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www.instiz.net/name_enter/43311259 +) ㅅ.. 세상에.. 촑글이라니.. 저 이런거 처음이라 뭐 어떡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독자님들 사랑해요 암호닉 막 던져주세요 13명 함께해요 엉엉 - 아주 오래전,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있는 글에 따르면 어떤 물고기는 어항에 들어가면 어항 사이즈에 맞게 자라고 바다에 풀어놓으면 자유롭게 최대 길이까지 자란다고 했다. 환경이 개인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글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좋은 환경에선 좋은 사람, 나쁜 환경에선 나쁜 사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적어도 나는 쨍그랑-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썩 좋은 가정 환경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 진리같은 이야기의 반례가 되고 싶었다. Veritas. 그래서 아득바득 그 이야기를 기억하려 애썼다. 그러나 진리는 괜히 진리가 아니었나보다. 어느 순간 물고기의 이름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희부옇게. 마치 그 이야기를 꺾고 말겠다던 내 의지같이. 희부옇게. "장녀라는 년이, 어디 비교질을 할 데가 없어서 지 동생이랑 비교질이야? 쟤 좀 봐, 쟤가 너랑 같아?" 응, 다르긴 다르지. 나는 죽을동 살동 아락바락 살아도 눈길 한번 줄까말까한데 쟤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았잖아. 노트북, 취미 악기, 학원.. 뭐든 원하는거 다 해줬잖아. 전교 3등 성적으로 애원했을때 23만원짜리 기타 한 대 사줘놓고 반년을 생색냈잖아, 나는. 탭인지 노트인지를 만지던 18살 짐승이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한숨을 쉰다. 시선이 다시 탭으로 돌아가자 고막을 할퀴듯 안방에서 소리가 득달같이 달려와 멱살을 쥔다. "그럴거면 나가!! 꼴도 보기 싫어. 기껏 키워놨더니 누구 부끄럽게 만들려고 그 모양이야? 그딴 식으로 공부할거면 학교는 왜 가니? 약속이고 뭐고 다 개무시하는 폼이 영락없는 애아빠다!! 가!! 가버려, 그냥." 내 손에는 전교 9등의 성적표가 들려있었다. 누구는 이런 환경에서도 의지를 다지면서 공부를 하겠지. 바람난 남편을 버리고 혼자 십수년을 버텨오신 어머니의 악소리를 연료 삼아 더 열심히 책을 붙들어 성적을 올려놓겠지.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우웁-" 공원 화장실에서 결국 한이 쏟아져 나왔다. 십수년 한결같이 목구멍을 찌르던 사리는 나오지 않고, 엉뚱한 분노만 인사를 해왔다. 위에서부터 입까지를 온통 벌겋게 데우던 것이 끝나자 눈에서 툭, 핏방울이 떨어졌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웃었다. 배를 잡고 구석에 나를 내던지듯 주저앉아 바닥에 쓰러져 웃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에 얼굴을 문댔다. 핏방울인지 뭔지 진득한게 얼굴을 적셨다.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세수를 했다. 피칠갑인 얼굴은 내가 꼴뵈기 싫었다. 앞머리며 옆머리가 엉성하게 모두 젖은 초라한 꼴에 왼쪽 눈이 아릿아릿하길래 찬물이나 대충 끼얹어 씻고 나와 발길을 흩트렸다.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난데, 잠깐 공원으로 좀 나와." 뜸이 길어진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되물을 것이다. 그럼 말을 자르자. "잘못 거신거," "아냐. 부승관 너 좀 나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대충 전화를 끊고 근처 벤치에 앉았다. 안 그래도 밤 되면 쌀쌀한 날씨에 화장실 냄새며 채 닦지 못한 물까지 떨어져 신데렐라도 이것보단 나았겠지 싶은 꼴이다. 