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과제는 다 했어?"
"미쳤어? 과제는 원래 제출하기 전날에 몰아서 다 하는거야."
"아니 너 내일 걔네 만나러 간다며.."
"가지."
"그것도 4박 5일로"
"간다니까?"
"수업은 다 빠지게?"
"내가 오빠랑 왜 여깄는데! 오빠가 대출해줘야지!"
"..........."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수현오빠의 등을 팡팡 치면서 부탁할게. 를 연신 외치는 나는.
4박 5일간의 중국 출국 일정을 앞두고 몇가지를 준비하는 중이다.
대학교 OT에 참가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그렇게 내가 쫓아다녔던 수현오빠가 여기있을줄이야.
물론 내년에 입대를 앞둔 예비군인이긴 하지만, 나와 함께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는 중이다.
사귀는게 아니냐며 우리에게 물어오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나는. 제가 쫓아다녔는데 한번을 안넘어오더라구요! 하고 놀린다.
"김수현 또 징어랑 같이있네."
택운오빠다. 찬열이의 활약으로 다시는 볼 수 없었던 택운오빠는 수현오빠와 함께 이 학교에 왔다.
물론 대망의 '체대선배'라는 점이 참 바람직하다.
이렇게 학식을 먹다가 가끔 마주치기도 하는데, 운동복을 입고 있어도 이사람은 빛이 난다.
큐울 조화.
"근데 오빠 인간적으로 좀 씻기는 하는거죠?"
"왜? 땀냄새 나?"
"아뇨 잘생김이 안씻겨서.."
"야 오징어 너 사람 차별 쩐다"
"오빤 좀 조용히 해봐."
"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지.."
"어? 나 전화 와!"
"언니 오늘 겁나 섹시하지?"
오늘도 파티에 참석하기 위한 분장을 내게 자랑하는 경리는 학교를 다니려고 비행기를 탄건지.
아니면 밤마다 파티를 즐기려고 비행기를 탄건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한국에서 오매불망 경리를 기다리는 경리의 남자친구만 애탈 뿐.
경리는 열심히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다.
시도때도 없이 걸어오는 영상통화만 자제해주면 참 좋을텐데.
"형. 교수님이 찾으시는데요"
"우리 현우 왔다! 현우왔다 현우!"
"오늘 학식 맛 없는데 용케 먹고있네?"
"여기 수현그지가 돈이 없으시대서. 봉사좀 하고 있지"
택운오빠의 후배로 들어오게 된 현우는 우리학교에서 유명한 미소천사다.
누나. 선배. 다양한 호칭을 부르며 활짝 웃는 현우를 보면 어떤 분노도 눈녹듯 사라진다나.
본인은 그 별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하나, 아마 모든 사람들의 주소록엔 미소천사가 있지 않을까 조심히 예상해본다.
늦었다. 허겁지겁 달려 학교 앞 카페로 향했다.
이미 도착해서 날 기다리고 있는 재현오빠와 시완이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내가 늦은 것은 모두 잊은 채로.
"사람이 늦었으면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아니야?"
"미안. 근데 갖고 왔어?"
"됐다 말을 말자.. 자, 여기."
큰 쇼핑백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는 재현오빠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냉큼 잡아 쇼핑백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아, 이거야. 내 입가에는 미소가 살살 번져왔고 벌써부터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뭔데?"
궁금한 듯 물어오는 시완이에게 쇼핑백을 쩍 벌려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이게 뭐냐면. 내가 입을 옷이지 뭐겠어.
"모델이라고 옷이 많을거란 생각은 하지 마."
"그래도 부탁하니까 이렇게 가져다 주네."
"공짜인줄 아나."
"공짜 아니야? 뭐 아니어도 안주면 되지 뭐."
".........잘못 컸네.. 뻔뻔해졌어.."
4박 5일중 가장 중요한 첫 날.
아주 예쁘게 입고 나타나고 싶어서 특별히 재현오빠에게 부탁했다.
오빠 눈썰미로 봤을때 나한테 제일 잘 어울리고, 제일 예쁠 옷.
대신 과하지 않고 단정하게.
흰 원피스 종류면 더 좋고!
