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2
- 제 5화 -
말할 수 없는
" 권순영, 이쯤 되면 받아줘라- 지치지도 않냐. "
" 됐어- 별로야. "
" 진짜 바보냐 너. 나 같으면 고백 하고도 남았다. "
계속 좋다고 따라 다니던 옆 교실 여자애.
이름은 내가 기억하기 싫었다.
" 순영아! 어디가? "
" 그냥. "
" 아- 운동장 나가는구나? 나도 같이 가자. "
한참을 교실에서 생각하다 박차고 나와 머리도 식힐 겸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냥, 그냥. 교실을 나섰는데.
이때다 싶었는지, 어느새 내 옆으로 뛰어와 물어보는 여자애였다.
" 저기, 나 좀 그만 따라오면 안 돼? "
" 어? 왜? 싫어? "
" 불편해. "
" 아....뭐 니가 원한다면야. 근데 조건이 있어. "
" 뭐? "
" 꼭 조건이라기는 뭐한데. 김칠봉 말야. "
" 걔는 왜. "
" 그냥 거슬려서. "
뭔가 심상치 않은 말을 내뱉었다.
꼭 뭔가에 홀린 것 처럼 말이다.
이에 비해 더 이상했던 건 김칠봉이라는 이름 석자가
그 여자애의 입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저 평생친구라 생각하고 어렸을 때 부터 지낸 김칠봉인데,
왜 이상한건지 모르겠다.
내가 이상한 건지, 저 여자애가 이상한 건지.
" 네가 거슬리는데 내가 관여해야되는 이유라도 있어? "
" 권순영 니가 필요하니까. "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충격을 받았다.
" 맥락도 없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니가 더 거슬리니까. "
" 그러면 그럴 수록 난 더 이럴 수 밖에 없어. "
" 하, 너랑 대화 하는 지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간다. "
절로 한숨이 나오며 그 아이에게 할 말을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김칠봉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걸 잘 아는데 왜 저 한 여자가 난리인건지 모르겠다.
-
그날 밤부터 계속 권순영이 한 말이 맴돌았다.
근데, 그건 확실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심지어 꿈 속에서도 그 장면이 계속해서 나타나며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 야, 권순영 말해봐. "
" 뭘? "
"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 "
" 너랑 가까이. "
" 그런 추상적인 거 말고, 딱 보이는 사실을 얘기해줘. "
" 그 사람은 너에겐 추상적이야. 금방이라도 들키면
보이지 않을 수 있거든. "
" 왜? 들키면 안 보이는데? "
"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간지 오래야,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수도 없는 거짓말을 했어. "
권순영은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얘기했다.
원래 이럴 애가 아닌데 왜 이러지.
마치 그 사람이 자기인 양 얘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 혹시나 해ㅅ, "
" 하지마. "
" 뭘 하지마..? "
" 무슨 질문일지 아니까 하지 말라고. "
내가 무슨 질문을 할 줄 알고 검지 손가락을 나의 입술에
갖다 대고는 질문을 거부하는 권순영.
" 김칠봉, 넌 내 마음 알아? "
" 그러는 너는. "
" 네 마음? 나를 좋아해? "
무슨 독심술을 펼친건지,
아님 정말 알아챈건지 무섭게도 알아 맞혔다.
" .....어 "
" 내 마음도 들키기 싫은데, "
" 어? "
" 너 좋아했다고, 아니 좋아해. "
갑작스럽게 말을 끝내자마자 날 끌어안는 권순영이었다.
그 특유의 기분 좋아지는 아로마 향에 그만 품속에 폭 안기고
말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허탈할 정도로 어이가 없다.
분명 권순영은 진실을 얘기했는데 왜?
눈을 뜬 지금도 눈동자에 니가 아른거린다.
심지어, 아로마 향까지 나는 거 같다.
내가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권순영이 내 마음을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다.
-
우린 어쩌면 운명의 끈 이었던 걸까.
어느새 깊은 곳 부터 자리 잡은 너. 김칠봉.
잊혀지길 바랬는데, 지긋지긋하게도 아니다.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숨이 막히고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리듯 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자꾸 가슴이 시려서
잊혀지길 바랬어
- 찬열 & 펀치(Punch) / Stay with me
ㅡ
글을 저장해놨었는데 오류가 떠서 안 올라가지나보다 하고,
자포자기 했는데 해결했어요..ㅎㅎ!!!
드디어 순영이가 그동안 말 못 했던거 말하러 가는가 봐요!
우리 석민이는 어 이제 곧 유학 갑니다....(이미 갔을지도..)
이로써 거의 대부분 완결이 보이는 내용이 나올겁니다!
아쉽긴 하지만....결말을 지켜봐야죠?
그럼 우리 독자님들 안녕히 주무세요 :)
암호닉 신청은 [암호닉] 입니다~
현재 차기작 투표가 진행중입니다 ^^
http://inti.kr/writing/3277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