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Chron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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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박지훈 캐스팅 당했대!
박수를 짝짝 치며 특종이야- 특종! 거리며 들어온 친구가 동그랗게 눈을 뜨곤 신나게 이야기 했다. 그 얘기는 박지훈이 어느 유명소속사로 부터 캐스팅을 당했다는 거. 박지훈과 관련된 사실만으로도 꽤 입에 오르락내리락할 만한데 그런 애가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니. 아이들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이야기거리였다. 물론 그 아이들에는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닥 누군가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 아니라 우리학교의 유명인사인 박지훈에게도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박지훈은 나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같은 반인데, 흔히들 말하는 ‘잘생기고 인기많은 애’였다. 딱 그런애의 정석. 우리학교의 아이돌쯤이라고 해둬야 할까?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많은 아이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하나쯤 꼬투리가 잡힐만도 한데 단 한번도 나쁜 쪽으로 소문이 도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친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 작년에 해본 말이 작년 체육대회때 “혹시 물 있어?” 그리고 작년 겨울방학식날 뜬금없이 나한테 방학 잘보내! 라고 말한거. 딱 이 2번뿐 이다. ― 가끔 애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아주 다정킹! 인성갑! 인데 내 눈에는 그냥 여자애들한테서 인기관리하며 능글맞아 보일 뿐이였다. 나쁘게 보는 건 아니였다. 왜냐하면 내가 박지훈처럼 생겼으면 이 여자, 저 여자 후리고 다녔을 것 같았으니까 그 만큼 잘생기긴 했다.
그런데 그런 애가 올해부터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름아 방학 잘 보냈어?’ 이건 3월 2일 개학식날 나한테 말건거. ‘이름아 틴트 새로산거야? 색 되게 잘 어울리네!’ 이건 어제 아침에 보자마자 한 말. 처음에는 가벼운 주제로 말을 걸었지만 날이 지날수록 점점 나에 대한 이야기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앞에 언급한 얘기와 비슷하게 새로운 펜을 샀냐며 너와 잘 어울린다는 둥, 앞머리를 잘랐냐는 둥, 어제는 초코우유를 먹더니 오늘은 딸기우유를 먹냐는 둥 완벽하게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곤 했는데 가장 소름돋는 건 박지훈이 한 말중에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아리따움에서 1+1할때 사둔 벨벳코랄을 처음 바르고 간 것도, 핑크색의 제트스트림을 산 것도, 눈이 따가워 1cm도 안되게 앞머리를 집에서 혼자 짜른 것도, 그 날따라 딸기우유가 땡겨 사먹은 것도. 전부 맞다. 처음에는 뭐야…눈썰미좋다고 자랑하는건가? 이랬는데 날이 갈수록 얘 뭐지?하며 속으로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박지훈을 쳐다보기 일쑤였다. ― 어쩌면 그 표정이 밖으로 표출됐을지도 모른다. 박지훈이 몇일 전에는 나 이상한 애는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라며 손을 휘젓더라.―
여튼 그렇다고 박지훈과 내가 친해졌다거나 특별한 관계가 된 것은 아니다.
걔가 이런 것들로 말을 걸어오지 않으면 우리는 말을 섞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는 반에 있는 ‘평범한’ 여자애였고 박지훈은 우리반, 아니 전교에서 ‘가장 특별한’ 남자애 중 하나였으니까. 또한, 박지훈은 인기가 많아서 이런저런 많은 여자애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 같은데 나도 그 많은 여자애들 중 하나가 된 것뿐이고, 이것은 전혀 특별한 일은 아니였다. 박지훈한테도, 나한테도.
‘내가 지훈이랑 친해서 아는데…’ ‘지훈이는 말이야…’
몇 여자아이들의 박지훈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처음에는 다들 토끼눈이 돼서는 놀라더니, 그 이후로는 너도나도 박지훈은 이런 성격이라 절대 안할꺼다, 지훈이는 어쩌구저쩌구하며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결국은 박지훈을 앓는 듯한 말로 끝맺음이 겠지만.
“성이름!”
여자아이들의 높고 흥분된 목소리속에서 가볍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올려 마주한 표정은 싱그럽다.
~ Love Chronicle ~
그렇게도 맛있나. 아주 쩝쩝대다 못해 쪽쪽거리며 빠삐코를 먹는 녀석을 보니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은 빠삐코를 양손에 쥐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지간히 뚫어져라 쳐다봤는지 시선을 느꼈는지 자기 침이 듬뿍 묻은 빠삐코를 들이밀면서 먹을래? 라며 헤실거린다. 살짝 흔들린 동공이 보이지 않았겠지. 내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너나 많이 쳐먹어라며 고개를 돌리자 쳇, 하며 다시 빠삐코를 입에 문다. 앙 다문 입술에서 장난끼 넘치는 소년이 보인다.
“진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빠삐코 때문이 아니였다, 갑자기 훅 들어온 그 잘생긴 얼굴 때문에. 다시 빠삐코를 먹나 싶었더니 장난스럽게 얼굴을 들이민다. 예전같으면 더럽다며 얼굴을 밀쳤을 난데 당황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입만 멍하게 벌리고 있었다. 실어증이냐 말을 하라고 성이름! 더 쪽팔린건 금붕어마냥 빨개졌을 내 얼굴… 미쳤다 진짜. 뭐가 그렇게 웃긴지 더 크게 웃음을 퍼트리며 발을 동동 굴린다. 와 성이름 요즘 반응 왜그래? 진짜 웃겨 죽겠다 하며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요즘, 반응. 이 두단어가 내 뇌리에 깊이 박혔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눈치없는 놈도 아니라, 이미 들켰을지도 모른다. 저 말을 한 의도는 뭘까?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나는 이 감정을 필사적으로 숨겨야만 했다.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과격한 표현을 쓰면서 말이다. 나에게 맞아도 뭐가 그리 좋고 웃긴지 예쁘게 접힌 눈꼬리가 펴질지 모른다. 이 와중에도 잘생겨보이고 설레는건 내가 진짜 아무래도 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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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가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ㅎㅅㅎ!! 갑자기 싸지른 글이라 삭제될수도 있어효
혹시나!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달아주시고
여튼 이름님 너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