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tter part. 11:30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권순영 쪽으로 돌아가는 고개에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자꾸만 울컥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되잡기가 힘들었다. 고개를 푹 떨군체 잡히지 않는 감정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을까, 귓가에 들리는 선배의 목소리에 놀라 그만 일렁이던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울어? 꽤 크게 떨어진 선배의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다시 떨궜을까, 술렁이는 주위에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아, 진짜 싫다. "뭐래, 여주가 왜울어. 그냥 하품하길래 놀린거야." 헛웃음섞인 시원선배의 말에 그제서야 다들 "아, 뭐야." 하는 야유와 함께 관심을 접기 시작했고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는 선배의 손에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섰다. "무슨 일이야." "......" "...아, 일단 괜찮아?" 대답도 하지 않은체 한참을 눈물만 뚝뚝 떨구고 있는 내 눈가를 "어이구, 뭐가 그리 속상해?" 웃으며 꾹꾹 누르던 선배가 이내 내 어깨를 살짝 끌어 안은체 작게 토닥였다. "임마, 선배님 좋은게 뭐라고 했어." "......" "여주야, 힘들어?"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팔을 활짝 벌린체 안겨서 울어! 하는 장난스러운 말에도 쉽사리 안기지 못했다. 아니 안기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선명해지는 다정했던 이지훈의 모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짜 이지훈은 정작 내게 눈길 하나 던지지 않는데, 내 앞에 나타난 가짜 이지훈은 잔인하게도 다정했다. 그래, 넌 원래 다정했던 아이잖아.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수십번 고민했다. 내 손으로 끝내는 관계. 자신이 없었다. 사실 어떤 선택이여도 나란 사람 자체에서 이지훈을 끝내는 법은 없을꺼다. "......" 순간 미끄러진 손에 핸드폰은 어느새 너의 번호를 비추며 울리고 있었다. - "...여보세요." 곧이어 너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사람의 직감이란건 참 무서운거였다. 평소 같았으면 나를 거들떠도 안봤을 너였지만, 어느덧 말 한마디에 끝이 달린 우리 사이의 공기를 들이마신 너는 나를 따라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헤어지자, 죽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사이는 달라질까 지훈아. 내가 조금만 버티면, 너도 다시 돌아 올까. 시선을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 비어져있는 너의 약지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아, 넌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의 직감이란건 참 무서운거였다. 넌 묵묵히가 아닌, 그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였다. "헤어지자." 김여주, 내 스스로 끝냈다.10:19_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