주문도 참 많았지만 내 요청에 맞게 예쁜 옷을 가져다 준 오빠다.
이래서 오빠가 참 좋다.
"근데 너 나한테 이건 왜 가져다달라고 한거야?"
"난 이거 엄마 이사짐에 섞여들어가서 저 깡촌에 있어. 거기까지 가기엔 시간이 없거든."
시완이가 내게 건넨건 우리의 졸업앨범이다.
내 부모님은 내가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귀농하셨다. 그래서 나는 내 학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대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야했고.
따지고 보면 엄마 덕분인가? 너무 좋아서 배실배실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다.
졸업식에 참가하지도 않았던 아이들이지만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2학년 축제사진, 단체사진 등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둘다 너무너무 고마워. 은혜는 다녀와서 갚을게!"
"근데 너 짐은 다 쌌어?"
"언제 다 쌌는데! 신나서 저번주에 이미 다 싸놨거든!"
"오늘 잠은 잘 수 있겠나 모르겠네.."
"안그래도 밤새야하나 고민중이야. 나 비행기 못타면 어떡하지?"
"딱 너 관상이 지각할 상이네."
지각은 무슨, 무사히 비행기 탔다.
탑승수속을 밟고, 검문 끝에 비행기에 올랐음에도 이 상황이 믿기지도 않고 신기하다.
나를 보게 되면 콩알들은 얼마나 놀랄까?
근데 왜 중국까지 부르고 그러는건지. 나야 여행하고 좋지 뭐.
구름은 예쁘고, 날씨는 좋고 내 마음은 들떴다.
보고싶어서 혼났네.
나는 아이들의 친구로 자리잡아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이 생겼다.
아이들의 사진을 몇개 올렸더니 내게 흥부언니라며 SNS친구를 걸어오는 팬들도 있다.
그래도 올리기 전에 매니저오빠의 검토를 받는다. 사실 더한 엽사도 많은데..
1위를 거머쥐고 눈물을 터트..아니..뚜쉬뚜쉬.. 가짜 눈물을 흘리는 준면이를 보며 나도 함께 울었고
팬싸인회에서 감사하다며 울음을 터트리는 종인이를 보고 나도 울었다.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울면 나도 덩달아 울게된다.
콩알들은, 아니 엑소는 이제는 정말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만큼 사생들도 많이 늘어나 이제는 거의 만날 수 없는게 현실이 되었다.
통화, 카톡, 문자로만 연락한지가 어언 6개월.
쉴 틈 없이 달리는 엑소를 보며 보고싶어도 꾹 참아왔다.
그리고 난 지금 이 문 앞에 서있다.
"뭔 대낮부터.. 싫어.."
안에서 들려오는 종인이의 목소리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 싫은거 나랑 같이 해야되는데, 어떡하냐 너희들.
심호흡 후 문을 열고
놀란 토끼눈을 한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외쳤다.
"안녕하세요?"
"다들 표정좀 푸세요. 공부 싫은건 아는데 초면에 이건 너무하잖아요.."
"여러분의 중국어, 한국어 공부를 책임질."
"징어다!!!"
"네. 그렇게 되었네요."
"헐 오징어다!!"
"잘부탁드려요!"
다시 목소리를 큼큼. 다듬고 화이트보드를 쿵쿵 쳐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들 얼빠진듯 표정관리도 못하고 나를 쳐다보는데 마냥 나는 신나기만 한걸.
자, 이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좌충우돌 시끌시끌하기도 했지만
때론 진지하기도, 서로를 위해 침묵해주기도 했던 지난 이야기들.
아니 이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
드디어 콩알탄썰의 완결이 왔어요!
완결에 대한 짧지않은 후기는 다섯편의 외전 후 텍파공유와 함께 말씀드릴게요!
70편까지 달리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그치만 외전, 후속작까지 염치 불구하고 같이 달려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사랑합니다! ♡
+
사실 외전 오기 전에 텍파 공유를 할까 싶었는데,
텍파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다가 제가 이벤트 아닌 이벤트를 준비중이라 ..
어떤 이벤트(라고 하기에도 거창하다..)인지는 비밀! 잘자요 내사랑들~