넌, 음.. 먹기 아까워. 재밌잖아."
내가 장난감이다 이거입니까?! 듣는 장난감 섭섭하게 하시네. 아무튼 내가 싫기 보단 전여우가 좋다는.. 좋다는.. 좋아해..?!
"...김민규님 취향 존중해요."
"그러든가."
"멍멍아. 너 방금 상당히 오해할 만한 말을 한 거 같거든?♡"
듣다 못한 전여우가 나섰으나 김늑대는 뭐가 잘못된 건지 1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역시나 그 멍청미 넘치는 표정으로 전여우에게 되물었다.
"엥? 뭐가?"
"인간은 지금 너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에로스적인 사랑 말이야."
"제가 언제 에로스라고!"
"아님 말고♡"
"넌 뭔 그따위 오해야. 호형은 그저 좋은 형이라고!!"
웜마. 저 김늑대 화났다 지금.
#15 전쟁수준
김늑대가 화났을 땐!!! 재빠르게 도망가 최뱀파 뒤에 숨었다. 믿을 건 우리 최뱀파지. 그러나 최뱀파가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혼내. 충분히."
"엥???"
"미워, 너. 여전히."
"아직도 삐쳐있어요?!"
"넌 뒤졌다."
"김민규님 저거 진심이에요!! 나 이번엔 진짜 죽을지도 몰라!!!!"
존나 아련하게 내려다본다. 헐. 이렇게 말이 씨가 될 줄 알았으면 요절한다는 말 함부로 쓰지 말 걸. 아니 왜 저런데 갑자기? 내가 뭘 안 해줬어! 어?! 사납게도 쿵쿵대며 다가오는 김늑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한으로 최대한 천천히 뒤로 발을 뻗었다. 몇 발자국 안 땠는데 어딘가에 부딪혔다. 가구가 딱히 없는데 부딪히는 바람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최뱀파가 있었다. 언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이 집에서 날 살려줄 괴물은 최뱀파 단 하나였다.
"최승철님.."
"왜? 살려줘?"
"말이라고 해요? 나 최승철님 밖에 없어요.."
"그럼.. 오빠라고 불러봐."
"김늑대님. 유언이라 생각하고 들으세요."
오빠라고 부르느니 이번 생을 마감하겠어. 나의 확고한 태도에 최뱀파도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지 금방 그만뒀다.
"장난이야. 늑대 너도 장난 그만해."
"난 장난 아닌데?"
"그만 자극해. 놀랐잖아."
"뱀형이 먼저 시작했잖아. 기껏 흥분시켜놓고 갑자기 하지 말라네. 마침 배도 고프겠다, 끝은 봐야하지 않겠어?"
"하, 늑대 피 맛없는데.. 나도 요즘 많이 참아서 배가 고픈 참이었거든."
오늘은 뭔가.. 싸우는 강도가 좀 센 것 같기도 한데.. 하필 내 위치가 앞으론 김늑대고 뒤로는 최뱀파라 상당히 눈치가 보인다. 눈치를 보고 있으려니 최뱀파가 내 손목을 잡았다. 아마도 뒤로 보내려던 것 같았지만 그보다 빠르게 김늑대가 내 반대쪽 손목을 잡았다. 최뱀파가 잡은 쪽 손목은 조심스러움이 다 느껴졌으나 김늑대가 잡은 쪽은 진짜 부러질 것 같았다. 절로 나오는 신음소리에 둘 다 멈칫했다. 아마도 김늑대의 실수 같았다. 그도 당황한 것 같은 목소리였으니까.
"아, 힘 조절 미스."
"놔."
최뱀파의 눈이 붉어졌다. 그 안에서 나오는 살기는 진심인 것 같았다. 최뱀파의 한 마디에 손을 놓은 김늑대를 확인하고 나도 내 손목이 궁금해 바라보니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진짜 조금만 더 지체했으면 부러졌겠는데? 계속 아려오는 하얗게 질린 손목에 손도 잘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 얼마나 세게 잡았기에 이 정도까지.. 두려움이 앞섰다. 나 진짜 여기서 요절하는 게 아닐까..? 내 손을 조심스럽게 놓아주는 최뱀파의 행동에 요절은 안할 것 같지만, 여전히 살기를 붐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할 것 같기도 하고..
"반려를 찾는 게 꼭 내 꼴 같기에 거둬주고 키워줬더니 하룻강아지가 기어오르는구나."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닥쳐. 옛정이 있으니 아프진 않게 죽여주지."
"잠, 잠깐!!"
눈 깜빡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진 최뱀파에 정말로 김늑대가 죽는 건가, 설마 이것도 말이 씨가 된 건가 싶어 사실 조금 불안했다. 아니 많이 불안했다. 최대한 천천히 옆을 돌아보니 최뱀파의 주먹이 전여우에게 잡혀있었다. 이건 좀 많이 의외인데..?
"싸우지 마. 이래저래 고통 받는 건 인간이잖아. 스트레스 받으면 간 상해. 그치?♡"
예.. 스트레스 장난 아닙니다.. 그 와중에 간 챙겨주셔서 아주 고오맙습니다.
***
강아지, 개라는 호칭을 극도로 싫어하시는 김늑대께서 전여우가 멍멍이네 강아지네 라고 하는 것은 괜찮아 하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브로맨스가 확실...! 아, 아닙니다^0^/
초록글 1페이지네요..! 추천 5개도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 인기가 많아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꿈으로 시작한 글인데.. 근본없는 욕쟁이 작가답게 근본 없이 시작해야 되나 봅니다..
♡암호닉입니다!♡
(전여우 스타일로 해보았습니다.)
(다음편까지 신청해주시는 분은 2차입니다!)
쿠조, 전주댁, 1코트7, 햄찡이, 권햄찌, 빙구밍구, 열일곱, 큐울, 소보루, 낭낭,
보라찐빵, 마그마, 어화동동, 606호, 운정한, 수면바지, 제주도민, 이종, 순수녕, 상상,
명호엔젤, 오솔, 다콩, 홍당무, 숭영잉, 자몽소다, 급식체, 귀여워더, 꽃화, 콜드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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