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29 : 개수작
w.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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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 개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왜 따라 들어와?"
"센서 불이 너무 어둡다"
"원래 이랬ㅇ"
"어, 엘리베이터 0층이야. 럭키야, 빨리 타야 해"
이제는 현관문 안까지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말 내 집 앞까지 올라오는 건 기본이고
"아, 두통"
"머리 아파?"
"약 먹어야 할 거 같아"
먹을 게 있을지 미지수인 집 안에서 약이라도 먹어보겠다고 심신으로 먼저 문고리를 잡기도 하고
"발 빼라"
"내가 며칠 만에 나온 지는 알지?"
"너무 잘 아니깐 빨리 돌아가서 쉬세요, 시간 간당간당하다"
"와, 너무하네."
악착같이 돌려보내는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 문을 열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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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꺼졌다"
"충전 안 했어?"
"있는 줄 알고 그냥 들고 나왔는데"
머리에 물기를 가득 담고 나왔을 때부터 급하게 나왔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평소처럼 선수촌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가 벌써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국이 덕분에 기다릴 틈도 없이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날씨도 따듯해서 이제는 기다려도 괜찮으니 천천히 머리 좀 말리고 나오지,라고 잔소리를 하면 머리를 만지는 손을 잡아가서는 제 머리를 한 번 털어 물방울을 튀기더니 인상을 쓰는 날 보고 좋다고 마주 잡은 손을 힘차게 앞뒤로 흔들었다 .
"핸드폰 충전하고 가면 안돼?"
왜 안 나오나 했다. 오늘의 수작은 핸드폰이로구나.
"가서 해"
"그럼 통화 못하잖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험해? 지금 그게 운동선수 입에서 나올 말이니. 어느 미친 사람이 경찰서로 가는 공짜 고속도로를 타고 싶다고 널 건드리겠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말을 잇는 정국이를 바라보자 내 시선을 느꼈는지 입을 꾹 다물고서는 울상을 지었다. 눈꼬리는 축 내려가고 시선까지 바닥으로 내려깔아서 외적으로는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기에 완벽했다.
"오늘 훈련 진짜 많이 해서-"
"엄청 피곤해-"
"좀만 쉬었다가 가면 다시 힘내서 돌아갈 거 같은데..."
입이 댓발 튀어나와서 중얼거리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튀어나올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여기서 웃으면 전정국의 수작에 넘어가 버리는 것이니. 근데 손은 그새 못 참고 정국이의 젖은 머리칼을 만지고 있었다.
"머리 너무 안 마른다"
"말려야겠다, 감기 걸리겠어"
정국이는 아직도 멍하니 자신의 머리칼을 만지고 있는 날 보더니 아까의 울상은 지운 채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젖은 머리칼이 아닌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가 눈에 보이는데 정신이 번쩍 들어 잽싸게 손을 내리고 뒷걸음쳤다.
"말리고 갈까?"
"감기 걸리기 싫은데"
아, 내가 내 무덤을 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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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기~"
"소파에 딱! 앉아있어"
그렇게 열릴 거 같지 않던 문이 열려버렸다. 19살 때는 만나면 항상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20살이 되고서는 뭔가 내가 꺼려지기도 하고 너무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만 같아 웬만하면 밖에서 만나곤 했다. 오랜만에 들어온 정국이는 그동안 바뀐 게 있는지 궁금한지 이리저리 둘러보았고 나는 괜스레 불안해 소파를 손가락을 딱 가리켰다. 그러자, 순순히 소파 아래에 앉아서는 열심히 고개를 돌려 구경하기 시작했다.
"커튼, 저번에 보여줬던 거야?"
"응, 저거 치면 진짜 깜깜해져"
드라이기를 꺼내와 소파 위로 냉큼 올라갔다. 그건 또 어떻게 기억한데. 옛날에 암막 커튼이 사고 싶다고 사진 몇 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또 그새 그걸 알아챈다. 드라이기를 켜서 머리를 말려주는데 뜨거울까봐 불안해 자꾸만 정국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동글동글한 뒤통수는 여전하구나.
"다 말랐다!"
"머리 말리니깐 노곤해지는 기분이야"
다 말렸다는 내 말과 동시에 정국이는 내 무릎 위에 힘 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갑작스레 닿은 머리카락이 간지러워 움찔하자 벌떡 일어나 멀뚱멀뚱 날 바라봤다.
"또, 뭐 갑자기 두통?"
"아니, 배고파"
"야"
"어제 집에서 밥 먹었다고 했으니깐 먹을 거 있겠지"
먹을 게 없다고 반박도 못하게 내 입을 막아버렸다. 쓸데없이 기억력은 좋아서. 사실 어제 컵라면 사 먹고 밥 먹었다고 거짓말 쳤는데 지금 거짓말이 들통나게 생겼다는 생각이 부엌으로 걸어가는 정국이에게 달려가 앞을 막아섰다. 분명 밥 가지고 거짓말을 쳤으면 또 한 소리 들을 게 분명한데 변명거리가 없다. 내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자 날 게슴츠레 한 눈으로 보더니 날 지나쳐 서랍을 열어버렸다. 아, 그거로 이번 주 버티려고 했는데.
"귀찮으면 앞에 분식점 가서 김밥 먹으라니깐"
결국 남은 저녁 대용으로 미리 사뒀던 컵라면 2개는 정국이 손으로 가버렸다. 내일은 꼭 밥을 먹으라면서 이 컵라면은 버리기 아까우니 자기가 오늘 먹을 거라고 여유롭게 커피포트에 물을 담았다. 선수촌에 들고 가서 먹으라니깐 내게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냐며 대화의 주제를 바꿔버려 컵라면을 들고 좌식책상에 앉아있는 정국이의 맞은편에 쭈구리 마냥 가만히 앉아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와, 다 먹었다. 이제 집 가야지?"