가디건 주머니에 넣어뒀던 이어폰을 꺼냈다. 듣고 싶은 노래가 떠오르지 않아 라디오를 켰다. 밤 라디오는 하나같이 발라드며 조용한 노래들밖에 안 튼다. 귀에서 자꾸 미끄러지기만 하는 멜로디들이 듣기 싫어 다시 라디오를 끈다. 데이터는 0.1MB 정도 썼다. 사흘치. 누가 어깨를 툭 친다. "왔냐." ".. 뭔 일이야." 묻길래, 대답해줬다. 나의 집요한 악마의 역사를. 아빠가 현관을 영영 나서던 날,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보채던 6살짜리 여자애를 엄마가 어떻게 루시퍼로 키워왔는지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를. 궁금증은 잘 감추고 그토록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묻더니, 말이 이어질수록 표정이 굳는 것은 잘 못 감춘다. 놀랍지, 너도? 이런 세상도 이승 어느 한구석엔 있는 법이란다. "가. 할 말 다했어. 가도 돼." 그래서 껌딱지처럼 씹어던졌다. 내가 누구 좋자고 스스로 동물원 원숭이가 되었나 생각하면 이 상황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다시 웃었다. 웃기니까. "동정해. 할거면 해. 하고 싶은거 다 해도 괜찮아. 애들한테 가서 저 찐따년 미쳤더라고 해. 모자라면 다 까발려. 불러내서 미안하다." 또 웃었다. 웃기니까. 학교고 집이고 다 똑같은데 뭐 좋다고, 뭐 친하다고 나한테 볼펜 한 번 빌려줬을 뿐인 널 불렀을까. 웃기잖아. 안 웃겨? 이 상황이? "웃기지."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님 말든가. 진짜 집 가도 돼. 그냥, 친구 없는 나도 막 털어놓고 싶을 땐 있는거잖아." "그.." "그래서 불렀어. 이제 가." 이어폰을 다시 꽂기 전에, 말이 선두를 쳤다. "너는?" 나는? 나는 뭐. 지금 뭐, 무슨 상황을 기대하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나 뭐? 비밀 지켜주는 대신 뭐 해줄거냐고?" "괜찮아?" "얼굴이 구려서 부려먹긴 쪽ㅍ, 뭐?" "넌 괜찮아?" 괜찮냐니. 저게 지금 밑바닥까지 안 괜찮아서 공원 화장실에서 토하다 온 사람한테 물어볼 거린가. 지금껏 이야기한걸 뭘로 들었으면 저런 천하태평한 질문이 나오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안 힘들어?" "너 소설 너무 읽은거 아냐?" "괜찮냐고." "안 괜찮아." "..." "하나도 안 괜찮아. 아빠는 바람나서 이혼했지, 엄마는 성차별 쩔지, 학교나 집이나 나는 타박만 받아. 내 편이라곤 정말 단! 한 사람도! 없어. 너 같으면 잘도 괜찮겠다? 무슨 자신감이야? 뭘 바라고 이런걸 묻는거야?" 후추를 뿌린 기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가 먼저 자리를 떴다. "미안해. 너 오밤중에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진심이야. 동정 받는 주제에 동정하는 방식까지 지정해주는 꼴이 웃기긴 한데," "앉아봐." 따뜻하고 거대한 손이 내 말라 비틀어진 가지를 잡는다. 참 보잘것 없다. 나는 어쩌자고 이런 상황을 자처해서 만든 것일까. 의외로 시선이 단단했다. 빈틈없이 내 손을 움켜쥐고 눈을 맞대고 피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간결하고 확실하게 말한다. "일단 앉아봐. 너 눈에서 피나." "아이, 씨발.." "동정을 할때 하더라도 너 나은 다음에 할게. 일단 앉아." 한참 머뭇거리는 내 손을 잡아당겨 벤치에 앉힌다. 부욱- 목을 찢고 짐승이 올라온다. 막을 길이 없다. "흐으-" 엉망이 된 옷에 꽃방울이 떨어진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그 모습은 예쁘다. 붉은 점점들이 떨어져 미색 가디건은 동양화가 된다. 이 상황에도 나는 이런걸 보고 있다. 혹시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손을 놓지 않는다. 왼손을 그저 쥐고만 있다. 누르지도, 문지르지도 않고 그냥 자기 손을 그 위에 얹어만 두고 있다. 남 앞에서 턱을 덜덜 떨고 우는 꼴이 너무 웃겨 나는 차라리 미치기로 했다. 그런데 자꾸 말을 건넨다. "다 괜찮아." "..." "네 잘못 아냐. 이건 나 아닌 누가 봐도 어머님이 잘못하신거야. 