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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이 학년때, 처음으로 야자를 빼고 친구들에 이끌려 카페에 간 적이 있었다. 모범생 이라는 틀을 깨지 못 했던 나는, 불안함에 몇번이고 친구들 에게 돌아가자고 얘기 했다. 친구들은 괜찮다며 나를 자리에 앉혀두고 주문을 하러 갔다. 괜히 어색해져 카페를 빙- 둘러보고,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길 반복했다. 그때, 웬 대학생 무리가 들어와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괜스레 혼자 있는게 창피해져 아무 연락도 오지 않은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기분 좋게 떠드는 그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흘끔- 바라 보았다. 그러다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쳐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상하다…」 쿵쿵 온 몸을 울리는 심장소리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테이블에 놓여진 이미 반 이상 비어버린 물잔을 들어 급하게 마셨다. 이제야 조금 괜찮아 진 것 같다. 그래, 내가 야자 때문에 불안 해서 그런 거일 거야. 열이 가라 앉았다고 생각 되었을 때 고개를 들어 다시 흘끔였다. 주변인 들과 대화를 하며 기분 좋게 웃어 보이는 그 때문에 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학교에 대한 불안함도 사라졌다. 그래, 하루 쯤은 괜찮겠지. 아직 옆 테이블의 남자는, 아니 옆 테이블의 대학생들은 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 남자에게로 신경이 곤두 서 있는 것 같다. 「아, 신경 쓰인다」 내 이상형에 가까운 그 남자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가도 나도 모르게 옆 테이블을 흘끔이게 되면 꼭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럴때 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곤,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이 일텐데…. 못내 아쉽긴 했다. 「저렇게 훈훈 한데 여자친구는 당연히 있겠지?」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혼자 쿵쿵 이는 심장을 달래기에 바빴다. 그렇게 꽁기꽁기 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한 시간 가까이 더 얘기를 나누다 문득 옆 테이블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대학생 들이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남자도 일어서서 기지개를 쭉 켰다. 남자와 또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눈이 마주 쳤음에도 아쉬움 때문인지, 뭐 때문 인지는 몰라도 멍하니-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남자도 내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바라 보았다. 한 걸음, 남자가 발걸음을 뗐다. 그제서야 나는 멍하게 있던 표정을 풀고 고개를 급히 숙였다. 아아ㅡ 이상하게 봤겠지…. 입 까지 벌린 채 보고 있었는데…. 「아, 쪽팔려..」혼자 그렇게 자책을 하고 있어서, 주변의 인기척도, 그리고 친구들의 말 소리가 갑자기 끊긴 것 도 느끼지 못했다. 그때, 테이블 위로 곱게 뻗은 손가락이 두어번 톡톡, 하며 테이블과의 마찰음을 냈다. 손가락을 타고 시선을 올리자 교복이 아닌 소매가 보였다. 의아함에 고개를 번쩍 들자,
아까 그 남자가 미소를 띄운 채 웃고 있었다.
처음하는 연애에 많이 서투르던 나를, 네 살 많던 오빠는 항상 다정하게 대해 줬었다. 나를 어린애 취급 하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방과후 바쁘지 않는 날 이면 항상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 날은 못 데리러 간다며 오빠는 나에게 많이 미안해 했었다. 괜찮았다,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이런 일 로 서운함을 느낀 다는 건 그가 나에게 순응한다는 것에 익숙해 졌을 때 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나의 서투른 연애관 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웃으며 학교를 빠져 나오는데, 교문 앞에 오빠가 보였다. 곧 나를 발견 한 건지 손을 높이 들어 흔들어 보였다. 당황한 나는 오빠에게 뛰어갔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사람 좋은 웃음으로, 걱정이 묻어나는 말 투에 괜히 찡 해졌다. 숨을 삭히며 오빠를 올려다 보자 뒤에서 친구들이 놀려댔다. 살짝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이자 한 마디 큰 손이 내 손을 잡아 왔다. 그리곤 날 이끌며 걸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던 해, 딱 그 해에 오빠와 헤어졌다. 이제 성인이라는 기쁨은, 헤어짐의 슬픔을 이기지 못 했다. 헤어지자는 단조로운 오빠의 얼굴, 그리고 목소리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땐 왜 그렇게 슬펐는지…. 일 년이 지난 지금 생각 해 보면 헤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오빠에게 항상 틈만 주었다. 틈을 채워주진 않았다. 너무 밀착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좋지 않을 거라는 어리석은 판단에, 그렇게 틈만 주었다. 그 틈으로 오빠는 빠져 나갔다. 항상 조심스러운 내 모습이, 오빠는 답답 했을 것이다. 이 년의 길면 길었던 사랑은 일 년이 지난 지금도 흐리게, 흐리게 떠올랐다. 내 서투른 첫사랑은 그렇게 떠나갔지만, 모두 떠나가진 못 했다. 흐리면 흐릴수록, 더욱 짙어졌다.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내 몸은 그를 잊으라는 듯이 외출을 하기 원했다. 대학교 근처에서 정처없이 기웃 거렸다. 어쩌면, 어쩌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
저 멀리서 익숙한 형체가 보였다. 변한게 없구나, 주변 사람들과 웃는 그 모습은 예나 전이나 좋아 보이는 구나…. 다가갈 용기도, 그 앞에 설 용기도, 말을 걸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멀리서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봤으면 된 거야….」그래, 궁금함이 풀렸으면 된 거야. 애써 나를 달래며 뒤를 돌았다. 이렇게 나의 첫사랑은 뒤 늦게 끝이 났다. 버스도 타지 않고 무작정 걸었다. 한 참을 걷다 잠시 멈춰 몸을 떨었다. 괜히 나왔네…. 청승맞아. 머리 속에서 오빠는 웃고 있었다. 이제 잊어야 할 때가 된거같다. 그렇게 한 참을 멍하니 서 있다. 한 걸음, 발을 떼었다. 내 어깨 위로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얹어졌다. 내가 뒤로 돌아 볼 틈도 없이, 나를 돌려 세웠다.
어….
“OO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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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손으로 끄적여 뒀던거 올려 봐요ㅠ 이 편은 여자 시점이구요, 남자 시점도 써 뒀는데 다음에 올릴 예정 이에요. 노래 듣다가 좋아서 끄적여 봤는데.. 끄적이기만 했네요ㅋㅋㅋ 밑도 끝도 없고ㅠ 재밌게 읽어 주시기만 하시면 바라는게 업슴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