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너징과 EXO의 콩알탄썰 + 64
부제 :: DREAMS COME TRUE
BGM :: Corinne Bailey Rae - Put Your Records On
"야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누가 뭐래?"
"내가 진짜 스케쥴이 얼마나 빡빡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부른다고 오나."
재현오빠는 자기가 와놓고서는 한참을 툴툴거린다.
빨대를 만지작거리고, 구부리고, 손장난을 쳐대기를 한참.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지른다.
아 왜 내가 다 긴장되고 난리야! 붉어진 얼굴에 다들 푸흐흐 웃음을 터트렸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조용히 앉아서 마지막으로 몇가지를 점검해본다.
"안 그렇게 생겨서는 되게 긴장하신다. 자기 일처럼."
"넌 좀 조용히 해."
처음 만나는 사이인 경리와 재현오빠는 오래된 친구마냥 투닥거린다.
경리가 내색을 안해서 그렇지 사실 속으로는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잘 아는 나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재현오빠 덕에 나는 아이들과 다시 만났고, 보내주기 싫다며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나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우리 만나지 말자.
아이들은 무슨소리냐며 내게 마구 말을 던져왔고,
한 마디씩만 말해도 12마디인 그 틈에서 내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결국 준면오빠가 나서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자, 나는 조곤조곤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노력해서 꿈을 이룬 것처럼, 나도 내 꿈을 찾아가고자 했다.
너희들 팬에게 내가 너희 친구인 것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을 존재가 되고 싶어.
이미 아이들의 팬은 상당수 생겼고, 어렸을때부터 연예인을 좋아라 했던 나는 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해가 되고싶지 않았고, 그리고 나 자신의 미래도 찾아나가고 싶었다.
너희에겐 바쁘고 앞으로 미래로 향하는데 발판이 될 1년이겠지만,
나에겐 남은 인생을 결정해 줄 1년이 될 것이라고.
다들 내심 어느정도는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다독이고 설명하는 데에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거의 1년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MAMA, History의 활동을 마치고 긴 시간의 공백기를 가졌고,
그 공백기 동안에 핸드폰이 생겼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아이들과 연락하지 않았다.
시완이와는 연락을 한다고 했다.
시완이를 통해 내게 서운함을 표하는 아이들에게 2년간 나를 속인 벌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사실 연락을 해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랑스러운 모습을 짠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 담임선생님이 나눠주는 희망 학과 조사서를 받자마자, 나는 바로 몇글자를 써 나갔다.
"너 언제부터 이쪽이었냐?"
"글쎄, 이 학교에 온게 이거 때문인가 보다."
"허..."
경리와는 같은 반이 되었다. 반 배정이 나오자마자 손을 붙잡고 방방 뛰어댔다.
생각보다 경리는 많이 부자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과 달리 하고자 하는 일이 뚜렷했다.
우리는 재미있는 1년을 보냈지만, 서로의 꿈을 방해하려 하지는 않았다.
경리는 나보다 먼저 해외의 디자인 패션스쿨에 합격했고,
시완이는 명석한 두뇌로 최저등급만 맞추면 SKY중 하나에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중어중문학과.
지금 나는 그 마지막 시험에 응시하러 와 있다.
"공부는 많이 했어?"
맞은편에서 물어오는 시완이에게 씩 웃어준다. 1년간 중국어에 파묻혀 살았다.
이쪽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국어로 된 아이들의 편지를 내 힘으로 해석해보고 싶어서 였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나는 보던 책을 가방 안에 집어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세명은 동시에 나를 올려다보면서 긴장 가득한 눈초리로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화이팅은 콩글리시라니까 다들.
시험장 안에 들어서서도 많은 긴장을 했다.
고대 한어, 현대 백화체, 중문학
1년간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어떤 문제를 봐도 당황스럽지 않았고 문제를 하나 하나 풀어 나갈때마다 자신감이 붙었다.
이 기세로 가면 합격할 것 같아, 답안을 작성해 나가면서도 계속 입꼬리를 붙잡느라 배로 힘들었다.
"어떻게 됐어? 잘 봤어?"
"문제는 쉬웠어?"
"아 말좀 해봐.. 응? 어땠는데 응?"
"몰라.. "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 서자, 셋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소근소근 얘기를 한다.
귀여운 모습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먼저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뒤에서 졸졸 쫓아오면서도 셋은 내게 묻지도 못하고 따라온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이 유명하고 인기도 많은 모델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핸드폰이 오늘따라 신경쓰인다.
걸을때마다 들썩이는 무거운 핸드폰의 주소록엔 열두명의 번호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 번호에다가 전화를 걸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