네가 아는, 아니면 내가 아는 모두가 그렇게 말할거야." 핏빛이 되어있을 눈을 들여다보고 너는 그렇게 말한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뭔데. 뭐하자는건데. 손을 뿌리쳐 빼냈다. "뭐 바라는거 아냐. 말 안 할테니까 마음이라도 편하게 좀 울다 가. 네가 가라면 갈게. 있으라면 밤도 샐게." "..." 어처구니가 없는 새끼다. 동정을 뭐 이딴 식으로 해. 나는 그 심성을 괴롭히고 싶었다. 말도 없이 자꾸 우는데, 말도 없이 등만 쓸어내린다. 내 기준으로 납득이 안된다. 낯설어 기분 나쁘다. "그래도 우는거 보니까," "..." "어쩔 수 없이 울지 말라고 말하게 되네." "야," "울지마." 뺨에 아까의 그 온기가 흐른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탓이다. 머리는 젖어 축축하지, 몸에선 화장실 냄새가 나지, 왼쪽 눈은 혈관이 터져 피가 새지, 내 꼴이 얼마나 괴물 같을지는 나도 안다. 그걸 보면서 웃지 않는 너는 기분 나쁘다. 차라리 웃어, 내가 나를 찢을 수 있도록. "울지마." 계속 쳐다보고만 있자 그 얼굴을 끌어당겨 자기 어깨 위에 얹는다. 등을 두르고 머리를 쓸어내린다. "울지마. 다 잘될거야. 고생을 미리 하는거야." 최악이었다. 왜, 왜.. 나 좀 내버려두라고. 필요할때만 갖다 쓰는 꼴 재수 없잖아. 가라고. 가서 씹으라고. "그러니까 울지마. 나 보고 약속해." 이마를 맞댄다. 짐승은 맹렬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폭발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눈에 반사된 흰 가로등 빛이 나를 가리킨다. 공격할거야, 물러서라. 경고한다. "울면 안된다." 목소리가 낮게 울리더니 어느새 양손이 잡혀 있었다. 소용없다. 너는 사람이 미치면 힘이 얼마나 세지는지 모르, 입술에 정말 아주 천천히, 벚잎 같은게 내려앉았다. 기분은 이 이하는 없다는듯 바닥을 파고들었다. 이것도 너, 나 불쌍하다고, 그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너는 메마른 입술을, 내 손을 쥐고 너는, 그러니까 너는 지금, 짐승이 포효를 시작했다. 뜨거운 것이 뺨을 갈랐다. 피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의미는 없다. 너는 내 뒷통수를 조심스럽게 감싸올렸다.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다. 분명히 안다. 알고 있다. 아는만큼 눈은 지랄을 멈추고 나는 세상 가장 악랄한 계모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네가 다정하지 않을테니까. 알고보니 미친년이었더라며 네 친구들과 나를 씹을테고, 나는 섣부르고 헛된 희망을 찢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모든 완벽한 계획의 초장부터가 왜 말썽인가. 너는 내 왼손을 소중한듯 꼭 쥐고 바르르 떨며 네 가슴에 갖다대었다. 장난쳐? 그런데, 그런데 진짜 웃긴건, 내가 그걸 뿌리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왜 이 되도 않은 상황을 무시하고 일어서지 못하는가. 왜 한시바삐 집으로 돌아가 잠에 들지 못하는가. 왜 네가 내 속에 벚꽃을 이리도 그득 피워내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나. 싫다고 말해라. 하지 말라고 말해라. 나는 그런거 어울리지 않으니 소용없다고 말해라. 그럴수록 봄꽃은 만개했다. 그 예쁜 빛깔로 웃으며 내 속에서 자꾸 전구를 켰다. 뜨거운 기운은 어김없이 눈으로 빠졌다. 피가 그치지 않았다. 너는 아무 말 없이, 한 손으로는 내 왼손을 쥐고 한 손으로는 뒷덜미를 받친 채 내 속 이야기들을 자꾸 꺼내고 있었다. 왜 어지르는데. 왜 정리 다 해둔걸 네가 뒤엎는데. 잘 눌러서 숨겨뒀는데 왜 다 찾아내려고 하는데. 왜 찾아내는데. 왜 그러는데. 내 황량한 춘사화 한 폭을 걸어들어와 너는 나무에 기대앉은 선비. 시 그만 읊어라, 겨울을 생각하는 나무가 봄을 기다리게 되니. 저 먼 어느 곳, 희미하게 얼음판 깨지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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