"아니지, 소화 시켜야지"
"전정국"
"아, 진짜 딱 소화만 시키고 갈게-"
저 개수작을 쫑알거리는 입을 노려보자 무슨 생각을 하냐며 오히려 날 몰아세워 해탈한 채 소파 위에 드러누웠다. 애초에 널 집 안에 들인 게 잘못이었어. 요즘 날씨가 얼마나 따듯한데 저 튼튼이가 머리 안 말린 걸로 감기에 걸릴 거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을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금세 소파에 가까이 와 앉은 정국이가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바라보고 있길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은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진짜로 소화만 시키고 보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정국아, 너 손 베인 적 있어?"
"아니"
질문이 끝나자마자 칼같이 아니라는 대답에 옆으로 돌아누웠다. 아니긴 무슨, 내가 주치의 언니분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주치의 언니가 너 베였다는데?"
"다 나았어"
"다 나은 게 문제가 아니라 왜 말을 안 했었어"
"싫어하잖아, 다치는 거"
옆으로 돌아누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래도 말해야지, 안 말하는 게 더 싫어."
"알겠어, 앞으로 다 말할게"
"그럼 너 나한테 더 할 말 없어?"
뭔 말을 안 했는지 생각이 안 나는건지, 아니면 숨긴 게 많은 건지 정국이는 입을 다물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무릎"
"무릎?"
"맨날 주치의 언니한테 찾아간다면서"
결국 힌트를 던져주고도 못 알아듣길래 그냥 말해버리자 한 3초 정도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더니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그거 지민이형 때문에 가는 거야"
"너 일부러 지민이 오빠 탓하는 거지?"
그러면 내가 넘어갈 줄 알았냐. 못 믿겠다는 내 태도에 정국이는 어이가 없는지 몇 번이곤 정말 지민이 오빠 때문이라고 강조를 했다. 방금 전 내가 그렇게 숨기지 말고 다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러겠다고 대답을 한 건 홀라당 까먹은 건가 싶어 토라져버렸다. 토라진 채로 흘깃 훔쳐본 정국이는 어떻게 해야 내가 믿을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진짜야."
"알겠어."
"내 무릎 멀쩡해."
"다행이다."
"누나"
"응."
얄밉게 정국이가 아닌 정국이의 뒤에 놓여있는 책상 모서리를 바라보자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 입 위에 꾹 제 입을 맞추더 떨어졌다.
"어떻게 해야 믿을까"
"뭘"
정국이의 작전이 정확히 먹혀들어 가만히 바라보자 좀 이상해지는 분위기에 고개를 뒤로 조금 내빼자 그만큼 내게 다가와 또 거리를 확 좁혀버렸다.
"내 무릎이 멀쩡한 걸"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입술이 닿아버렸고 머리 뒤에 닿는 소파 덕분에 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보다 그걸 먼저 알아차린 건지 티셔츠 안으로 들어오는 손에 놀라 몸을 웅크리자 잠시 입술을 떼서는 마지막으로 문을 여는, 아니 부숴버리는 말을 내게 흘렸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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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미안해, 나 지금 선수촌 들어가야 할 거 같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 눈을 뜨자 눈앞에서 정국이가 생글거리고 있었다. 아, 어제.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리려다 집 안에 들어오는 밝은 빛에 몇 시인지 보기 위해 핸드폰의 홀드키를 꾹 누르자 눈에는 선명 '9'가 보였다.
"미친, 지각이야!!"
"누나 오늘 공강이야"
정국이의 말에 선명히 시간 대신 옆에 '금요일'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내 핸드폰을 뺏어들어 베개 옆에 두더니 푹 자라며 머리를 한 번 쓸어넘겨주더니 늦었는지 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니깐 학교 가는 월화수목금, 5일 중에 유일한 내 공강날인 금요일을... 어떻게 딱 맞춰서...
"전정국!! 너 이ㄱ"
"점심 시간에 전화해!!"
그렇게 난 완벽히 전정국의 개수작에 넘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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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냐하세여-!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스노우베리입니다●'ᴗ'●
18화에서 "이제는 선 넘을 거야" 라는 약속을 29화에서 지켰네요.
사담글에서 선 좀 넘어달라는 위험한 독자님들 소원도 이뤄드리고... 허허 훌륭한 29화일세.
어쩌다 보니 12월 31일에! 뙇! 이런 약속을 지키게 되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타이밍이 참 굳b
오늘 짤 진짜 많죠?
맞아여^ㅁ^
저 그동안 짤에 한이 서려 있었어여... 데이터가 너무 거지였어서 짤 넣고 싶어도 못 넣고 했거든요(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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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이 잘 계시나 궁금하신 독자님들 이 글에서 확인해보세요!
--> http://www.instiz.net/bbs/list.php?id=writing&no=3300423&page=1
암호닉 리스트는 최근 사담글에 수정해놨어요!
수정 알림 보내면 신알신이 너무 시끄러우실 거 같아서 안 했으니 한 번씩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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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마지막 쇼트트랙 글이라니!
마지막으로 리본을 예쁘고 묶어 2016년을 보내주고
새로운 해인 2017년에도 행복한 일로만 가득차시길♥
HAPPY NEW YEAR, 독자님들♥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๑❛ڡ❛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