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그의 손이 이끈,
네 손끝에
그의 볼이 느껴져.
ㅡ
그의 머리카락
그의 눈썹
그의 코
네 손끝이 느낀대로
너는,
너의 머릿속에서
그의 얼굴을 그려봐.
그가 보여
가슴에 사무치도록 보고싶던
그가 보여
마음이 담긴 손 끝에 그가 피어나.
그러다,
네 손끝에 닿은
엷게 올라간 그의 입꼬리에
가슴이 턱 하고 막혀.
분명 그를 보았는데
왜 더욱 그리워 지는지.
분명 그를 보았는데
왜 더욱 초라해 지는지.
그렇게 웃어주지 말았으면 좋겠어.
아마 꿈 속에서도
그 미소는 볼 수 없을것같아.
그 미소가 보고싶어
그리움에 눈이 멀어
혹여 그가 네 꿈속에 찾아오더라도
그렇게 웃어주지 말았으면 좋겠어.
산들바람에 팔랑이는 맘 한자락을 감출 수 없는 넌,
그 미소를 볼 수 없음이
차라리
다행이야.
ㅡ
점심상을 들고 온 너의 여종이
네 옆에 새로 지은 비단 옷을 내려놓아.
그러면서 네게 하는 말이,
"대감마님께서 부르셔요."
아버지가?
너는 픽 하고 웃어버려.
너를 부끄러워한 네 아버지가
너를 가문의 수치로 여긴 네 아버지가
너를 차가운 담벼락속에 가둬버린 네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러운
네 아버지가,
이번엔 무슨 일로 널 부르시는 걸까.
ㅡ
침묵만이 맴도는 이 자리에,
너는 망부석처럼 경직된 채 앉아있어.
매끈거리는 비단치마의 촉감도
마냥 좋지만은 않아.
한참만의 침묵을 깬
네 아버지의 말에,
넌 두눈을 감아버리고만 싶어.
"네게 온 청혼서다."
이 순간 마저도
왜 넌 그가 떠오르는 걸까.
*
암호닉
미리
문과생
*암호닉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