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여름2
- 제 12화 -
백일몽
역시 너에겐 나는 무리인걸까.
아무것도 손을 댈 수도 없고,
너로 인해 더 뜨거워진 머리만 벽에 박을 뿐 이다.
난 너에게 입을 맞춘 이후로 학교에 나가질 않았다.
네 얼굴 볼 면목이 없어서,
간신히 유지되던 친구라는 사이마저 잃게 될까봐.
* * *
지잉ㅡ
주말이라 깊은 잠이 든 나를 깨운 핸드폰에선 석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어...석민아?
[누나, 자다 일어났어?]
- 으응....근데 웬일이야, 오랜만이네.
[괜히 깨운 거 아닌가...? 원래 이 시간에 잘 안 일어나잖아.]
- 그냥...날씨도 비오고 그래서..
[아. 누나 지금 나올래요? 집 앞인데.]
- ...뭐? 너 아직 귀국할 날짜 아닌데.....?
[급하게 할 말 있어서 왔어요.]
- 얼마나 급한 얘기길래......알겠어 5분만 기다려줘.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너의 귀국에 놀라 잠옷도 채 갈아입지 못하고 대충 모자를 푹 눌러써 현관문을 나섰다.
떨리는 마음으로 너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품에 안겼다.
" 야....보고 싶었어. "
" 나도.... "
" 연락이라도 자주하지. "
" 워낙 바빠서..미안해. "
너의 사과와 동시에 나를 품에서 떼곤 너보다 낮은 어깨에 제 두 손을 올려 눈높이를 맞춰 허리를 숙였다.
" 나, 할 말 있는데. "
" 뭔데...? "
눈가에 촉촉하게 고인 투명한 눈물이 보인다.
불안하다,
이게 뭐지.
" ... ##예은아, 나 이제 한국 못 올지도 몰라. "
" .....뭐라고? "
애써 흘러내릴 눈물을 꾹 누른 채 나를 다시 제 품에 꼭 안긴다.
" 가족들도 그렇고, 사정이 갑자기 그렇게 돼서... 미안해요... "
" ....... "
너의 향기가 나에게 덮쳐오며 나를 더 울린다.
쉴새없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너를 더 꽉 안았다.
그리고 비가 왔다.
하늘은 우리를 위로하는지 같이 울었다.
서서히 우린 쏟아지는 빗물에 젖어갔다.
" 그럼, 오늘,이. 마지막 인거야? "
" ....어. "
믿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듯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 안 가면 안ㄷ, "
울먹이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널 바라보니 내 뒷목을 잡아오며 입을 맞춰왔다.
우린 그렇게 비를 맞으며 떠나보내지 않으려는 듯 길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넌 나에게,
" 이거. 유학가서 누나 생각하면서 산건데, 손 줘봐요. "
뭔가 묘하게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그 속에 넌 나에게 반지를 약지손가락에 끼워줬다.
" ... "
" 떠나기 전, 마지막 선물. "
" 버리지 말고 나 돌아올 때 까지 꼭 가지고 있어요. "
사랑해. 라는 말을 하곤 이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다시 가봐야 한다며 날 아파트 안으로 데려다주고서야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니가 떠났다.
멀어진다.
점점.
널 언제 다시 만날까.
다시 재회할 수는 있을까.
* * *
니가 학교에 나오질 않았다.
내가 너에게 옮긴 탓일까,
텅 빈 옆자리만 쳐다보고 있다.
많이 아픈걸까,
괜히 그랬나.
" 안녕하세요... "
수업 도중 뒷문에서 들리는 너의 힘없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비를 맞은 탓인지 교복은 젖다못해 빗물이 뚝뚝 흘렀고, 너의 머리카락은 다 젖어있었다.
여전히 비 맞고 다니는 건 똑같은데,
오늘은 왜 달라보이는지 모르겠다.
아파서 그런건지 한없이 약해 보인다.
" 가자. "
너에게 바로 달려가 널 들어올려 안아 보건실로 향했다.
" 권...순ㅇ... "
품에 안기자 내 이름을 부르다 말끝을 흐린다.
그러지마 제발 김칠봉.
그럴수록 나도 더 아프다.
* * *
비에 젖어 온 몸을 떠는 너를 침대에 눕히곤
이불을 어깨까지 덮어줬다.
지금 널 바라보고 있는게 맞는걸까.
이렇게 같이 있어도 되는지.
니가 나한테 그랬던 것 처럼
너의 이마에 손을 댔다.
역시 뜨겁다.
너의 얼굴이 뒤척이다 내 쪽을 향했다.
빗물이 마르지 않은 채 머리카락에서 얼굴로 흘러내린다.
마음이 아려온다.
너에게 물어본다.
" 이거 꿈인거지, 칠봉아. "
말 없이 숨만 쉬며 자고 있는 너에게 물었다.
" 그래, 꿈일거야. 짧은 꿈. "
너의 침대 옆에서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서려자
내 손목을 잡아오는 너.
" 왜 깰 수가 없는...거야, 꿈인데.... "
내 손목에 너의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 내 옆에 있어 줘. 꿈에서 깨워,줘....."
작은 힘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곤 말 끝을 흐리며 눈을 다시 감았다.
너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흐른다.
빗물과 함께.
지금 너와 나는
한낱 짧은 꿈인걸까,
한낮 꾸는 꿈인걸까.
아직은 깨기 싫다.
그게 너란 짧은 꿈이라도.
왜 이리 아름다운 건지
그저 한낱 짧은 꿈
사랑은 한낮 꾸는 꿈
- 슈퍼주니어 / 백일몽
❤️ ❤
찌통을 벗어나겠다는 작가 블루밍입니다!
곧 2~3회 내로 벗어날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석민이....다시 가버렸어요....
ㅠㅠㅠ 이 못난 작가를 매우 치세요... 사실 독자님들이 많이 원하신 결말이 석민이었을텐데,
저도 최대한 반영은 했습니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순영이 쪽으로 가고 싶다는....결론이...읍읍.....
걱정하지마세요...! 희소식은 결말이 두개이니까요..하핳^^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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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큐앤에이 진행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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