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사랑하는 당신께,
Written by.기성용하투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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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잘 지내고 계신가요.오늘 아침부터 겨울비가 왔어요.한겨울인데도 비가 추적추적 많이도 왔습니다.지금 당신께 보여드리려고 당신이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을 끌어안고,우리가 같이 살던,비록 지금은 나 혼자 사는 집 거실 유리창 앞에서,당신이 만들어준 어설픈 흔들의자에 앉아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당신이 보고 싶습니다.품 안에 끌어안은 사진을 들어 괜히 사진이 당신이라도 된 듯 쓰다듬었습니다.이런다 해도 이 사진은 그대가 아닌데 말이죠.
"당신,잘 계시나요."
당신은 없지만 괜히 몰려오는 쓸쓸함에 그저 내뱉어봤습니다.그래봤자 집 안의 차가운 공기에 글자 하나하나가 떠다니다 없어질테지만요.아참,어제는 큰 애가 집에 왔습니다.오늘 일이 있다며 어제 왔다갔습니다.그리고 아직도 당신을 눈물로 지새우는 나를 보더니 자신이 마냥 그대라도 된 듯,항상 당신이 그랬듯,손을 맞잡으며 그저 눈빛으로 위로를 해줬습니다.근데도 허전함은 메워지지 않더군요.이 위로는 당신이 해줘야 하는 건데 말이죠.
"비가 많이도 옵니다.보여요?"
당신이 들어있는 사진에게 물어봤습니다.환히 웃는 사진이 대신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더 밝게 웃는 거 같습니다.그런 사진에게 당신에게는 절대 안 지을 씁쓸한 웃음한 번 지어 보냈습니다.날이 춥습니다.유난히도,그렇죠?하늘에서도 추울 거 같아요.옷은 잘 챙겨입고 다니십니까?나는 항상 당신이 사주었던,같이 사러갔던 예전 옷들 밖에 안 입지만.아 지금 그러고 보니 이 옷도 결혼기념일로 받은 옷이네요.나는 이렇게 입으면서 당신을 그리워할테니,당신은 제발 잘 입고 다녔으면 좋겠네요.감기 잘 걸리잖아요.깬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다시 잠이 오네요.뭔가 꿈에 당신이 나올 것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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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 바로 떠나기 전 당신이 나왔습니다.하얀 병실에서,하얀 수증기를 내뱉는 가습기 옆,침대에 누워있는 당신이 말입니다.몸과 얼굴은 늙었어도,멈춘 표정 하나는 예전 어릴적 개구쟁이같던 모습과 같아요.그런 당신의 옆에서 액자를 다시 닦아 가습기 옆에 올려놓고,당신이 좋아하는 꽃도 다시 사서 꽂아놨습니다.당신은 여자인 나보다 꽃을 더 좋아하잖아요.
"옆에 눕고 싶다.누워도 되요?"
누워있는 당신께 물었습니다.작게 입꼬리 근육이 떨렸습니다.맞다고 하는 당신의 표현이죠.좁은 1인용 침대에 내가 올라가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았습니다.빳빳하게 굳은지 몇년,이렇게 누워있은지 몇년이였지만 아직도 당신의 몸은 예전 공을 차던 그 때라도 된 듯 단단했습니다.그렇게 꿈에 빠졌지요.자는 동안에도 나는 울었고,당신도 울었습니다.자존심이 센 당신이니,안 울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나는 느꼈습니다.당신이 우는 나를 달래주기라도 한 듯 속으로 같이 울어주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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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전환되었습니다.당신과 나의 예전 모습,크리스마스 이브날,술주정을 하고 있는 내게 수줍은 듯 빨간 얼굴로 고백을 하던 당신이 그려졌습니다.그 때는 서로 왜 그리도 조심스러웠는지.또 휘릭 지나가 우리가 처음으로 싸우던 날이 그려졌습니다.그저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했던 나는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이 운운대는 게 싫어 괜히 당신께 짜증만 냈습니다.본인이 더 힘들텐데 나를 위로하는 당신의 모습에 괜히 더 목울대가 울렁댔습니다.나는 어렸지만 당신은 삶에 연륜이 있는 듯 했습니다.또 다시 장면이 전환되 당신이 내게 청혼하던 날이 그려졌습니다.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드라마 속의 뻔한 청혼 대사에 불과했지만,그게 그리도 감동이였던 나는 수많은 당신의 동료들 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그런 나를 보고 당황해선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하는 당신을 내가 꽉 껴안았지요.그때는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빠르게 시간이 지나가 결혼식이 되었습니다.축하하는 많은 사람들 속,우리 둘은 팔짱을 끼며 웃었습니다.크게 결혼식을 하고 싶어했던 당신이였지만,간소한 걸 원하던 내게 맞추어 결혼식을 했던 당신이 생각납니다.
*
꿈이 끝났습니다.잠에서 깬 듯,흔들거리는 흔들의자에 앉아 허공을 맴도는 내 발이 집 안의 차가운 공기를 느꼈으니까요.하아 -작게 한숨을 뱉내요.비록 한 순간 하얀 김이 공기 속에 어우려져 없어졌지만,당신은 추운 걸 좋아했기에.당신이 떠난 이 빈 집에서도 나는 되도록이면 춥게 살았습니다.당신을 보내주려 한 행동이였는데.그러면 그럴 수록 하얀 종이에 까만 잉크라도 번지 듯 더 선명하게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합니다.많이."
괜히 말을 내뱉었습니다.혹여라도 당신이 들을까봐,아니,당신이 듣길 바래서 말이죠.잠에서 깬 것 같아 눈을 작게 떴습니다.어느새 아침에 내리던 겨울비는 눈이 되어 내리고 있습니다.눈이 오는 날이면 당신은 어느샌가 밖에 나가 늦게까지 잠을 자던 내 볼에 눈사람을 만들어 가져다 대곤 했는데,이젠 그럴 사람이 없네요.사랑합니다 당신,이제 그만 당신을 보러가고 싶어요.많이 그리워요.내가 가면,따듯하게 안아주세요.당신이 내 눈앞에 있다는 걸 증명하듯,당신.많이 사랑합니다.친애하는 당신께,사랑하는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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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헬로 안녕
괜시리 우울돋아요.
팔 다쳐서 깁스도 하고 엉엉
저는 할아버지 생신이라 할아버지 댁에 갑니다.
20분동안 급하게 적어서 두서도 없고 깊어도 없어요,
그렇지만 뭐,엉엉 슬프라.앙녕 뿅
메일링은 월요일 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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