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
그들이 사는 세상 2 W.클레오파리스크
옥상 위 벤치에 가만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른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마냥 포근해 보이는 하늘을 이불 삼아, 엄마 삼아 두 눈을 꼭 감았다. 마음이 복잡할 때나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찾는 옥상은 유일한 제 도피처였다. 자신을 터치하는 사람이 없는 이 곳. 웬만해선 높은 옥상까지 발걸음을 하는 학생들이 없었기에 더욱 제 공간마냥 사용할 수가 있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두 눈을 감고 있기도 잠시, 조심스레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입 꼬리를 당겨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감히 제 공간이라 말을 할 수 있는 이곳에 스스럼없이 발걸음을 할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기에. 그랬기에 웃음기가 잔뜩 밴 음성이 옥상 가득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 왔어? 오늘도 여전히 도둑고…. ”
하던 말을 끝맺지 못하고 말을 잃은 입 대신 두 눈이 커져만 갔다. 당연히 호원이라 생각했었기에 스스럼없이 말을 건넸건만, 몸을 돌려 바라본 곳에는 제 물음에 의해 어정쩡한 포즈로 굳어있는 한 남학생이 보였다. 어느 누가 먼저 선뜻 말을 건네지 못하고 서로의 눈만 바라봤다. 이 상황은 처음이었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갈피도 잡지 못한 채 서로를 응시했다. 그 때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선선한 바람에 의해 흩날리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저어 정신을 차리며 입가를 당겨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 어, 음…. ” “ ……. ”
자신이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자 흩날리던 머리카락을 정리한 남학생이 시익 웃으며 입을 뗐다.
“ 마땅히 마음 풀 곳이 없어서…그, 찾다보니…. ”
남학생의 말은 끝까지 들어보지 않아도 되었다. 이미 조금 전에 했던 말에 옥상을 찾은 이유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남학생의 모습을 보아선 지금 이곳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은 자신이 아닌 제 앞에 있는 남학생인 듯 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벤치에서 일어서 옷을 두어 번 털고는 미련 없이 옥상을 나섰다.
“ 나보단 그 쪽이 더 필요한 공간 같으니까, 오늘만 양보할게요. ”
계단을 내려와 호원의 반으로 향하던 도중 작게 웃음이 터졌다. 예상치 못했던 것인지 제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남학생의 표정이 떠올랐기 때문에.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의 웃는 모습이 예뻤던 남우현이란 남학생의 모습이 한 동안 제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 * *
“ 안 그래도 지금 너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매만지는 호원을 보디 어깨를 으쓱였다. 제 앞으로 와서 앉으라는 듯, 검지로 비어있는 앞자리를 가리키며 개구지게 웃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보충이 시작되기 전이라서인지 교실 안은 어수선했다. 청소시간에 사용했을 대걸레를 들고 제 친구를 놀리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잠시 주어지는 자투리시간에도 책상에 코를 박고 책을 파는 아이도 있었다. 사람이란 다 같을 순 없는 거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쓴웃음을 지어보이자, 호원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제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무슨 말이든 들어주겠다는 듯.
“ 왜 그렇게 보고 그래. ” “ 몰라서 물어? ”
알면 물을까….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호원의 시선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제 속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은 눈 때문에 자칫 잘못했다간 다 말해버릴 지도 모르니. 정리 되지 않은 제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것만큼 상대방을 고문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 생각이 정리되면 그 때 말할게. 됐지? ” “ ……. ” “ 말 하지말까보다. ” “ 약속해. 생각 정리 되면 말하겠다고. ”
이렇게 말을 하고나서 지키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원은 늘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도장까지 찍기를 원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는 수 없단 표정으로 손가락을 걸었지만, 자신을 생각하는 호원의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든 기다리고 있을 테니 뭐든 정리가 되면 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 이제 너희 반으로 가지? ” “ 그렇지 않아도 지금 갈 거야. ”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는 짓궂은 호원의 인사를 받으며, 호원의 교실을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생각 난 것 때문에 다시 호원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 너 안 가고 왜 또 왔어. ” “ 내가 아까 옥상에 있을 때 어떤 남자애를 한 명 봤거든? ”
거기까지만 말을 하고 그 다음 말을 잇지 않자, 가만히 기다리던 호원의 미간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배시시 웃으며 호원을 바라봤다.
“ 남우…현이었던가? 그 애 알아? 명찰 보니까 1학년 같던데. ”
그런 제 물음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호원이 입을 뗐다.
-
‘ 남우현 걔 이 근방에서 소문난 애잖아. 노래를 그렇게 잘 한다고 하더라. ’
시선은 칠판에 있지만 생각은 딴 세상에 가있었다. 조금 전 호원에게 전해들은 말을 천천히 곱씹으며, 긴 대화는 나누지 않았지만 제게 변명을 하던 그 목소리를 떠올렸다. 노래를 부르면 꽤나 감미로울 것 같은 목소리. 한 번쯤은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옥상에서 우연히 마주했던 남우현이라는 존재를 지웠다. 한 번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단 생각에. 그렇게 옥상에서 마주 했던 일은 아무 것도 아닌, 어쩌다보니 생겼었던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 후,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을 가진 계절이 다시 한 번 성큼 다가왔다. |
안녕하세요! 1월 초 쯤 찾아온다고 했는데 세상에나, 벌써 찾아왔습니다.
소개글을 먼저 올리고 0편을 올리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0편은 그저 맛보기용이니
소개글보다 먼저 드립니다아. 사실 소개글은 구상해서 만들어야한답니다..흡흡.
그사세2는 사이드 커플 없습니다.
시즌1이 야성현이었다면 시즌2는 현성야입니다.
현재 0편에서는 현성야가 고등학생이지만 앞으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 대학생도 되고 어엿한 사회인도 되고. 그건 소개글과 앞으로 이어질 내용에
주목해주실게요.
암호닉은 소개글 가지고 올 때 정리해서 가져올게요!
암호닉 신청도 받습니다. 그럼 이상 클레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